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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이 예쁘다" 33만명 홀린 23살 여성의 글씨

조회수 2020. 10. 2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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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스타그램' 하다가 글씨로 떴다.."33만명이 제 글씨를 봐요"

“이분한테 편지 받으면 평생 소장할 듯” “컴퓨터 타자 아닌가요?”


한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영상 속엔 누군가 종이 위에 글씨를 꾹꾹 눌러 적고 있다. 1분30초짜리 짧은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0월22일 기준 1159만회에 달한다. 2019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유튜브 동영상(뮤직비디오 제외)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글씨 유튜버로 활동 중인 나인(활동명)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손글씨 강좌나 펜 소개 영상 및 사진을 올리고 있다. 그의 손글씨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만 40만명 가까이 된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약 33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6만명에 달한다. 사람들은 그의 글씨를 ‘나인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글씨 유튜버 김나인(23)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출처: 본인 제공
글씨 유튜버 김나인 씨.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에 재학 중인 김씨는 공스타그램을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글씨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공스타그램은 공부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 또는 공부 일지나 비법 등을 올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학교가 외딴 지역에 있어서 주로 혼자 공부했어요. 학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같이 공부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6년 9월부터 공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시간 분배법이나 효율적인 공부 방법 등을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공부한 내용이나 공부 방법 등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글씨에 더 관심을 보였어요. ‘글씨가 예쁘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죠. 또 쓰는 펜이나 노트를 알려달라는 사람도 많았어요. 


주변으로부터 글씨에 대한 칭찬을 자주 들은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 서술형 시험을 봤는데 선생님께서 글씨가 정말 예쁘다면서 프린트한 줄 알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게 글씨에 대해 들었던 첫번째 칭찬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글씨를 좀 잘 쓰는 편인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죠.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얼떨떨했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씨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출처: 김나인씨 인스타그램 캡처
김씨의 공스타그램 모습.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니까 글씨를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엔 서점에서 글씨체 관련 책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만 해도 손글씨 교정 관련 책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가장 따라 쓰고 싶은 느낌의 폰트를 찾았어요. 만화 작가인 뿜 작가님의 글씨체였어요. 폰트를 프린트했고, 그걸 보면서 최대한 비슷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썼어요. 계속 연습하면서 글씨 크기를 줄여보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글씨 연습을 하면서 ‘이렇게 하면 글씨가 좀 더 일정하게 보이는구나’ '좀 더 빨리 글씨를 교정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좋겠구나’ 등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그렇게 글씨체에 대한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고, 모음의 형태에 맞게 자음의 모양을 다르게 쓰는 등 글씨체 연구를 했습니다. 그렇게 현재 구독자분이 ‘나인체’라고 부르는 지금의 글씨체를 완성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글씨 변천사.
출처: 유튜브 채널 '나인' 캡처
유튜브 영상 '10만명 홀린 믿을 수 없는 글씨체'. 해당 영상 조회 수는 10월22일 기준 1159만회에 달한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17년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 한 분이 글씨 쓰는 걸 영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글씨 유튜버가 거의 없었습니다. 해외 글씨 유튜버는 많은데 왜 한글 유튜버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콘텐츠 구상을 하고 영상 편집을 직접 익혔습니다. 1년간 준비 후 2018년 7월에 첫 영상을 업로드 했습니다.


한글이 참 예쁜 글자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구독자가 많아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특이한 점은 구독자 90%가 한국인이라는 점이에요. 시작할 땐 외국인이 더 많이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한글은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으니까요. 놀랍고 신기했어요.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손글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한글날 2000개의 글자를 이용해 세종대왕을 그렸다.
출처: 본인 제공
물풀로 글씨를 쓰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댓글을 자주 봐요. 예를 들어 자음과 모음의 간격을 어떻게 쉽게 맞추는지, 받침 ‘를’을 어떻게 예쁘게 쓸 수 있는지 등 궁금해하는 댓글을 모아 비슷한 주제로 묶어 강좌 영상을 만듭니다.


또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합니다. 글씨 유튜버로 활동하다 보니 머릿속에 늘 글씨 생각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어느 날 화장을 하다가 립스틱이 펜처럼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로 글씨를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립스틱으로 글씨 쓰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한글날에는 2000개의 글자를 이용해 세종대왕을 그리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한글을 주제로 작업하는 만큼 한글날 특집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어요. 한글날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세종대왕이잖아요. 그렇다고 한글로 '세종대왕' 네 글자만 적기엔 뭔가 아쉬웠어요. 그러다가 떠올린 게 점묘화(점을 찍어 그린 그림)였습니다. 점 대신 글자를 써서 한글 점묘화 방식으로 세종대왕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손이 너무 아프기도 했어요. 완성하고 나서는 정말 뿌듯했어요. 성취감이 컸습니다.”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글씨로 만든 영상이 많지 않아서 사람들이 신선하게 보는 것 같아요. 또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볼 수 있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출처: 본인 제공
최근엔 책 '손글씨 레시피'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책 '손글씨 레시피' 출간했다고요. 책을 출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글씨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이 글씨에 관심이 많고, 손글씨를 잘 쓰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손글씨를 영상으로만 알려드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글씨 잘 쓰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1년 6개월 간 작업했어요. 기역부터 히읗, 모음, 받침, 쌍자음뿐 아니라 영어까지 손글씨를 잘 쓰기 위해 참고하면 좋을 만한 팁을 모두 담았습니다. 글씨체를 쉽게 연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어요.


유튜브 하면서 자음과 모음의 간격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왜’를 쓸 때 ‘ㅇ’, ‘ㅗ’, ‘ㅐ’ 의 일정한 간격을 맞추기 어렵다는 거였죠. 간격과 비율을 더 쉽게 맞출 수 있도록 안내선을 직접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또 책은 누드 사철 제본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누드 사철 제본 방식은 책을 180도로 완전히 펼칠 수 있어요. 일반 제본으로 만들면 책이 쫙 펼쳐지지 않아서 왼쪽 면을 쓸 때 불편할 수가 있거든요. 손글씨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었어요.”

출처: 김나인씨 인스타그램 캡처
글씨체 강좌를 직접 하고 있다.
출처: 김나인씨 인스타그램 캡처
'나인체'로 불리는 김씨의 글씨체.

-글씨 잘 쓰는 팁을 소개해주세요.


“글씨 쓰기에선 조화와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화와 균형은 글씨의 크기와 간격에서 나옵니다. 한 글자씩 뜯어 봤을 때 글씨가 별로여도 전체적인 글씨의 크기와 간격이 일정하면 훨씬 괜찮아 보여요. 그래서 글씨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글씨를 잘 못 쓰는 분을 보면 대체로 빨리 쓰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 쓰려고 하면 글자의 크기와 간격을 제대로 맞추기 쉽지 않죠. 우선 한 글자씩 또박또박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충분히 훈련하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유튜브 구독자 중 외국인이 점점 늘고 있어요. 무슨 뜻 인지는 모르지만 글씨가 예뻐서 보러 온다고 해요. 작게나마 한글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수입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유튜브에서 광고 이익을 얻고 있어요. 유튜브 구독자 1000명 이상,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이라면 영상에 광고가 붙어요. 영상과 조회 수가 많아지다 보니 수입이 생겼습니다. 펜이나 노트 등 필기 용품류 관련 외부 협찬도 들어와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해 글씨를 발전 시켜 나가고 싶어요. 당분간은 손글씨 강좌 동영상을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손글씨 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적인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손글씨로 외국인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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