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가장 많이 쓴 일회용품이 뭔 줄 아세요?

조회수 2020. 9. 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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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다 바뀌었는데..끓여서 쓰는 OO 만들어요"
류주현 공드린 대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물건 보고
식품 등급 실리콘 빨대 제작해

“일주일 동안 사용한 일회용품을 쭉 나열해봤어요. 그중 가장 많은 게 빨대였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1억8000만개. 스타벅스코리아가 집계한 2017년 스타벅스 매장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이다.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 빨대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8년에는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의 피 흘리는 모습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최근 커피 전문점에서 종이 빨대를 도입하는 등 플라스틱 빨대 퇴출 움직임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다시 늘고 있다.


류주현(40) 공드린 대표는 직접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빨대를 만들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빨대 소비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다. 인체에 무해한 식품 등급 실리콘으로 제작한 ‘고양이 빨대(Cat Straw)’, ‘공룡 빨대(Dinosaur Straw)’를 제작했다. 지난 4월 공드린 실리콘 빨대는 와디즈에서 목표금액 1300% 펀딩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류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공드린 제공
류주현 대표.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디자이너로 일하기 전까지 벽화가로 활동했어요. 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했거든요. 8년 정도 작업하니까 몸과 마음이 지쳤고, 타성에도 젖었어요. 그림만 그리다 보니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우선 제품 디자이너가 모인 레지던시에 들어가 디자인을 배웠어요. 벽화를 그릴 때 조형물도 함께 만들었는데, 부조(浮彫·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것) 벽화 경험을 살려 3D 제품을 제작했습니다. ‘공드린월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해 8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공드린은 어떤 회사인가요.


“차 우림기 같은 생활용품과 주방용품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동물 그림을 넣은 티 태그(tea tag)가 포인트인 티백도 제작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티 태그는 책갈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관련 특허도 출원했습니다. 2016년 선보인 티백은 일본에서만 17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요. 디즈니, 텐바이텐과 협업해 곰돌이 푸와 미키마우스 우림기도 만들었습니다.”

출처: 공드린 제공
류 대표가 처음 디자인한 테이프 디스펜서와 실리콘 빨대 캣스트로우.

-친환경 빨대를 만든 계기가 있나요.


“마음속으로는 항상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제품 디자이너로서 처음 만든 게 플라스틱 테이프 디스펜서였어요. 해외 전시에 제품을 들고 갔더니, 유럽 바이어들이 ‘제품은 예쁜데 소재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라고 했어요. 전시가 끝나고 마켓을 돌아보니 소재부터 포장까지 환경에 신경 쓴 제품이 많았습니다. 이때가 2015년이었는데, 유럽에서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친환경 습관을 실천하고 있었어요. 기능이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소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러던 중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한 가족이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1년 동안 살아남는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이에요. 책을 보고 나서 일주일 동안 제가 쓴 일회용품을 나열해봤어요. 가장 많이 나온 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습니다. 그래서 재사용할 수 있는 빨대를 만들기로 했어요.”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제품 개발을 위해 자료를 찾았어요. 스테인리스 빨대는 금속 맛이 나서 음료 본연의 맛을 해친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최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있는데, 종이 빨대도 한 번 쓰고 버리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러다 실리콘을 발견했습니다. 실리콘 빨대는 소재 특성상 잘 휘어서 빨대로 쓰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컵에서 빨대가 이탈하는 것을 막는 홀더를 끼우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출처: 공드린 제공
디자인하는 류 대표.

홀더에는 공드린만의 아이디어를 넣고 싶었어요. 회사 직원 모두 동물을 좋아합니다. 동물이라는 대상이 주는 따뜻함이 제품에도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벽화가로 활동할 때도 동물을 많이 그렸고요. 그래서 고양이, 공룡 등 동물 형태가 들어간 홀더를 만들었어요. 면 파우치도 함께 제작했습니다. 최대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면을 코팅해 방수 기능을 넣을 수 있었지만, 버릴 때 분해가 힘들어져 순면을 썼어요. 마감까지 환경을 생각했죠.”


-실리콘 빨대의 특징을 꼽는다면요.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식품 등급 실리콘 100%로 제작해 인체에 무해합니다. 홀더를 통해 실리콘 소재의 단점도 보완했어요. 열탕 소독을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끓는 물에 1분 정도 담갔다가 빼면 소독이 끝나요. 다른 그릇과 함께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괜찮고요. 빨대 안쪽을 닦을 수 있게 세척 솔도 함께 드려요.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출처: 공드린 제공
실리콘 빨대는 열탕 소독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성과를 냈다고요.


“지난 4월부터 한 달 동안 와디즈에서 100만원을 목표로 펀딩을 했어요. 568명의 서포터가 1300만원을 펀딩해주셔서 1300%를 달성했습니다. 실리콘 빨대 부문에서 가장 큰 금액이었어요. 제품을 만든 취지에 공감해주시는 분이 많아 보람이 컸어요. 6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2달 동안 1만개가 팔렸습니다. 또 9월부터는 스페인에도 1만개를 수출해요. 지난 2월 해외 전시에서 만난 바이어가 샘플을 보더니, 대량 주문을 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판로를 넓힐 계획이에요.”


-앞으로 계획은.


“코로나19 사태가 오면서 평소 당연하게 누려오던 일상생활이 큰 영향을 받았어요. 다른 쪽으로 바라보면 지금이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봐요. 제품 디자이너로서 고객에게 기분 좋은 소비 경험을 제공할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낭비를 줄이면서 즐거움을 드리는 친환경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예요. 실리콘 빨대 말고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입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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