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쏟아진 5만원권, 슬쩍 가져갔다가..

조회수 2020. 10. 2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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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쏟아진 돈뭉치, 함부로 가져가면 잡혀갑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운 돈은 가까운 경찰서에 맡기는 게 현명
돈 뿌리다 처벌받기도

“돈벼락이나 한번 맞아봤으면 좋겠다.”

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에서 돈이 든 봉투를 발견한 진기주가 만세를 부르고 있는 장면

갑자기 하늘에서 흩날리듯 떨어지는 돈뭉치.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법한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오만원권이 현금 뭉치가 비처럼 내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민 A씨가 부인과 말다툼 끝에 오만원권 120장, 600만원을 베란다 창문 밖으로 던진 것이었죠.


지폐가 흩날려 떨어지는 광경을 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 10여명과 관리사무소 직원들, 주민들이 함께 여기저기 흩어진 돈을 주웠습니다. 신고 접수 후 2시간 여 만에 오만원권 120장 중 119장을 찾았고, 경찰은 A씨에게 돈을 돌려줬습니다. 그런데 만약, 돈을 주워서 돌려주지 않고 그냥 가져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인이 소유권 포기 안 했으면 점유이탈물 횡령죄 


결론부터 말하면, 돈벼락을 맞아도 함부로 돈을 가져가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주인이 돈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유실물·표류물·매장물 또는 타인의 점유(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입니다. 쉽게 말해 누군가 잠시 잃어버리거나 놓고 간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에 적용되는 범죄인데요. 예를 들어 택시에 놓고 내린 휴대폰이나 길거리에 떨어뜨린 돈을 가져간다면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점유이탈물 횡령죄의 쟁점은 소유권 포기 여부입니다. 만약 A씨가 이날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목적으로 창밖에 600만원을 던졌다면, 이 경우 600만원은 주인이 없는 돈이 됩니다. 따라서 돈을 주운 주민들은 A씨에게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 없는 돈을 가져간 것이 인정되기 때문에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A씨는 돈을 버린다는 의사 없이 단순히 홧김에 돈을 던졌습니다. 이 때문에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돈의 소유권은 여전히 A씨에게 있기 때문에, 돈을 주운 뒤 그냥 가져가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A씨가 던진 오만원권 120장 중 119장이 곧바로 회수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1장을 그냥 가져간 사람은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할아버지가 고물 팔아 모은 돈, 정신 장애 앓던 손자가 뿌리기도 


실제 소유권 포기 여부에 따라 점유이탈물 횡령죄 적용 여부가 엇갈린 사건이 많습니다. 2014년 12월에는 대구광역시 도심 왕복 8차선 도로에서 B씨가 오만원권 지폐 160여장(약 800만원)을 길바닥에 뿌렸습니다. 이를 본 행인과 운전자 등은 돈을 줍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5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났습니다. 바닥에 떨어졌던 지폐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였습니다. 

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2014년 한 남성이 대구 도심에서 돈을 뿌리는 모습

사건 다음 날 오전까지 돈을 돌려주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B씨가 뿌린 돈을 가져간 사람들은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도로에 고의로 돈을 뿌린 B씨의 행위가 돈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찰은 “B씨의 행동은 자신의 돈을 버린 것과 똑같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져가라고 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주워간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로 가져간 돈을 압수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B씨는 정신 장애를 앓고 있었고, B씨가 뿌린 돈은 할아버지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의 일부였습니다. 이후 대구지방경찰청은 페이스북에 ‘거리에 뿌려진 돈은 B씨의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를 위해 고물을 주워 팔아 만든 돈이니 이를 주운 분들은 되돌려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띄웠습니다. 지폐를 주워간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B씨의 할아버지 사연을 전해 듣고 285만원이 경찰서로 돌아왔고, 50대 남성이 B씨에게 돌려주라며 500만원을 기부해 훈훈함을 선사했습니다. 


출처: 대구경찰 페이스북 캡처
B씨의 사연을 알리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던 대구 경찰. 이후 285만원이 돌아왔고, 한 남성이 500만원을 기부해 800만원 중 785만원이 다시 B씨 가족의 품에 돌아갔다.

◇돈 찾는 것 알면서도 주워가면 처벌 가능성 있어


수원에서는 한 대부업체 직원이 차 트렁크에 봉투를 올려놓고 그냥 출발하는 바람에 도로에 현금 600만원이 흩뿌려진 일도 있었는데요. 신고 후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발견한 돈은 만원짜리 지폐 단 한 장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돈을 주워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500만원 이상을 되찾았는데요. 그런데 이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돌려준 게 아니라 경찰이 직접 찾아가서 회수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경찰은 직접 찾아가 회수를 했던 사람들과 돈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들을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입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출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직원이 차 위에 돈 봉투를 놓은 채 출발해 100달러짜리 지폐가 이태원 일대에 흩날렸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직원이 실수로 자신의 차 지붕 위에 돈 봉투를 올려놓은 채 차를 운전한 것인데요. 서울 이태원역 부근에서 돈 봉투 입구가 열리면서 100달러짜리 지폐 수십장이 도로에서 흩날렸습니다. 모두 빳빳한 100달러짜리 지폐로 6700달러였습니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회수에 나섰지만, 17장은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돈을 가까운 경찰서로 돌려달라고 당부했고, CCTV를 토대로 탐문 수사를 벌였습니다.


사실 돈을 주워간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흩날린 돈이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한 돈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 경우에는 주인 있는 돈이라는 점을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면 처벌을 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이나 주인이 돈을 찾고 있는 걸 봤으면서도 그냥 돈을 주워갔다면,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돈을 주웠을 때 가까운 경찰서로 가서 돈을 맡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유실물법상 유실물 가액의 5%에서 20% 이내에서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1987년 약 13억원 상당의 무기명식 자기앞수표를 주운 사람이 보상금 청구 소송을 낸 적이 있는데요. 당시 법원은 5%인 6500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출처: MBC 방송화면 캡처
광안대교를 달리는 차 안에서 한 남성이 "스트레스를 풀려고" 돈을 뿌리자, 돈을 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한편 돈을 뿌린 사람이 처벌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2015년 4월 부산 광안대교를 달리던 차 안에서 30대 남성이 1달러짜리 지폐 200여장, 21만원 가량을 뿌린 것인데요. 뒤에 오던 차량 운전자들이 돈을 줍기 위해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선 뒤, 차에서 내려 돈을 주우면서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CCTV를 분석해 6시간 반 만에 용의자 C씨를 검거했고, 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C씨는 “하는 일이 잘 안 돼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다”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는 차량에서 돈을 뿌려보고 싶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디자인 플러스이십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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