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 열림·닫힘 밑에 있는 버튼, 뭔가 했더니..

조회수 2020. 10. 1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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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짓던 건축 엔지니어가 '개집 전문가' 된 사연은?
900만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양육 인구 1500만명 시대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 개체 수는 900만으로 본다. 약 782만 명인 학령인구보다도 많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의 등장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반려동물로 인한 각종 생활 문제도 그만큼 많아졌다. 소음, 악취, 개 물림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를 건축, 구조, 자재, 인테리어, 커뮤니티 등으로 해결하는 건축전문가가 있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다. 


-반려견주택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나요.


“반려동물과 사람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듭니다. 주택단지 구성에서부터 바닥이나 조명 같은 사소해 보이는 것들까지요. 설계단계부터 반려동물을 염두에 둔 채 단지나 건물을 만들도록 컨설팅합니다.”

박 대표는 건축 엔지니어 출신이다. 동국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후 첫 사회생활을 한일합섬그룹의 한효건설에서 시작했다. 퇴사 후에는 교회 건축 분야에서 10년간 근무했고, 현재 5년째 반려동물 공생주택 사업을 운영한다. 건축 산업에서만 28년을 근무한 건축 베테랑이다.  

출처: 본인 제공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

-이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도 반려견과 함께 살았어요. 그러다 언젠가 문득, 내가 건축 엔지니어임에도 반려견을 위해 해준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만을 위한 공간에서 살다 보니 반려견의 정신과 건강에 참 피해가 크다는 것도 느꼈어요. 그러다 우리 집 반려견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미쳤습니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반려견 주택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반려견 주택들이 있었고 상당한 연구를 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업화에 대해 생각도 했습니다. 직접 일본업체들을 찾아가 현장도 살펴봤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일본 업체들을 보고 배우는 시간만 1년 반 정도 걸렸어요. 2015년에 교회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2016년부터 바로 반려견주택연구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건 교회 건물을 짓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거예요. 교회는 음향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10년간 교회를 짓다 보니, 외부 소음이 실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차음이나 소음 유출 방지 같은 건축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사실 짖는 반려견 때문에 ‘층견소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음은 이웃 간 불화를 가져오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소음 문제는 반려동물 주택 설계에서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요. 제 경우엔 교회 건축 경험에서 얻은 차음 노하우를 반려동물 공생주택 건축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반려견주택연구소
짖는 소리의 크기는 반려견의 견종과 체구에 따라 다르다.

-반려견을 위한 주택이나 인테리어 사업은 또 있잖아요. 반려동물 공생주택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단순히 집에 반려견을 위한 시설 몇 개를 갖춰도 소음, 악취, 개 물림 사고 등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인테리어를 바꿔도 마찬가지고요.


반려동물 공생주택은 반려견 인테리어 시공과 달리, 건물 설계단계에서부터 반려견 시각에서 건축합니다. 건물 골조부터 콘센트 위치까지 모든 요소를 고려한 채로 건물을 올려요. 덕분에 철저하게 외부소음이 철저히 차단됩니다. 밖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다른 개가 짖어도 거의 들리지 않아요. 외부자극이 최소화하니 반려견이 반응해 짖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는 거죠.


이런 집 여러 세대가 한 단지나 건물에 모여 삽니다. 해당 단지 내에서는 필요에 따라 반려견들이 뛰어놀 수도 있고, 함께 산책도 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이웃끼리 교류도 많아지고 옆집에 반려견을 맡겨 놓고 볼일을 본다거나 하는 일도 가능해져요. 일반 주택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반려견뿐 아니라 이웃과도 커뮤니티를 형성해 공생하는 주택인 겁니다. 단순히 우리 집에 반려견 시설을 시공했을 때 누리는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변화들입니다.” 

출처: 반려견주택연구소
펫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반려동물이 타고 있음을 미리 알 수 있어 물림 사고를 예방한다.

-그래도 물림 사고 같은 돌발상황이 있지 않나요?


“관리규약이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해당 건물이나 단지에서 반려견을 몇 마리까지 키울 수 있는지, 고양이도 키울 수 있는지 설정하는 겁니다. 중성화, 예방접종, 동물등록 여부 등도 확인하고요. 이것들이 잘 지켜졌을 때 트러블이나 사고가 예방되고, 혹시나 사고가 나더라도 반려동물들의 데이터가 있으니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공생주택은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규모가 있는 반려동물 공생주택 건물이나 단지에는 반려동물 유치원과 동물병원이 기본적으로 함께 입주해요. 동물병원 중 제일 좋은 동물병원은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당연히 입주민에게 각종 시설 이용에 혜택이 돌아가고요. 또 주기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클래스를 통해 정보전달을 하거나, 대소변에 의한 냄새 발생이나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한 관리도 시행합니다.”

출처: 반려견주택연구소
환기유니트. 반려동물로 인한 악취를 최소화 한다.

-사업 운영상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실패나 시행착오는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엔 코로나 19로 인해서 시장 반응이 조금 둔해진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반려견 관련 문화와 산업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사업 성장 속도가 빨랐거든요. 그리고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부동산 시장이 약간 얼어붙은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몇몇 외부상황을 제외하면, 저희가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승승장구하고 계시네요. 반려동물주택사업이 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반려동물을 대하는 시각이 서양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서구권에서는 반려동물을 서로 필요를 채워주는 ‘파트너’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정말 가족 구성원 하나로, 우리 집 막내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반려동물에게 ‘내 새끼’ 혹은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데에 거부감도 없고요. 반려견 시장이 유아 시장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예요. 서양은 그렇지 않거든요. 반려동물주택사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보금자리를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내 가족을 위해서니까 바꿀 수 있는 거죠.”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조언해준다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최근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요. 반려동물이 트렌드가 되니까 대기업들까지 나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반려견 반려묘가 900만 마리 정도예요. 사업성만 놓고 볼 때 절대 큰 시장은 아닙니다. 그런데 허들은 낮아서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경쟁률은 높고 파이는 작다는 거죠. 어떤 분양대행사는 100억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 망했다고 하니까요.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사업을 시작한다면 원래 해오던 일과 관계가 있거나, 정말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작은 규모의 사업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천천히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올해 매출은 10억 정도입니다. 현재 컨설팅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의 컨설팅 계약금액을 말씀드릴게요. 빌라는 컨설팅 비용 2000만~3000만원 정도인데 3곳, 오피스텔은 최대 3억5000만원 정도 하는데 4곳입니다. 최근에는 펫호텔도 진행 중인데요.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펫호텔은 컨설팅 비용이 더 큰 편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올해 매출액보다 몇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요.


“반려동물이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일본에 반려견 주택을 컨설팅하는 노나카 히데키라는 분이 계세요. 그분이 관리하던 4000세대 중 최근 10여 년간 죽은 강아지의 나이를 조사해봤더니 평균 18살이더래요. 일본에서 사망하는 반려견의 평균 나이가 15살인걸 고려하면, 3년을 더 살았다는 거죠. 의료혜택을 잘 받고 스트레스 덜 받는 환경만 조성해도 반려견이 훨씬 오래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것처럼요. 유기동물들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반려동물이 1살 이내에 많이 유기돼요. 건강악화로 인한 치료비 부담, 함께 살기 벅찬 크기, 각종 생활 문제 등 이유는 다양해요. 반려동물 공생주택이 많았다면 어떤 문제들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 유기견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싶어요.”


글 jobsN 이안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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