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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은 해봤으니..이번엔 '리빙왕'입니다

조회수 2020. 10. 2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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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패션왕'이 그릇에 빠진 사연

대학생 때 처음 마주한 미국 뉴욕의 풍경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리마다 화려한 패션 브랜드가 즐비했고, 유리창 너머로 옷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패션 일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밤낮없이 재봉틀을 끼고 옷을 만들었다. 20여년이 흐른 뒤 그는 한국 남성복 문화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리빙’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더 감각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패션에 담았던 감성을 테이블웨어에 입히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리빙샵 ‘디어마이디어(DEAR MY DEAR)’를 론칭한 패션 디자이너 정두영씨의 이야기다.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패션 디자이너 정두영 씨. 최근 리빙샵 ‘디어마이디어’를 론칭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남성복 전문 패션 디자이너이자 리빙샵 ‘디어마이디어’의 대표 및 디렉터를 맡은 정두영입니다.”


◇서울 촌놈, 처음 가본 뉴욕에서 패션에 눈뜨다


경희대학교 공과대학 섬유공학과를 나온 정 대표는 교환학생 시절 처음 가본 미국에서 패션에 눈을 떴다고 한다.


“어릴 땐 남들보다 옷에 조금 더 관심이 많은 정도였어요. 대학교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 뉴욕에 처음 갔어요. 태어나서 처음 해외에 나가본 거였죠. 뉴욕에는 당시 한국에선 보기 어려웠던 명품 브랜드부터 SPA 브랜드까지 없는 게 없었어요. 화려한 패션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컬처쇼크였죠. 서울 촌놈이 뉴욕의 다양한 문화를 보고 눈이 뒤집어진 겁니다.


옷가게 유리창 너머 옷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렜어요. 가슴 뛰게 하는 패션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때가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어요. 1년 뒤 한국에 돌아왔고 대학 졸업 후 패션 디자인 학교인 에스모드 서울에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대생이 갑자기 웬 패션 공부를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재능이 있는 걸까’ 고민이 컸지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저 옷이 너무 좋았어요.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패션학교를 다니면서 디테일한 의복 구성이나 원리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봉제하는 법을 밤새서 익혔고, 36시간 잠도 안 자고 과제한 적도 있었어요. 힘들었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마냥 좋았어요.


패션을 공부하면서 재킷, 팬츠, 심지어 가방까지 직접 만들어서 입고 다녔습니다. 주변으로부터 ‘뭐하는 애니’ ‘별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워낙 특이하게 입고 다녔어요. 친구들이 멀리서 봐도 ‘쟤 정두영이다’ 할 정도였으니까요. 나만의 개성을 패션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한국의 남성복 문화를 이끄는 정두영 디자이너.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일하는 정두영 디자이너.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2009년부터 매 시즌마다 서울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발표했다.

정씨는 에스모드 서울 졸업 후 1998년 신원 지이크에서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 이후 지오다노 코리아 남성복 실장, 루이스 롱 블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으로 활동했다. 또 2007년 신원의 지이크 파렌하이트 론칭쇼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 시즌마다 서울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발표했다. 세련된 감성과 독특한 컬러감으로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도 진출해 남성복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남성복 시장을 개척했다.


2005년엔 연세대학교 대학원 패션산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전문지식을 넓혔고, 2013년, 2015년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SBS ‘패션왕코리아’에 출연해 각각 방송인 김나영, 김종국과 한 팀이 되어 두 차례 최종 우승하기도 했다. 수원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한국 패션 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패션대전’ 심사위원 등으로도 일했다.


20여년간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한국의 남성복 문화를 이끌었던 그에게 새로운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리빙’이었다.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디어마이디어의 파티플레이트는 양 옆에 손잡이가 달린 모양이라 잡기 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디저트, 반찬 등을 담는 등 활용도가 높다.

◇테이블웨어에 감각적인 패션 입히고 싶어


-리빙 제품을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패션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트렌드에 민감해졌어요. 시장 조사나 패션쇼 등 업무 차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에 자주 나갔습니다. 시장을 보니 분명 패션몰인데 패션과 상관없는 리빙 제품이 점점 늘어나는 걸 느꼈습니다. 이젠 사람들이 패션뿐 아니라 집과 관련한 리빙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았어요.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리빙 관련 시장이 커질 거라고 예측했고, 이러한 리빙 제품에 저만의 감성을 입히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최근엔 사람들이 집에서 음식을 먹을 때조차도 대충 먹지 않아요. 예쁜 그릇에 담아 테이블 세팅한 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을 강조한 리빙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테이블웨어에 패션을 입히다’라는 콘셉트로 리빙샵을 기획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구상해 최근 리빙숍 ‘디어마이디어’를 론칭했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도 했어요. 온라인몰(bit.ly/37l3zLG)에서도 인기입니다. 제겐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디어마이디어’가 인생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최근 도예 작가로 활동 중인 전상근 작가와 협업해 세라믹 그릇인 ‘엘라인’을 론칭했다.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 도자기 그릇이다.

-브랜드 특징은 무엇인가요.


“국내 전문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각자의 개성을 담고 있어요.


최근엔 도예 작가로 활동 중인 전상근 작가와 협업해 세라믹 그릇인 ‘엘라인’(bit.ly/37l3zLG)을 론칭했습니다. 제품 구상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두 함께 진행했어요.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 은은한 광택과 다양한 색상이 특징이에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 도자기 그릇입니다. 샐러드볼, 컵, 접시 등 구성도 다양합니다.


전 작가는 원래 한국적인 백자의 느낌을 살린 그릇을 주로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컬러와 디자인, 전 작가의 개성을 담았습니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어요. 파티 플레이트나 물방울 플레이트의 독특한 곡선 형태를 살리는 게 어려웠어요. 가마에서 굽는 작업 중 불량품이 계속 나왔고, 그 과정에서 수백 개의 제품을 폐기하기도 했어요. 제품을 다시 수정해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6개월 넘게 그릇 제작에 매달렸습니다.


이밖에도 테이블 웨어 아이템은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인 사디(SADI·삼성디자인교육원)의 고석희 교수와 협업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현재 50여개 이상의 아이템이 있습니다.”


-제품 사진을 보니 그릇에 음식이 다 담겨 있네요. 이유가 있나요.


"그릇은 음식이 담겨 있을 때 가장 빛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네킹에 옷을 걸어 놓는것보다 모델이 입는 게 더 멋스러운 것과 같아요." 

출처: 디어마이디어 제공
패션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나가고 싶다는 정 대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사람의 의식주를 포괄하는 게 문화라고 생각해요. 패션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패션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처럼 테이블 웨어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그릇뿐 아니라 주방 도구, 앞치마와 같은 키친웨어 등 리빙 관련 제품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신인 작가를 발굴해 각자의 개성을 살린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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