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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99%, 9조 기부한 그는 임대살며 1만원 시계 차고 다녔다

조회수 2020. 10. 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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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터리 됐지만 행복합니다" 평생 모은 돈 기부한 사람들

평생 일궈온 재산을 아무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회 발전과 진정한 부의 가치 실현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인이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국내외 ‘기부왕’ CEO를 알아봤습니다.


◇”부유한 죽음은 불명예스럽다” 억만장자의 두 얼굴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89)는 9월14일(현지시각)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평생의 목표를 이뤘습니다. 피니는 1960년 면세점 그룹 DFS(Duty Free Shoppers)을 창립한 사업가입니다. 면세점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던 피니는 살아있는 동안 재산을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에 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재단을 해체한 겁니다. 지난 40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80억달러(9조3600억원)에 달합니다. 아내와의 노후를 위해 200만달러(23억4000만원)만 남겨놓고 평생을 모은 전 재산의 99%를 기부했습니다. 

출처: 플리커
찰스 척 피니가 지난 40년간 기부한 금액은 80억달러(9조3600억원)에 이른다.

피니는 미국뿐 아니라 베트남, 남아공 등 전세계 곳곳의 자선단체, 대학, 재단 등에 꾸준히 기부했습니다. 교육, 인권, 건강 등 사회에 꼭 필요한 곳에 큰돈을 쾌척했습니다. 그는 재단 해체 문서에 서명하면서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생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어 만족스럽고 좋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전 재산을 기부할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해봐라,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피니는 두 얼굴의 억만장자로 불립니다. 사업 성공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돈에 유달리 집착해 비난받기도 했습니다. 모임에서 돈을 내지 않으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법적 소송에서 어떻게든 변호사 비용을 깎으려고 했다는 등 여러 일화가 전해졌습니다. 1988년 미국의 한 경제지는 그를 향해 “돈밖에 모르는 억만장자”라고 비꼬기도 했죠. 그런데 1997년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면세점 매각 법정 분쟁에 휘말렸고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밀 회계장부가 발견된 겁니다. ‘뉴욕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간 약 2900회의 지출내용이 있었습니다. 지출 금액은 총 4조5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알고 보니 모두 기부에 쓰인 돈이었습니다. 그가 1982년 기부재단을 설립해 몰래 기부를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동시에 그의 검소한 생활 습관도 화제였습니다. 피니는 자신의 명의로 된 자동차나 집도 없이 부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15달러(1만7000원)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또 비행기도 이코노미 클래스만 탔습니다. 평소 자선사업가인 앤드루 카네기가 했던 ‘부유한 죽음은 불명예스럽다’라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피니는 “죽어서 하는 기부보다 살아서 하는 기부가 더욱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자선단체 만들어 기부 문화 만들어가기도


자선단체를 만들어 부호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CEO도 있습니다. 빌 게이츠(65)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90)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입니다. 세계 부호인 두 사람은 2010년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를 설립했습니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가입하는 기부 클럽입니다. 직접 나서서 부자들의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들의 뜻을 함께한 ‘착한 부자들’ 명단에는 MS공동창업자 폴 앨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CNN 창업자 테드 터너,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호텔 재벌 힐튼 가의 좌장 배런 힐튼 등이 있습니다.

출처: CNBC, 플리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우)

실제로 버핏 회장도 죽기 전 재산의 99%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2006년부터 꾸준히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부금으로 370억달러(43조2900억원)를 내놨습니다.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 당시 560억달러(65조5200억원) 재산 중 99%를 기부하고, 세 자녀들과 아내에겐 각 1000만달러(117억원)씩만 남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1994년부터 부인과 자신의 이름을 딴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에 MS 주식과 현금을 기부해 왔습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기부금은 총 500억달러(58조5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미국의 ABC뉴스는 “빌 게이츠가 지난 20년간 기부한 금액을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50억원씩 기부한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전 재산 기부 선언한 국내 CEO

출처: 조선DB
(왼쪽부터)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강석창 미네랄바이오 회장,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우리나라 기업가 중에도 전 재산 기부를 선언한 CEO가 있습니다. 이준용(82)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2015년 자신의 전 재산 2000억원을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2014년 아내인 한경진 여사를 먼저 떠나보낸 후 기부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는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때도 피해 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2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재계에서 낸 기부금 중 가장 많은 액수였죠. 이 명예회장은 후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통일이기에 전재산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기부를 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하는 기업가가 있습니다. 강석창(59) 미네랄바이오 회장입니다. 소망화장품 창업자이기도 한 강 회장은 지난 20년간 1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2017년엔 사업을 그만두면 전 재산의 99%를 내놓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중퇴 후 10여년간 화장품 회사 영업 사원으로 일했던 그는 더 많은 기부를 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합니다. 강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월 1만5000원이면 아프리카 한 가족이 한 달을 먹을 수 있습니다’라는 기사를 본 후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면서 기부 이유를 전했습니다.


이수영(84) 광원산업 회장은 지난 7월 평생을 모은 재산을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면서 676억원을 카이스트(KAIST)에 기부했습니다. 그는 법대를 졸업한 기자 출신 사업가입니다. 1971년 광원목장을 설립해 축산업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988년 광원산업을 창업해 부동산 사업으로 자산을 모았습니다. 이번 기부는 지난 2012년 미국에 있는 8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2016년 10억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을 유증한 것에 이은 세 번째 기부입니다. 총 기부액은 개교 이래 최고액인 76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첫 기부를 한 후 2013년부터는 카이스트발전재단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세 번째 기부를 하면서 “카이스트에서 꼭 국내 첫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도록 해달라. 세계적인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드높이는 일에 값지게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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