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샤워할 때마다 깜짝 놀랐던 20대 여성은 결국..

조회수 2020. 10. 1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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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 보고 충격받아 시작했습니다"
비건 뷰티 브랜드 ‘에리제론’
유해 화학성분·방부제 사용하지 않고
국화꽃, 녹차잎, 감초 뿌리 등으로 고체 샴푸 개발

퇴근 후 샤워할 때마다 깜짝 놀랐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뭉텅이로 빠졌기 때문이다. 평소 사용하던 샴푸의 뒷면 성분표를 살펴보고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한 방부제와 유해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시중에 좋다고 소문난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와이제이에스 심연정(33) 대표가 고체 샴푸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저를 위한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특허법인 해외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제 몸을 돌보는 데 너무 소홀했던 시기였어요. 머리가 빠지는 등 신체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직접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샴푸를 만들어보자 결심했던 게 고체 샴푸, 샴푸볼의 시작입니다.”

출처: 와이제이에스
와이제이에스 심연정 대표

◇각종 재료와 추출물 반죽해 뭉쳐 제품 개발


의과학을 전공한 그는 과학도답게 실험하는 것을 좋아했다. 화장품을 사는 대신 직접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쓰는 게 취미였고, 졸업 후 대학병원 줄기세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적도 있었다. 연구실에서 한 분야만 연구하는 데 답답하다고 느껴 연구소를 나왔지만, 여전히 연구개발과 실험에는 흥미가 있었다. 샴푸를 만들기로 한 후 각종 실험 기구를 사기 시작했고, 집 안에 본인만의 연구실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천연 비누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3달 정도 천연 비누로 머리를 감아 보니 머리카락이 너무 뻣뻣해졌어요. 머리카락을 빗다가 빗이 부러질 정도였습니다. 뻣뻣해진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난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두피 건강에 좋은 천연 재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450일간 약 100회 넘게 어성초, 자소엽, 쌀겨, 오트밀 등 각종 천연 재료를 배합하고 연구한 끝에 2015년 샴푸볼(bit.ly/33PtZTu)을 완성했습니다. 


3년 정도 제가 쓰면서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게도 만들어서 선물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과 공유해보고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을 선보였는데 펀딩이 끝난 후에도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왔어요. 메시지나 쪽지로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문의하는 분들이 많았고, 해외에서도 대량구매 요청이 왔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해 비건 뷰티 브랜드 에리제론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와이제이에스
비건페스타에서 부스를 열었던 에리제론

-기존 샴푸와 어떤 점이 다른가.


“기존 샴푸에는 소듐라우릴셀페이트, 소듐라우스레스설페이트, 디메치콘,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 유해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덕분에 머릿결은 부드러워질 수도 있지만, 두피가 예민해지고 건조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저 역시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유해 화학성분을 다 빼고 천연추출물로만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제조법도 궁금하다. 


“어성초, 국화꽃, 녹차잎, 감초 뿌리 등 각종 재료와 추출물을 반죽해 꽁꽁 뭉쳐서 샴푸볼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반죽을 치대는 것부터 동그랗게 뭉치는 것까지 혼자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까 손바닥 힘줄이 파열되기도 했어요. 현재는 제품 반죽을 할 수 있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제품을 뭉치는 작업은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 와이제이에스
샴푸볼 원재료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받은 유해성분 검출 0% 시험성적서

◇벽에 던져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


-왜 액체가 아닌 고체로 만들었나. 


“방부제 등을 넣지 않고 원하는 성분만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체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액체 형태로 샴푸를 만들면 정제수가 약 80% 정도 들어가는데, 정제수를 넣으면 미생물이 번식할 우려가 있습니다. 방부제를 넣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물 없이 고농축한 추출물을 고체화한 샴푸볼(bit.ly/33PtZTu)을 만들었습니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어요. 액체 샴푸는 샴푸를 담을 용기가 필요한데 고체 샴푸는 따로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액체 샴푸 대신 고체 샴푸를 사용하면 약 240억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환경변화를 체감하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분들이 많아졌는데요.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고 자연 분해적인 제품이라는 점에서 고체 샴푸를 찾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출처: 와이제이에스
반죽을 뭉쳐 고체 형태로 만드는 모습(왼)과 고체로 만들었을 때의 장점(오)

-고체 형태면 쉽게 깨질 것 같은데.


“벽에 던져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합니다. 단단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처음 제품을 만들 때부터 배합 비율과 제조법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시중에 고체 형태로 나온 제품들을 보면 갈라지거나 물러지는 제품이 많았어요. 단단하게 오래 쓰는 게 제가 원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배합 비율을 바꿔가면서 단단함을 계속 테스트해봤습니다.”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오래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나. 


“비누 같은 고체 형태의 제품의 사용 기한이 보통 2년인데요. 저희는 방부제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 후 1년, 개봉 후 6개월 이내에 사용하라고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짧은 머리를 기준으로 샴푸로만 사용했을 때 보통 2~3개월 정도 쓰는 분량이에요.”

출처: 와이제이에스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종이 포장 패키지(왼)와 해외 제품 구매자들을 만나 제품 사용기를 인터뷰한 심연정 대표(오)

-신제품도 출시했다고.


“샴푸와 클렌저, 바디워시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 뷰티볼을 최근 출시했습니다. 사실 저는 샴푸볼을 만든 이후 샴푸뿐 아니라 샤워와 세안도 샴푸볼로만 해왔는데요. 천연 추출물로만 만든 제품이어서 사용해도 피부에 자극이 없었어요. 최근에는 보습 작용과 안티에이징, 항염 등에 효과가 있는 대마씨 오일(햄프씨드)를 주성분으로 한 올인원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유해 성분 시험, 특허 출원, 임상시험, 무자극 판정 등을 거쳐 제품 출시에만 약 1년 정도 걸렸습니다.” 


◇작은 변화로 큰 변화 일으키는 브랜드로 만들고파


-사업 현황도 궁금하다. 


“지난해 첫 제품을 선보인 후 계속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자체 온라인 몰 외에도 AK백화점과 NC백화점, 롭스 디톡스 마켓, 카카오헤어샵, 유기농마켓 등에 입점한 상태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FBA라고 아마존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내면 아마존이 재고 관리부터 발송까지 도맡아서 해주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물류센터에 보낸 상품이 완판되었습니다. 온라인몰(bit.ly/33PtZTu)에서도 인기입니다.”

출처: KBS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서 샴푸볼을 사용한 후기를 공유한 이시영

-목표는.


“제 몸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일이 신체적 변화로 나타났고, 그래서 샴푸볼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저와 다르게 다른 분들은 바쁜 일상에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토닥여주는, 돌봐줘야 할 시간이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정하기도 했는데요. 많은 분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선물할 수 있는 뷰티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작은 변화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수익금 일부를 꾸준히 환경단체나 아동센터에 기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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