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벼랑 끝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데이유즈', 뭔가 했더니..

조회수 2020. 9. 14. 06: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손님,특급 호텔에서 '쉬다'가시죠."

코로나에 손님 줄자 대실 서비스까지 내놓는 특급호텔들

미국서 불륜 커플 위해 시작… 한국서도 ‘대실=불륜’

실상은 호캉스·재텔족에 인기… “나쁜 이미지 곧 바뀔 것”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특급 호텔들도 콧대를 낮추고 있다. 외국인 손님이 전무하니 내국인 손님 유치에 사활을 건 것이다. 반값 할인은 말할 것도 없고, TV홈쇼핑에서 객실을 팔기도 한다. 하지만 제일 충격적인 것은 역시 대실(貸室) 서비스 도입일 것이다. 대실이란 시간제로 방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 주요 호텔들은 숙박은 하지 않는 대신 하루 몇 시간을 호텔에 머물며 방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실 서비스를 ‘데이유즈’(Day-Use)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0만원 미만도 많다. 아무리 공실(空室)이 많아도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유지를 위해 좀처럼 잘 쓰지 않던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실이 그렇게 불편한가? 대실을 대실이라 부르지 못하고 복잡한 영어 이름을 붙여줘야 할 정도로 창피한 것인가? 


◇‘모텔=대실=불륜’

모텔의 대실 요금표들. /인터넷 화면 캡처

모텔업계에서 대실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것은 ‘모텔’, ‘불륜’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실제 대실 서비스는 모텔에서 시작됐다. 모텔은 '차(Motor)'와 '호텔(Hotel)'의 합성어로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등장했다. 초창기 모텔은 숙박시설이라기보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더 가까웠다고 한다. 주차를 할 수 있는 넓은 마당 한 켠에 1층엔 식당·소매점, 2층엔 숙박시설이 있는 건물이 있다. 이 숙박시설의 주 고객은 장거리 뛰는 차량 운전수 등이었다.

영화 ‘연애술사’의 한 장면. /인터넷 화면 캡처

1920년대 자동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텔에는 기존 고객과는 확연히 다른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불륜 남녀들이었다. 이들에게 승용차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마차를 타고 불륜을 즐기러 가려면, 일단 마부(馬夫)를 매수해야 하지 않나. 승용차를 타고 세인의 눈을 피해 외곽으로 나간 불륜 커플은 모텔을 찾았다. 은밀하게 잠시 머물다 가려는 소비자와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공급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대실 산업은 급성장했다.


◇90년대 한국 상륙한 대실서비스

주차장에 가림막을 설치해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한 모텔. /인터넷 화면 캡처

하지만 미국의 모텔 문화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지경에 이르렀다. 1940~50년대 철퇴를 맞고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이 대실 서비스가 50여년 뒤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부활한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정부는 깔끔한 숙박시설이 필요했다. 기존의 여관이나 여인숙에 ‘파크텔’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좀 더 고급스럽게 단장하도록 했다. 객실 수도 대거 늘렸다.


올림픽은 한 철이다. 숙박시설이 대거 늘어났는데, 이제 어떻게 돈을 버나. 1990년대 들어 파크텔은 모텔로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모텔은 불륜 커플을 유치해 생존을 도모한다.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실서비스로 회전율을 높였다. 모텔은 주차장에 가림막을 설치해 외부 시선을 차단해주고 손님들을 받았다. 1990년대 후반에 가면 모텔촌은 풍기문란의 주범 취급을 받게 된다. 모텔들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젠 호텔에서 파티하고 재택근무하는 시대

한 특급호텔의 수영장. /조선DB

이후 모텔들은 눈부신 변화를 겪는다. 음습한 불륜의 현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물론 여전히 활용되고 있긴 하다) 20대 청년들이 친구들과 모여 게임을 하거나 조별 과제를 하고, 파티를 즐기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최근 국내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대실 서비스 역시 불륜과는 거리가 멀다. ‘호캉스족’을 겨냥한 상품들이다. 호텔 수영장·피트니스 등 다양한 시설을 활용하며 호사스러운 휴식을 취한다. 요즘엔 호텔로 출근하는 직장인도 있다고 한다. 재텔(재택+호텔) 근무'라고 한다. 집에선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카페를 갈 수도 없는 직장인들을 노린 상품이다. 지금은 대실이란 말이 좀 쑥스럽겠지만, 이 또한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