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인도 배달원도 '너무 힘들다' 곡소리, 결국 결론은

조회수 2020. 9. 1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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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2시간 지나도 안오는 배달앱 라이더, 알고보니..

코로나 재확산에 수요 폭증하자 ‘배달대란’

라이더 모시려고 기본요금 올리는 배달앱업체

요금 올라 수익성 악화된 식당들 볼멘소리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라이더 단체…


최근들어 코로나19 재확산에 집중호우·태풍까지 겹치면서 음식 배달 수요가 폭증해 '배달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배달음식 시장의 급성장으로 배달원(라이더)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업체 간 라이더 쟁탈전도 벌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주요 배달대행 업체들은 음식점을 상대로 받는 배달 기본료를 속속 인상하고 있다. 업체들은 라이더를 확보하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식당들은 식당들은 기본요금이 자꾸 오르면 버티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배달료 때문에 수익이 악화돼 차라리 배달을 하지 않겠다는 식당도 나온다. 라이더 단체들은 안전운행을 위해 지금보다 요금이 더 올라야 된다고 한다. 대체 누구 얘기를 들어주면 되는 것일까. 적정 기본요금이란 대체 얼마일까. 


◇배달비 부담에… 전속 배달원 구하는 식당도

/조선DB

8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주요 배달앱 결제 금액을 추정해본 결과 1조2050억원에 달했다. 물론 역대 최고치고, 전월보다 28% 훌쩍 늘어난 수치다. 진짜 배달 많이 시켜먹는다. 그러니 라이더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8월 들어 주요 배달업체들은 기본요금을 일부 지역에서 올리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는 지역에 따라 기본요금을 500원에서 많게는 2000원씩 올렸다. 식당이 소비자에게 받은 배달비는 3000원 안팎이지만 야간이나 비가 올때는 할증이 붙어 6000~7000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식당이 소비자에게 받는 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고스란히 식당의 부담이다.


배달 요금이 늘며 식당들의 불만이 폭증되고 있다. 아예 배달대행 업체를 끊고 과거처럼 전속 배달원을 고용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5) 씨는 “배달 요금 인상으로 월 150만원 정도 부담이 늘었지만, 서비스는 더 형편없어졌다”고 했다. 배달앱 기사들이 주문을 받아주지 않아 1~2시간씩 배달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 화가 난 이용자는 식당에 전화를 해 항의를 하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 그는 “라이더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처럼 콜을 잡으면 한 번에 여러 개의 배달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해 일반 식당의 콜은 잘 안잡는다”고 했다. 배달 지역이 주문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곳인 경우에도 라이더들이 콜을 잘 잡지 않는다. 한 밤중에 택시 잡을 때 ‘비인기 지역’은 승차거부 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게 무슨 혁신? 그저 옥상옥일 뿐”

한 식당 주인이 ‘배달의민족’ 앱에 올린 공지. /인터넷 화면 캡처

배달대행 업체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돈을 올려주지 않으면 기사들이 오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작은 자영업자 식당 배달 콜을 강제로 잡게 할 수도 없다는 것. 라이더 몸값이 치솟은 것은 최근 코로나 탓에 주문량이 많아진 것도 이유지만, 쿠팡 등이 배달 사업에 진출한 것도 한 몫 했다. 기존 업체들과 일하던 라이더들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제대로 된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와 식당 중간에서 이윤만 빼가려는 것 아닌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서울의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배달앱이 무슨 혁신산업인 척 하는 꼴 정말 보기 싫다. 저들은 그저 옥상옥일 뿐이다. 앱 지웠다. 앞으로 단골 식당에 직접 전화해서 주문할 것이다.”


라이더들은 “마치 우리가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한다. 일각에선 연봉 1억원이 넘는 라이더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돈을 벌려면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라이더는 “물가는 올라도 배달료는 10년째 3000원”이라며 “그동안 이렇게 싸게 운영된 것이 문제인 것이지 지금 인상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라이더 단체들은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들이 식당 주인에게 받는 수수료를 깎아 소상공인을 살리라”고 한다. 돈되는 콜만 받고 소규모 식당 콜은 안받는 것은 시스템 탓이다. 


◇결국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듯

이젠 너무 익숙해져버린 배달앱. /인터넷 화면 캡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배달비는 그저 ‘추가 비용’이다. 배달비 부담이 커진 식당들이 음식값을 올릴까 걱정이다. 실제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식당들이 많다고 한다. 배달지연 등 황당한 서비스에 질렸다는 이들도 많다. 요컨대 소비자들은 싸면서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한다. 대체 그런 서비스가 어디 있나 싶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선형(38)씨는 2년 전부터 배달앱을 쓰기 시작해 요즘에는 1주일에 3~4회 배달앱을 이용한다. 그는 “배달앱 없을 때도 밥 잘 먹었는데, 이젠 배달앱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익숙해지자 가격을 올린다니 마치 신발 신는 것에 익숙해져 이젠 맨발로 걷지 못하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라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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