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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에 7만5000원 번다는 할머니 말에 충격 받은 뒤..

조회수 2020. 8. 2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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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월급 7만5000원..폐지 줍는 할머니를 본 손자가 벌인 일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하루 8시간씩 한 달을 꼬박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고작 7만5000원. 땡볕에도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도 생계를 위해 폐지를 주워야 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2018년 서울시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폐지를 주우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의 절반가량은 월 10만원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74.5%가 만 76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이들에게 좀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과 함께 수제 노트, 마스킹 테이프 등 제품 제작을 한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사회적경제 복합커뮤니티센터인 소셜타운 내 사무실에서 ‘아립앤위립’의 심현보(29) 대표를 만났다.

출처: 아립앤위립 제공
‘아립앤위립’의 심현보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예비 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을 운영하는 심현보입니다.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직장 생활을 하던 심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폐지 줍는 할머니를 보고 나서였다.


“어느 날 할머니 댁에 갔는데 할머니께서 폐지를 주워서 모아 놓으신 거예요. 소일거리로 좋다고 하셨지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폐지 줍는 어르신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지 줍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폐지를 줍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어려운 분도 있었습니다. 

출처: 아립앤위립 제공
아립앤위립은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폐지 1kg에 고작 30~50원을 받습니다. 리어카 한 대가 가득 차면 보통 100~150kg입니다. 리어카 한 대를 빼곡히 채워도 7500원 정도를 버는 겁니다. 한 대를 채우는 데 평균 2~3일이 걸리죠. 한 달로 따지면 7만5000원을 버는 겁니다. 그게 한 달 월급이라고 생각하니 충격적이었습니다. 하루 8시간 이상 힘들게 일하면서 최저시급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습니다. 폐지 수거 노인을 위해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서울 강동구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물이나 장갑, 양말 등을 전해드리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이 어르신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카드와 물품을 함께 전해드렸어요. 그러나 캠페인은 단발성이라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비즈니스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합격해 2017년 10월 ‘아립앤위립’을 창업했습니다.” 

출처: 아립앤위립 제공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수제 노트, 그림엽서, 스티커, 책갈피 등을 제작하고 있다.

‘아립앤위립’은 크게 제품 제작과 교육 활동이라는 두 가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사회적 목적 실현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먼저 브랜드 ‘인생꿀팁’을 론칭해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수제 노트, 그림엽서, 스티커, 책갈피 등을 제작하고 있다. 또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격려나 응원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포장 작업도 어르신들이 직접 한다.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을 구매해 엽서, 마스킹 테이프, 노트 등 여러 제품에 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주제를 함께 정하고 색종이, 크레파스, 색연필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합니다. 작년에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라는 주제로 진행했고, 버스 토큰, 도끼빗, 빨간 돼지 저금통, 카세트테이프 등 각자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그리셨습니다.


또 그림과 함께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나 격려의 메시지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잘 먹는 게 최고다’ ‘못하면 어때 거짓말만 안하면 되지’ ‘못 배우면 어때 나쁜 짓만 안 하면 되지’ ‘다 할 수 있어 괜찮아 힘내’ 등 친할아버지, 할머니의 조언처럼 따뜻하면서도 정감 있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세요.

출처: 아립앤위립
노트, 마스킹 테이프 등 다양한 굿즈.
출처: 아립앤위립
재생지로 만든 공책.

최근에는 재생지로 만든 공책인 ‘할매손노트’를 제작했습니다. 강동구 가죽패션창업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봉제 기술을 가르쳐 드렸어요. 단순 작업을 넘어 어르신들이 직접 봉제, 음각 등 제품 제작에 나섰습니다.”


노트, 마스킹 테이프 등 ‘아립앤위립’이 폐지 수거 노인과 함께 만든 굿즈는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에서 세 차례 모두 펀딩에 성공하면서 펀딩 누적 금액은 580여 만원에 달한다.


“직접 제품을 만들면서 정말 좋아하십니다. 활력이 생긴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또 대다수가 독거노인이라 복지관에 있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하면서 친구도 생겨서 좋다고 하십니다. 어느 날은 한 할머니께서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 오셨어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여기 오는 게 너무 설레고 좋아서 립스틱을 발랐다고 하시는 겁니다.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출처: 아립앤위립 제공
학교·기업·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도 하고 있다.

‘아립앤위립’은 제품 제작으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교육 활동도 하고 있다. 학교·기업·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업사이클 교육인 ‘새로운 쓸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폐지 줍는 어르신을 안타깝고 불쌍하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뿐입니다. 교육으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폐지 수거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합니다. 폐지를 주우면 길거리가 깨끗해지고, 회수된 폐지는 재생지로 재탄생하면서 자원 재활용에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는 어르신의 이야기와 업사이클, 리사이클 등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수거 노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사회적 보드게임 ‘동네 한 바퀴’를 개발했습니다. 부루마블 형태로 플레이어 4명이 협력해 폐지를 줍는 미션 게임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을 받은 학생 수는 3000여명, 교육 횟수는 150회 정도입니다.”


‘아립앤위립’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제품 제작도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SK텔링크의 알뜰폰 브랜드인 SK세븐모바일과 함께 친환경 패키지 제품을 만든다. 휴대전화 박스를 친환경 재생지로 제작하고, 박스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담았다. 

출처: 아립앤위립 제공
패키징 업무를 하는 어르신들.

-함께 일하는 어르신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어르신들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사회복지관과 업무제휴(MOU)를 맺고 어르신들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차상위계층 등과 같은 저소득층이 1순위입니다. 또 가족과 왕래가 없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 등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먼저 뽑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초 생활 수급권자는 제외합니다. 현재 성내종합사회복지관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강동종합사회복지관, 강동노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2018년 연 매출은 6000만원, 2019년 8000만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 연 매출은 1억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그림이나 봉제, 포장 등 제품 제작 업무를 한다면 청년들은 홍보나 마케팅 등의 일을 하는 거죠. 일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청년과 노인이 함께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80대 노인도, 20대 청년도 똑같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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