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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숨겨둔 자식 아니냐" 뒷말 돌던 대기업 직원은..

조회수 2020. 10. 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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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요? 리더처럼 생각하세요"

〈면접왕 이형〉 이준희 얼라이브커뮤니티 대표

입사 10년 차 서른여섯 살에 대기업 전체 인사 담당자가 된 인물이 있다. 입사 동기들이 대리·과장으로 실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최고인사책임자(CHO)에 오른 파격 인사였다. 50대 그룹사에서 참 드문 일. “저렇게 어린 애한테 인사총괄 맡겨도 되냐” “회장님의 숨겨둔 자식 아니냐”라는 무수한 뒷말이 돌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철저히 결과로 보여줄 뿐. CHO 위치에서 이랜드그룹 ‘조직문화 7대 혁신안’을 주도한 이준희 얼라이브커뮤니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006년 이랜드그룹에 입사해 패션영업 부문으로 일을 시작한 이 대표는 2008년부터 그룹 채용팀에서 인사 업무를 시작했다. 패션·건설·호텔·디자인 인사팀장을 거쳐 그룹 인사 담당 총괄책임을 맡으며 탄탄대로를 달려가던 그는 2017년 돌연 퇴사를 결정했다. 그동안 쌓아온 업무 능력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서였다. 


현재 이 대표는 취업준비생(취준생)과 직장인을 위한 얼라이브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 담당자의 시각으로 취준생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필살기’를 기르고, 신입사원의 현명한 직장생활을 돕는 곳이다. 2018년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 〈면접왕 이형〉은 취업을 막막하게 여기는 취준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구독자 19만 채널로 자리 잡았고, 2019년 12월부터 〈이형TV〉를 개설해 사회생활 초년생들을 ‘일잘러’로 변모시키고 있다. 


취업 성공,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상황별 다양한 공략법이 있지만 핵심은 ‘관계’에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대를 고객으로 치환하고 역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는 것. 이준희 대표는 “헬조선, N포를 얘기하면 그렇게 살아가기 쉽다”며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세상을 주도한다”고 비전을 제시한다. 생각이 바뀌면 현실이 바뀌는, 진부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 “할 수 있어”의 힘이다.

#취준생 편


유튜브 〈면접왕 이형〉과 〈이형TV〉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대기업 인사 책임자로 일하면서 면접관으로 매년 2000~3000명을 만났어요. 그런데 이상하더라고요. 지원자들의 말투, 표정, 답변, 복장이 다 똑같았거든요. 아무리 자유복장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취업 사교육 시장 때문이었죠. 문제는 실제 인사 경험이 없는 강사들이 사교육 시장에 많다는 거예요. 더러 틀린 내용들이 보였고요. 더 안타까운 건 취준생들이 비싼 비용을 들이며 열심히 듣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인사 담당자 출신으로 특별히 강조하는 취업 전략이 있겠네요. 


“기존 취업 콘텐츠는 ‘면접 때 어떻게 말해라’ ‘자소서에서 중요한 건 ○○이다’를 말해요. 입시교육 방식과 똑같죠. 취업은 경영을 이해하면 단번에 해결돼요. 전 ‘유·성·인’을 강조하는데요, 유사 경험, 성공 경험, 인사이트예요. 가령 마케팅 직군에 지원하면 직접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라고 해요. 상품 기획, 홍보 전략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거든요. 출판사 지원자는 직접 책을 만들어 입점까지 해보길 권해요. 요즘은 플랫폼이 다양해서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잖아요. 이러면 유사 경험을 하면서 성공을 경험하고 나름의 인사이트를 갖게 되죠. 이 방식대로 합격한 취준생이 많아요.” 



취준생이 면접에서 특히 어려워하는 질문과 그 공략법이 있다면요? 


“지원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항목은 지원 동기예요. 요즘은 ‘왜 지원했냐’고 물으면 속으로 ‘돈 벌려고 했지, 왜 물어?’라고 생각하잖아요.(웃음) 그렇지만 합격을 원한다면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를 찾아야죠. 저는 현직자 열두 명을 인터뷰하라고 말해요.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현직자를 만날 수도 있죠.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면 지원 동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요. 현직자를 만나기 정 힘들다면 사옥 앞에서 직원을 붙잡고 시간을 내달라고 해보세요. 적극성, 주도성, 의사소통 능력, 전략적 사고를 다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에요. 기업 분석 책이나 다트(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를 찾아보는 지원자도 있는데 전 권하지 않아요.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답변을 하게 되거든요.”


경험으로 체득한 걸 녹여내는 게 중요하군요. 지원자들이 ‘자소서’ 작성을 어려워하잖아요. 경험을 담아내는 답변임에도 종종 ‘자소설’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고요.


“자신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꾸며내기 때문이죠. 그런 건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공격하기 너무 쉬워요. 성격의 장단점을 예로 들어볼게요. 면접관이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장점 같은 단점 말고 진짜 단점을 말해봐요’ 하는 순간 평범한 취준생은 무너지게 돼 있어요. 저는 쉽게 접근하라고 해요. 요즘 MBTI 검사 많이 하잖아요. 심리학자들이 써준 리포트를 응용하는 거죠. ESTJ 유형이라고 하면 추진력, 사업능력이 장점인 반면 다른 의견을 잘 듣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이런 사례에 비춰 경험을 적고, 심리학자들이 제시한 단점 극복 방법을 녹여내면 간단해지죠. 리포트로 나온 결과니 논리적 모순 없이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도 있고요.”

#직장인 편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는데 막상 회사에 가서도 허덕이는 경우가 많죠? 일잘러와 일못러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한 가지를 꼽자면 고객 중심 사고 같아요. 이때 고객은 최종 소비자뿐 아니라 조직 내 상사, 동료 모두 해당돼요. 상대를 고객으로 인식하면 누구든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어요. 공헌이란 관점에서 1차, 2차, 3차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고 그들의 요구를 어떻게 채워줄 건지 고민하는 거죠. 사업가의 자세인데 직장인도 이걸 적용하면 돼요.”


모든 관계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거군요. 


“맞아요. 고객 중심 사고를 했다면 다음은 적용과 피드백이에요. 배우는 자세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직장에서 혼이 나면 뭘 놓쳤는지 탐색하는 게 중요해요. 이때 중요한 건 목표예요. 많은 직장인이 목표 없이 주어진 일을 하기 급급하죠. 그러면 사고가 경직될 수 있는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내가 일을 못한 게 아니라 일 시킨 사람이 잘못 시킨 거다’로 귀결될 수 있어요. 목표를 주도적으로 설정하고 피드백을 적용하면 시스템화돼서 불필요한 과정이 없어지고 생산성 있는 것만 남게 돼요. 목표는 당연히 고객에서 출발해야 하고요. 고객 관점이 없으면 자기 관점에서 목표를 세우기 쉬워요. 이럴 경우 조직과 불균형이나 마찰이 생길 수 있죠. 일이 재미없으니 수동적이고, 불만만 생겨 조직을 떠날 수도 있고요.”


“일머리가 좋다”란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일못러가 일머리를 키우는 방법도 있을까요? 


“저는 시간을 기록하라고 권해요. 단순한 업무일지를 넘어 시간 자체를 분해해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는 거죠. 잠자는 시간, 버리는 시간, 일에 소요된 시간 등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돌아보면 어떤 업무를 했는지, 일에 집중은 했는지 보일 거예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은 쓸데없는 일을 없애는 거예요. 필요한 일과 쓸데없는 걸 구분하는 건 고객이 정하는 것이고요. 이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똑같은 일에도 생산성이 낮다면 그 사람에게 방법을 물어보세요. 생각하는 과정에서 기본 관점이 생길 거예요.”


일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요? 


“고객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작업부터 해 보세요. 1순위는 엔드유저, 즉 우리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최종 이용자예요. 외부 고객이라 할 수 있죠. 외부 잡음이 생길 수 있으니 무조건 1순위부터 해야 돼요. 2순위는 엔드유저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람, 즉 인접 부서, 상사, 동료가 되겠죠. 3순위는 팀 내부의 부하직원이고요. 만약 1순위 고객과 2순위 팀장의 업무가 겹친다면 팀장에게 ‘이런 업무가 있는데 팀장님이 시키신 것부터 할까요?’라고 물어보세요. 웬만한 팀장은 일의 시급성을 따져 1순위 고객의 일부터 하라고 할 거예요.”


결과적으로 선택권을 팀장이라는 고객에게 준 셈이네요. 


“요즘은 선택하는 걸 좋아하는 시대니 팀장도 좋아할 거예요. 일부 ‘인성 거지’ 팀장은 제외입니다. 실력도 관점도 없는데 자기 마음대로 하면 문제가 생겨요. 보통 일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 자신의 생각, 자신의 우선순위를 고집해요. 조직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하고 싶은 걸 먼저 하면 일을 빨리해도 성과는 낮죠. 계속 물어보면 뭐가 중요한지 답이 나와요. 물어보는 과정에서 노하우도 쌓이는데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판단하면 문제가 돼요. 반대로 일잘러는 커뮤니케이션에 유능해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고 어떤 정보를 소통해야 하는지 아니까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없이 일이 진행되죠.”


반대로 일 잘하는 상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좋은 리더는 갖춰야 할 게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방향성이에요. 리더가 방향성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것부터 해봐’ 그러고, 직원이 열심히 해왔는데 ‘아니다, 이것부터 다시 해봐’가 되는 거예요. 직원들이 고달프죠. 똑똑한 상사라면 가급적 먼저 고민하고 가설과 전략을 세워 팀원들과 공유할 거예요. 최소 시간으로 최고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낼 수 있도록요. 그래서 상사가 힘든 거예요. 두 번째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상사예요. 상사의 어려움을 직원들이 해결하게 만들면 안 되죠. 직원들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지켜보면서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뚫어주고 대신 의사소통도 해주면서 구성원이 맡은 바를 성취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세 번째는 본이 되는 사람이에요. 리더는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솔선수범하고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먼저 퇴근해주는 상사도 좋아요.”


재밌네요. 상사의 리더십이 일잘러와 유사한 맥락인데요?


“기업들이 제시하는 인재상은 결국 리더십상이에요. 대기업이 제시하는 글로벌, 최고 지향 인재상 같은 건 추상적이죠. 잘못 인식돼 있어요. 오히려 일잘러의 공통적인 특징이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더라고요. 신입사원으로 시작해도 직장생활 과정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나중에 리더가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잘러보다 리더가 되라고 해요. 리더 입장에서 일을 바라보고 고민하면 답이 나올 거예요. 물론 내가 리더가 되면 저런 행동을 주의해야지, 하는 반면교사 노트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요.”

일 못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네 가지


소요 시간 

일못러는 일을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많이 해도 항상 시간에 쫓길 수밖에. 깔끔하고 정확하게 일 처리하는 걸 다 떠나서 일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직장인은 대부분 반복되는 일을 한다. 시간을 기록해서 소요 시간을 예측해야 한다.


공헌 포인트 

일은 열심히 하는데 고객이 원하는 걸 모르는 상황이 많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대부분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생각해보자. 최종 소비자부터 업무에 영향을 주는 상사까지. 고객이 원하는 걸 모르겠다면 질문하고 요구를 파악해라. 연륜 있고 경험 많은 상사는 당신보다 일 잘할 확률이 높으니 상사란 고객에게 묻고 또 물어라.


강점 찾기 

일못러는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관심이 없다. 주어진 일만 하니까 잘하는 걸 먼저 제안하지 못하고 다시 주어진 일을 반복한다. 잘하지도, 해보지도 않은 일을 하니까 재미는 없고 시간에 쫓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잘하는 걸 계속하면 패턴이 생기는데, 시간이 단축되고 노하우가 쌓이는 날 발견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주도성이다. 회사는 “먼저 하겠다”고 말하는 주도적인 인물을 원한다.


우선순위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고객이 뭘 원하는지도 알겠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일못러도 있다. 이들은 과제를 세부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쉬워 보이는, 급하지 않은 일부터 처리한다. 전체 업무를 바라보고 중요한 것부터 하자. 업무 기획을 하지 않아 후순위 업무부터 하게 되면 정작 선순위 업무의 데드라인을 놓칠 수 있다.


글 톱클래스 선수현

사진 톱클래스 서경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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