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보육원 봉사 나섰던 미대생 단짝의 현재 모습

조회수 2020. 8. 2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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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태양·솜사탕 나무, 누구 작품인가 봤더니..
보육원 봉사활동에서 시작
아이들 상상력을 디자인으로 재탄생
기부받던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경험 선물

태양에서 오렌지 맛이 난다면, 나무에 솜사탕이 열린다면….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어른들은 생각도 못 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아이들은 쉽게 떠올린다. 에이드런은 이런 아이들의 통통 튀는 상상력을 디자인으로 만드는 곳이다. 시작은 봉사활동이었다. 보육원 아이들을 찾아가 함께 미술 수업을 하고 아이들의 그림으로 에코백과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었다. 이를 팔아 번 돈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다시 아프리카 아동에게 기부했다. 항상 기부를 기다리기만 하던 보육원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는 에이드런 최재은(29) 대표를 만났다.

출처: 에이드런 제공
에이드런 최재은, 김지민 공동대표

-원래 봉사활동을 자주 했다고요.


“공동대표인 김지민 대표와 저는 대학교 때 보육원에 미술 교육 봉사활동을 자주 다녔어요. 김 대표와는 고등학생 시절 입시미술 학원에서 만난 사이입니다. 둘 다 미대에 진학했죠.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어린이 미술관 도슨트(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나 미술 학원 강사일을 했어요. 유치원 미술 선생님으로 출강을 나가기도 했고요.” 


-처음부터 창업 생각이 있었나요. 


“창업은 생각도 못 했어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휴학 기간 동안 잠시 해볼 프로젝트로 시작했어요. 보육원 아이들에게 미술 수업을 해주고 함께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평소 하던 봉사활동과 연결해서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서울 안에 있는 보육원 리스트를 뽑아 기획안을 봐달라고 무작정 전화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하는 단기 프로젝트라고 꺼려 하셨어요. 20곳 넘게 거절당한 뒤 은평 천사원이라는 곳에서 수락해 주셨습니다. 3~4달 정도 은평 천사원 아이들과 수업하고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이때 인연을 맺은 천사원과는 4년이 넘은 지금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에이드런 제공
미술 수업에 참여한 아이가 그린 그림

펀딩 참여자들에게 단순히 아이들이 만들었으니 사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펀딩 수익금을 보육원 아이들 이름으로 더 어려운 처지의 아프리카 아동에게 기부하겠다고 했습니다. 항상 기부를 받기만 하던 아이들이 직접 기부를 해볼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였죠.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그린 그림으로 에코백을 만들어 팔았어요. 2015년 첫 펀딩에서 800만원 넘는 매출이 나왔습니다. 당시 펀딩이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기도 전이었는데 앵콜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1년 정도 펀딩을 더 진행하고 2016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미술 수업 커리큘럼도 직접 개발한다고. 


“사업을 시작한 뒤로는 아이들 그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하는 이야기를 디자인화하는 방향으로 바꿨습니다. 아이들 그림을 그대로 쓰다 보니 수업을 하는 동안 저희가 아이들이 어떤 색을 쓰는지, 그림은 예쁘게 그리는지를 자꾸 신경 쓰는 문제가 생겼어요. 아이들과 교감에 집중해야 하는데 말이죠. 


2년 전부터 미술 교육 전문가분과 함께 30회차짜리 수업 커리큘럼을 제작했습니다. 매일 특정 주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날씨가 주제인 날은 다양한 하늘을 표현한 명화를 함께 감상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이 그림은 이래서 예뻐요, 이 부분은 이렇게 다르게 그리면 좋겠어요 등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죠.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요. 

출처: 에이드런 제공
에이드런이 진행하는 미술 수업

저희 디자이너들이 미술 수업 봉사에 보조 강사로 함께 참여합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나눈 대화를 대본처럼 꼼꼼히 기록해 와요. 아이들이 정말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합니다. 해 대신 오렌지가 떠 있는 하늘을 그리거나, 솜사탕과 나무를 합쳐서 털이 난 나무를 그리기도 하죠. 디자이너들은 이런 아이들의 상상력에서 영감을 얻어 패턴을 디자인합니다. 이 패턴으로 파우치, 지갑, 가방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돌아가나요. 


“제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다시 아이들에게 제공할 미술 수업을 준비합니다. 교재도 만들고 강사나 디자이너도 섭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는 보육원은 2곳이에요. 수익금 일부는 보육원 아이들의 심리치료에 써달라고 지정 기부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얼마인가요. 


“파우치는 4500원입니다. 지갑류는 3~4만원대, 소가죽으로 만든 가방은 7만원대입니다.”

출처: 에이드런 제공
아이들과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파우치와 지갑

-매출도 궁금합니다.


“그동안 와디즈 펀딩 6번에서 나온 매출이 6400만원입니다. 작년부터는 펀딩이 아닌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편집샵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도 입점했는데 작년 한 해 면세점 매출만 약 9000만원입니다. 작년 11월에는 GS홈쇼핑에서 준비한 물량을 30분 만에 모두 팔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리사이클링 하면 프라이탁, 위안부 할머니 후원하면 마리몬드를 떠올리듯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브랜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에이드런이 생각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만 만나고 있어요. 앞으로는 다문화나 편부모 가정처럼 더 다양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돕고 싶습니다. 그런데 보육원처럼 정해진 시설이 있는 게 아니라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그 아이들을 돕고 있는 다른 기업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입니다. 에이드런은 미술 교육을 제공하고, 기업은 아이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협업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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