이걸 뭘로 만들었는지 알면 깜짝 놀라실걸요

조회수 2020. 10. 2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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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페트병과 코르크 나무 껍질, 고무나무가 모여 신발이 됩니다
아시아 최초 100% 친환경 신발 만든 ‘엘에이알’
여러 차례 수상으로 브랜드 가치 인정 받고
밑창·깔창 자체개발해 기능성도 높여

올해 패션업계 트렌드 중 하나는 ‘친환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션 업계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소재는 폐 페트병이다. 폐 페트병으로 옷에서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플리스 자켓부터 원피스, 자켓, 가방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 친환경을 ‘입는’ 시대가 온 셈이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아시아 최초로 100% 친환경 신발을 개발한 스타트업도 있다. 창업 4년차를 맞은 예비 사회적기업 ‘엘에이알’이다. 엘에이알은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신발을 만들어 왔다. 점점 제품을 개선하다가 올해 4월에는 100% 친환경 신발을 개발해 선보였다. 자투리 소가죽을 재활용하고, 폐 페트병과 코르크 나무 껍질, 고무나무 원액 등을 사용해 신발을 만든다. 

출처: 엘에이알
엘에이알 계효석 대표

◇친환경 소재 사용 → 100% 친환경 신발 만들어


엘에이알 계효석(31) 대표는 LA에 있는 디자인 전문대학 FIDM(Fashion Institute of Design and Merchandising)에서 패션을 전공했다. 다른 패션학도들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졸업 후 의류 브랜드 포에버21의 벤더사 중 한 곳에서 일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친환경 소재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한국으로 돌아 와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발을 워낙 좋아해서 신발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는 형이 재활용 가죽을 이용해 지갑을 만든다고 해서 사무실을 방문해봤는데 가죽이 눈에 들어왔죠. 같은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그 재활용 가죽만 듣고 부산에 내려가 제조 업체를 찾아다녔습니다.”


소가죽을 사용하는 가방업체 등에서 버려진 부분 가죽을 모은 천연 재생 가죽을 사용해 2017년 7월 첫 제품을 출시했다. 깔창인 인솔은 코르크 나무 껍질을 압축해 만들었다. “첫 제품은 친환경 소재 비율이 20% 정도였습니다. 제품을 계속 개발해나가면서 친환경 소재 비율을 점차 늘렸어요. 그 결과 올해 4월 100% 친환경 신발(bit.ly/35Av0hW)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미 제품을 만든 경험이 있었음에도 개발에만 1년 가까이 걸렸고, 개발비도 약 1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출처: 엘에이알
100% 친환경 신발과 신발에 들어가는 소재

쉽지는 않았다. 경영 위기를 맞은 신발 공장이 폐업을 하면서 공장만 해도 3번을 옮겨다녀야 했다. 기존에 없던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일이었다. 착화감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코르크 껍질로 만든 깔창에 태국산 천연 라텍스를 더했다. 천연 라텍스는 푹신하면서도 복원력에 99%에 달해 밑창이 푹 꺼지지 않는다. 안감과 신발끈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었다. 친환경 신발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아웃솔이었다.


“친환경 아웃솔을 만드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제품 생산을 담당한 부산의 신발 공장 소개로 영국 친환경화학업체인 심포니(Symphony)를 알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쓰이는 아웃솔인 폐기 후 생분해되는데 최소 수십년이 걸리는데요. 심포니와 공동개발해 신발을 버리고 4개월 내에 88%가 생분해되는 소재의 아웃솔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 가치뿐 아니라 디자인·기능에 초점 맞춰 


친환경 가치를 담고자 했던 계 대표의 노력은 여러 차례 수상으로 이어졌다. 2017년 창업과 동시에 하이서울 어워드에서 패션·잡화 아이디어 부문에 선정됐고, 2018년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최우수상, 소셜벤처 경연대회 글로벌성장 부문에서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환경부문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출처: 엘에이알
각종 수상 이력(위)과 2019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시상식 당시 사진(아래)

하지만 친환경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서 그칠 수만은 없었다. 가치도 중요하지만, 디자인과 기능도 챙겨야 했다.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신발에 대해 더 배우기 위해 서울 성수동 수제화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수제화 장인들에게 신발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배우면서 디자인뿐 아니라 생산 역량을 쌓았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 후기를 바탕으로 신발 무게를 줄이고, 깔창에 인체 공학적인 굴곡을 추가해 착화감을 개선했다.


-가치도 중요하지만, 착화감 등 신발의 기본적인 기능도 중요한데.  


“맞습니다. 가치소비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사실 편하고 가볍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100% 친환경 신발을 만들면서 기능에도 신경을 쓴 이유입니다. 오랜 시간 걸어도 발이 피로하지 않도록 신발 무게를 줄였어요. 현재 나와 있는 스니커즈 중에 가장 가볍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요. 250사이즈 기준으로 신발 무게가 280g에 불과합니다. 또 깔창 발바닥 아치 부분에 굴곡을 추가해 착화감을 더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출처: 엘에이알
자체 개발한 깔창

-판매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하고 있나.


“자사몰(bit.ly/35Av0hW)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고, 오프라인으로는 아난티호텔에 입점했습니다. 이외에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해 백화점 팝업스토어 행사에 한 달에 약 3번 정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중동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 


-매출도 궁금하다. 


“창업 후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매출이 높지는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올해 3분기에만 1억2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엘에이알
부산에 있는 신발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모습

◇한국의 ‘프라이탁’ 되고 싶어


계효석 대표는 꾸준히 수익금 일부를 보육원에 기부해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브랜드 명에도 녹아 있다. 엘에이알은 ‘주위를 둘러보자(Look Around)’의 약자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후에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저 혼자 생활하면서 많이 외로웠어요. 혼자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잠깐 부모님이랑 떨어져 있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보육원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나중에 돈을 많이 벌고 나면 보육원 아이들을 돕자고 결심했어요.”

출처: 엘에이알
보육원 기부 사진

-최근에는 신발뿐 아니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깔창을 따로 사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져서 약 1년 전 깔창 브랜드 ‘라솔’(LARSole)을 런칭했습니다. 또 현재는 폐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가방을 준비하고 있어요.” 


-목표는. 


“한국의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프라이탁은 스위스 가방 브랜드인데요.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프라이탁을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예쁘고 튼튼해서 프라이탁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친환경적이면서 예쁘고 실용적이기까지 한 브랜드로 자리잡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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