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살인데 아직까지 '섹시퀸'·'댄싱퀸'으로 불립니다

조회수 2020. 8. 3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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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니까 오~케이!

역시 엄정화다. 지난 8월 12일 개봉한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엄정화는 특유의 코믹 연기부터 멜로, 액션까지 직접 소화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촬영에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액션 스쿨을 다니며 훈련을 받은 그는 난이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며 스태프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엄정화만큼 배우와 가수로서 모두 성공 궤도에 오른 인물이 또 있을까.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엄정화는 영화 속 OST ‘눈동자’를 직접 불렀고, 같은 해 ‘눈동자’를 타이틀곡으로 1집을 발표하면서 가수로도 데뷔했다. 이후 ‘배반의 장미’ ‘포이즌’ ‘초대’ ‘몰라’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가요 차트를 휩쓰는가 하면,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했다. 1990년대를 지나온 이들에게 엄정화는 여전히 ‘섹시퀸’ ‘댄싱퀸’으로 남아 있다.


배우로서 필모도 화려하다. 엄정화는 파격적이면서도 시대를 대변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준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비롯해 멜로와 코미디,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해운대〉로 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린 그는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아 분투한 〈몽타주〉로 제50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흥행 배우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엄정화는 늘 자신만의 색으로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그의 연기는 여배우를 앞세운 작품에서 더 빛났다. 〈오로라 공주〉 〈댄싱퀸〉 〈미쓰 와이프〉를 비롯해 이번 영화 〈오케이 마담〉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름 자체로 타이틀을 만들어왔다. 데뷔 만 일 차를 앞두고 엄정화는 “돌이켜보면 시간이 그만큼 빨리 지나간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그 부분에 감사해요. 제가 해온 일들이 직업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매순간 다음에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사람의 연기 


코믹 액션 영화 〈오케이 마담〉은 〈미쓰 와이프〉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에 엄정화는 얼굴빛이 상기된 모습이었다. 긴장이라기보다 기대에 가까운 떨림 같았다. 


“제목부터 욕심났어요. 〈미쓰 와이프〉나 〈댄싱퀸〉과 겹쳐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요. 촬영하면서 정말 재밌었어요. 냉철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독일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보니 영화에 대한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시장에서 남다른 손맛의 꽈배기를 파는 억척스러운 아줌마 ‘미영’으로 분한 엄정화는 우연한 기회에 첫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테러범에게 공중 납치된 비행기 안에서 뜻밖의 활약을 펼친다. 그는 “전부터 액션물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쉽지 않은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투자가 확정되기 전부터 연습했어요. 시간이 모자랄까 봐서요. 몸에 밴 것처럼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훈련 때도 발차기와 돌려차기가 어려웠는데, 비행기 안이 좁다 보니 다칠까 걱정돼서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어요.”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엄정화는 “힘들지만 해내는 걸 좋아한다”고 답하며 특유의 ‘코 찡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번 영화를 연출한 이철하 감독은 엄정화의 장점으로 ‘성실한 태도’를 꼽는다. “엄정화 스스로도 이번 영화가 자기 인생에서 어떤 터닝포인트가 될지 잘 알고 있더라”며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사람이 연기할 때 진짜 짠한 코미디가 나온다는 걸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몇 년간 엄정화는 대중에서 한 발짝 떨어진 삶을 살았다. 큰 위기도 있었다.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면서 가수 생명에 위기를 느끼기도 했다. 대중에서 멀어질수록 조바심도 났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점차 평안을 찾아갔다. 


그 시간 동안 하나의 수확이라면 일상을 즐기게 된 것이다. 저탄고지 식사를 하며 건강도 회복했고, 요가로 몸과 마음을 수련했다. 무엇보다 서핑은 그에게 삶을 대하는 시선을 바꾸게 해준 계기가 됐다.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을 못 견뎌 했는데 서핑을 하며 깨달았어요. 나를 위해 주어진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바다에 떠 있을 때 인생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도 들었고, 기다림도 나름 즐기게 됐어요.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에요.”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가요계 맏언니 

올해 나이 쉰하나.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는 엄정화는 후배 가수들의 워너비로 손꼽힌다. 이효리는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서른 살이 되면 댄스가수는 못 할 줄 알았는데, 엄정화 언니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전의 제 영상들을 보면 너무 어리고 예뻐요. 하지만 그때는 몰랐죠. 늘 뭔가 부족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나이가 들면 내 일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고요. 후배들이나 여성들이 나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길 바라요.”


엄정화는 이효리의 초대로 제시·화사와 함께 ‘센 언니들’의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를 결성하고 활동을 앞두고 있다.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어요. 후배들과 만나서 ‘우리가 음악을 만들면 어떤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는 곁에서 힘이 돼주는 존재이고 싶어요.”


엄정화는 항상 트렌드에 앞서 있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그를 달리게 해온 원동력은 지치지 않는 도전이다. 그의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설지 기대되는 몇 안 되는 가수이자 배우다.


엄정화는 10집 앨범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을 발표하며 SNS에 이런 글을 남긴 적 있다.


“이번 앨범으로 예전의 인기를 되찾으리라는 기대나 포부는 없어요. 여전히 멋지게 무대에 설 수 있고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자 솔로 가수로서 제 나이에 해내기엔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Why Not! 엄정화는 지금도 여전히, 모든 인생의 무대에서 외친다. “I’m OK.”


글 톱클래스 서경리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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