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탈락시킨 아이디어로 120만명 사로잡고 130억

조회수 2020. 9. 1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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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최고급 교육을 99% 대중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
실시간 영어 회화 플랫폼 ‘튜터링’
영어 콤플렉스에서 아이디어 얻어 창업
예약하지 않아도 언제나 이용 가능해

영어가 콤플렉스였다. 특히 회화가 어려웠다. 해외 지사와 전화할 일도 많았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학원도 다니고 전화 영어도 해봤지만, 회사 일로 바빠 돈만 날리기 일쑤였다. 별로 효과도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원어민과 과외 수업을 받았는데 그때 실력이 그나마 늘었다. 이거다 싶었다. 나처럼 영어가 콤플렉스인 사람들을 위해 원어민과 학생을 1대 1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회원수 120만명, 지난해 연 매출 130억원을 달성한 모바일 회화 플랫폼 서비스 ‘튜터링’의 시작이다.


튜터링은 수강생이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원어민과 영어 회화를 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플랫폼이다. 어플리케이션(앱)을 켜면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원어민 튜터가 대기하고 있다. 원하는 강사를 클릭하면 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기존에 예약을 잡고 약속한 시각에 전화가 오는 전화영어와 달리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플랫폼을 만들었다. 김미희(37)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튜터링
튜터링 김미희 대표

◇영어 콤플렉스에서 창업 아이템 떠올려


-창업 전까지 무슨 일을 했나. 


“삼성전자에서 10년 정도 일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솔루션·상품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했습니다. 2009년 갤럭시 S 시리즈가 등장했던 무렵부터는 UX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갤럭시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와 서비스 UV를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했어요.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 대해 관심이 커졌습니다. 제 아이디어를 시장에 구현해내고, 또 사람들이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죠. 그런데 아무래도 회사에 있다 보니 직무 한계가 있었습니다. UX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기획이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내면 핀잔을 듣기도 했거든요. 또 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시장에 내보내기까지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렸어요. 그 과정에서 너무 지치기도 했고요. 한 6년 가까이 고민하다가 2015년 말 사표를 냈습니다.” 


-튜터링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영어 콤플렉스가 있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봤기 때문에 기존 영어 회화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사실 영어 회화 수업이 어떻게 보면 고급 수업으로 통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전화영어 같은 경우도 콜센터 유지 비용 등 기본적인 체제 운영비가 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그 비용이 일부 전가될 수밖에 없거든요. 콜센터를 없애고, 학생과 튜터를 1대 1로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학원이나 전화영어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업을 제공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또 미리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돈을 날릴 걱정도 없앨 수 있고요. 


2011년도 즈음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삼성 사내 공모전에 나갔는데, 그때는 탈락했어요. 하지만 확실히 영어 실력이 늘 수 있는 서비스이고, 많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라는 확신이 들어서 퇴사 후 여러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튜터링을 창업했습니다.”

출처: 튜터링
지난해 100명의 튜터와 함께 모였던 튜터링 콘퍼런스 당시 모습

◇언제 어디서나 튜터와 연결할 수 있고 비용은 줄여


-다른 영어 회화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가장 큰 차별점은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앱만 켜면 튜터가 상시 대기하고 있어요. 30초 만에 바로 튜터와 연결이 가능하고,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대화할 수 있죠. 기존에 대화했던 튜터와 계속할 수도 있고, 새 튜터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튜터들을 여러 단계에 걸친 검증 끝에 뽑기 때문에 교육의 질도 높아요. 가성비도 좋습니다. 원어민과의 회화는 비교적 고가였는데, 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췄습니다. 월 3만원대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강사는 어떻게 모집하나. 현재 강사 수는. 


“현재 약 1000여명 이상의 튜터가 활동 중이며, 국내 교육운영팀 스탭을 포함하여 해외의 스탭 조직이 함께 튜터를 채용하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튜터 채용 경쟁률이 평균 10대 1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원들이 거의 문을 닫으면서 지원자가 더 늘어났어요. 경력직을 위주로 뽑기 때문에 실력은 대부분 갖추고 있는 분들이라 태도와 상호작용 능력 등을 위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튜터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이라도 바쁜 직장인 지친 대학생이 힐링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튜터와 감정적인 유대감을 갖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고민 상담이나 일상 이야기, 드라마나 헬스 등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만들었는데요. 그만큼 튜터도 수강생과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고 있습니다.”

출처: 튜터링 앱 캡처
지금 접속해있는 튜터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카테고리별로 튜터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영어 외 다른 서비스도 출시했다고.


“중국어 회화 서비스인 ‘튜터링 쨔요’를 올해 초 별도 앱으로 내놓았습니다. 최근 ‘튜터링 초등’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튜터링 초등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모바일이 아닌 웹과 태블릿 기반 서비스입니다. 화상으로 튜터와 함께 콘텐츠를 보면서 그림 그리기 등 재미있게 수업하는 방식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어마을을 컨셉으로 함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회화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튜터링 초등도 제 생활 속 아이디어였습니다. 몇 년 전 딸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었는데, 제대로 적응을 못 해 오히려 영어 울렁증이 생겼어요. 몇 개월 다닌 후에 바로 일반 유치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제가 몇 달 가르쳤는데 지치더라고요. 저처럼 엄마표 영어에 지친 학부모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 해서 튜터링 초등을 개발했습니다.” 


◇팀 문화가 중요 “회사 성장보다 개인 성장, 빠른 실패 지향” 


-코로나로 인한 위기는 없었나. 


“부정적 영향도 있었지만, 사업 다각화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어·어학 쪽은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산업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 세계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저희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새로 출시한 튜터링 초등 호응이 좋았고, 비대면 수업이 주목받으면서 B2B 수업을 의뢰하는 기업 고객이 늘었습니다.” 


-본인만의 경영 철학이 있다면. 


“팀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4명으로 시작한 조직이 지금은 약 70명으로 늘어났는데요. 규모가 커져도 팀 문화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먼저 내재 동기가 강한 분들, 자기 주도적인 분들을 채용하고 있어요. 그 효과를 보기 위해 모든 팀원이 모이는 타운홀 미팅도 많이 하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또 항상 why부터 시작해서 본질에 대해 통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세 번째로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빠른 실패를 지향합니다. 사실 아이디어가 10개 있다면, 그중 9개는 실패하거든요. 저희는 최대한 작고 빠르게 도전해서 실패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배워나가는 방향을 지향합니다.”

출처: 튜터링
튜터링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위) 모든 직원이 모여 대화하는 모습과 지난해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던 당시 모습(아래)

-목표는.


“‘1%의 최고급 교육을 99% 대중에게 선사한다’는 게 저희의 비전인데요. 이런 비전을 바탕으로 경제력이 교육을 지배하지 않는 시대를 만들자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가의 서비스 중 하나였던 1대 1 영어 회화를 비교적 저렴하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지구 인구가 70억명이라면, 온디맨드 모바일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 1억명은 되지 않을까요? 저희는 아직도 1%의 서비스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삼은 미션을 바탕으로 계속 서비스를 보완하고 학습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 중입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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