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 17살차, 5남매 장남이라 남들보다 고민 많았죠

조회수 2020. 8. 3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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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개 고교 학생 1만명이 가입했다는 이 서비스는
학생부종합전형 준비 도와주는 ‘학쫑’
고액 입시 컨설턴트가 하는 일 AI로 구현
입시·진로 교육 소외된 학생들 이용 가능
수백만원 컨설팅 안받고도 대학입시 준비
골목상권 살리듯 도와주는 ‘교육계 백종원’ 목표

“대학 입학 전형 중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자기가 가려는 학과에 맞춰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정석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에요. 서울 대치동 같은 입시 특수 지역에서는 300만~500만원을 내고 고액 컨설팅을 받으면서 학종을 대비합니다. 그러나 그 외 대다수 친구는 손을 놓고 있어요. 고액 컨설팅처럼 아예 다 밥상을 차려주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어떻게 뭘 준비해야 하는지 재료를 차려주자는 생각으로 ‘학쫑’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학쫑은 쉽게 말해 학생기록부에서 성적 외에 모든 것을 케어해주는 서비스다. 성적과 목표 대학·학과 등을 입력하면 AI가 수업 시간에 발표할 주제, 어떻게 주제를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가이드북, 탐구 보고서 양식 등을 제공한다. 각 교과 선생님이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기록부 교과세부특기사항을 적기 때문에 진로에 맞게 일관성 있는 활동을 해야 학종 전형에서 유리하다. 서비스를 만든 잡쇼퍼 권기원(27)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잡쇼퍼
잡쇼퍼 권기원 대표. 교육부 장관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수상했다.

◇베타 서비스 출시 4주 만에 약 1600개교 학생 1만명이 가입


-실제 학생들의 수요가 있나. 


“수요를 검증하기 위한 작업을 거쳤습니다. 입시 커뮤니티에 학과에 맞는 과목별 발표 주제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을 올리자 조회수가 4000이 넘었고, 신청이 100건 넘게 왔어요. 해당 게시판 평균 조회수가 50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반응이었죠. 또 저희가 만들어놓은 베타 서비스 가입자가 4주만에 1만명이 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을 내고도 이용할 만한 서비스인지 검증하기 위해 학과에 맞는 과목별 탐구 주제를 PDF 형식으로 팔아봤어요. 한정 수량으로 초기 100개를 9900원, 다음 100개를 1만2900원 이런 식으로 3000원씩 올리며 판매했는데 4차까지 완판됐습니다. 현재는 판매를 중지하고, 정식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판매할 때 한 청각장애인 학생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열심히 용돈을 모았는데 매진이라 살 수가 없다, 어떻게 구할 수 없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학생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서비스 후기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해도 한 달에 약 10명 정도 장학생으로 선정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정식 출시는 언제 예정인가. 


“학생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판매하기보다는 학원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PDF 형식으로 판매도 해봤지만, 직접 판매는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또 학부모님들은 인터넷보다는 믿을 만한 사람이 말해주는 내용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요. 영업과 마케팅팀을 꾸리지 않는 대신 학원 원장님들이 그 역할을 해주는 방식으로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원 입장에서도 부가적인 수익창출원이 될 수 있죠.”

출처: 잡쇼퍼
학쫑 서비스 예시(왼쪽)와 전국에서 학쫑 서비스에 가입한 학생들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오른쪽).

-서비스는 직접 개발했나.


“개발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팀원이 맡아서 했고, 서비스 기획과 설계 등에는 직접 참여했습니다. 저는 고려대에서 경영학과와 소프트웨어벤처 융합전공을 했는데요. 소프트웨어벤처 융합전공은 컴퓨터학과랑 소프트웨어 기반 창업 준비하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프로젝트식으로 수업을 합니다. 융합전공을 하면서 기초 개발 지식을 쌓았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AI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는 게 아니라 잘 구현된 기술을 가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술 자체보다는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가공하는 게 중요한데요. 학쫑 서비스가 잡쇼퍼가 출시한 세번째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쌓아둔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교한 학습 모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8번 창업 도전한 ‘연쇄 창업가’ 


-학쫑 이전에도 다른 서비스가 있었나. 


“2017년 5월 잡쇼퍼를 창업했고, 학쫑 서비스가 세번째 서비스입니다. 첫 서비스는 맞춤형 진로 검사 서비스였습니다. 교육부 장관상도 받고, 600개 학교에서 사용했지만,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최저가 입찰밖에 할 수 없어서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두번째 서비스는 진로 중심의 진학 서비스 ‘메이저맵’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데 어떤 학과를 가야 할 지 학과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와 입학처 홈페이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든 사이트를 참고해 각 학과에서 어떤 과목을 배우는지, 학과별 추천도서는 뭔지 등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입자가 12만명이 넘었습니다. 작년에 메이저맵 서비스를 바탕으로 ‘대학정보백과’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인문편, 자연편 각각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입시 서적 베스트셀러 2~3등에 들었습니다. 책 판매 수익과 부가 수익으로 작년 매출을 2억원 올리기도 했어요. 


메이저맵 서비스는 현재 아예 새 대표님을 모셔서 분사시켰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검증된 서비스라는 강점을 살려서 올 하반기 미국 버전 메이저맵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커리큘럼과 교재를 사용해 전공 수업을 하므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을 때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출처: 잡쇼퍼
첫 서비스였던 잡쇼퍼(왼쪽)와 두번째 서비스였던 메이저맵(오른쪽). 메이저맵은 각 학과와 관련있는 키워드 등을 시각화해서 보여줬다.

-창업을 한 것도 잡쇼퍼가 처음이 아니라고.


“대학교 입학해서 꾸준히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입학해보니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정신 차려서 공부한 친구도 있었고, 어려운 형편에서도 마음 잡고 열심히 공부한 친구도 있었죠. 학생들에게 이 친구들 이야기를 해주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대학교 1학년 때 강연 관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소속사처럼 스피치나 발성 등 공통교육을 해준 다음 강연 스케줄을 잡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죠. 하지만 대학생이 강연 가서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한정적이었어요. 동아리처럼 한다면 소소한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사업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보관함 사업도 구상했었는데요.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에서 쇼핑하고 숙소에 들러 짐을 다 놓은 다음에 다시 나와서 다른 지역으로 쇼핑하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명동 땅값이 비싸서 물품 보관함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짐을 놓기 위해 명동 근처 숙소를 잡는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숙소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버스를 떠올렸습니다. 쇼핑을 하고 버스에 짐을 놓으면 본인의 숙소로 짐을 배송하는 시스템이었죠. 버스 회사에서 버스를 무상임대해 주고 광고판을 만들어주겠다고 하기도 했고, 물품보관함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런데 같이 아이디어를 냈던 친구가 개인적으로 바빠서 사업을 못 할 것 같다고 해서 같이 접었습니다. 혼자서도 해보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같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혼자 사업하기가 좀 꺼려졌던 것 같습니다. 많이 어렸죠. 


이외에도 옷을 잘 못 입는 중국인 남성들을 위한 온라인 편집샵, 기초 화장품 사업, 출판 사업 등 사업에 8번 도전했습니다. 잡쇼퍼는 사실 사업을 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 대외활동을 하면서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나갔던 아이템이었어요. 반응이 좋아서 사업으로 이어졌고, 서비스를 바꿔 가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잡쇼퍼
학부생 때 창업을 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템에 대한 수요조사를 하기도 했다.

◇진로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게 목표


-창업에 원래부터 뜻이 있었던 건가. 


“5남매 중 장남이고, 고2 때 17살 차이 나는 막내동생이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진로 고민을 일찍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마친 진로 상담 선생님이셨는데, 진로를 정하려면 먼저 저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너는 경험도 짧으니 고민하기보다는 차라리 네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롤 모델을 정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자서전을 많이 읽고, 실제 자서전 쓰신 분들에게 연락해서 만나 뵙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창업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신 분은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님입니다. 고등학교 때 창업 후 사업에 실패했고, 다시 온오프믹스를 창업하기까지 이야기를 적은 블로그를 보고 창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양 대표님이 창업할 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고 싶다는 생각에 우선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자고 결심했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전교생이 약 200명이라면 180등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잡고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노력했어요. 덕분에 원하는 대학·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잡쇼퍼
가족 사진과 5남매 사진(위). 고등학생 때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를 찾아갔을 때 사진과 2019년 다시 양 대표를 만나 식사를 대접했을 때 사진(아래).

-계속 다른 아이템에 도전할 것인가.


“엑시트(Exit)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하는 일은 자갈밭을 개척하는 일까지라고 생각해요.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 시장에 뛰어들어 자갈밭을 개척하고 비옥하게 만드는 것까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후 더 자본력 있고 마케팅 역량이 있는 회사들이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기반 기업이나 교육기반 기업과 M&A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분야 사업이나 VC 심사역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교육업계의 백종원’이 되고 싶습니다. 원래 잘하던 애들이 아니라 입시·진로 교육에 소외되어 있던 친구들도 최소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진로 관련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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