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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에어컨, 바캉스용품 안팔리고
제습기, 스타일러스, 국물요리는 인기
“2018년 못지 않은 무더위가 찾아온다더니…”
올해 여름 날씨는 기상청 예보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폭염이 찾아올 것이란 예보와 달리 ‘역대 최장 장마’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더울 때 잘팔려서 폭염특수를 기대했던 산업은 울상이지만, 반대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야 팔리는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기상청을 원망해야 하나…
◇아이스크림은 울고, 국물요리는 함박웃음
빙과업계는 울상이다.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7∼8월이 빙과업계의 최고 성수기지만, 이번 여름엔 비가 계속 내리면서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7월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빙그레도 3% 감소했다. 해태 아이스크림은 약 7% 감소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한 자릿수 감소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두 자릿수로 늘어난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열대야가 많을수록 아이스크림 판매가 늘어나는데 올해에는 장마가 길어지고, 열대야가 거의 없어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줄었다”며 “아직 8월 통계는 안나왔는데, 정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 같다”고 했다.
에어컨, 바캉스 용품 등 전통적인 계절상품들의 판매 역시 저조했다. 7월 전자랜드의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나 감소했다. 에어컨 역시 날씨가 판매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가전업계는 8월엔 수요가 좀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판촉행사를 진행했지만, 허사였다. 바캉스용품은 8월 초부터 ‘떨이 판매’에 들어갔다. 보통 8월 하순이 돼야 재고 정리 차원에서 하는 판촉행사를 바캉스 시즌에 진행을 하는 것이다.
◇주가까지 곤두박질 친 여름수혜주
굴물요리 밀키트를 고르는 소비자들
물론 반대로 장마 덕을 톡톡히 보는 상품도 있다. 에어컨은 안팔리지만, 제습기는 불티가 났다. 전자랜드에서 에어컨 판매가 33% 감소하는 동안 제습기는 23%, 건조기 33%, 의류관리기는 294% 더 팔렸다. 이마트에 문의해보니 성인우산, 자동차 와이퍼 등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잘팔렸다. 자동차 전방 주시가 어려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 많자 자동차 와이퍼 판매까지 호조를 보인 것이다.
비가 오면 뜨뜻한 국물이 생각난다. 때문에 한여름에 국물요리 재료가 잘 팔리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6일까지 밀키트 매출이 82.7% 증가했고 그 중에서도 따끈한 국물 요리 밀키트(meal kit)의 매출 비중이 68%에 달했다고 한다. 밀키트는 요리 재료를 손질해 양념과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한 상품이다. 이 기간 이마트에서 판매된 PB(자체브랜드) 밀키트 판매 ‘톱10’중 9개 품목이 국물요리였다고 한다.
날씨는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여름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최근 2개월간 롯데제과 주가는 약 10%, 빙그레는 약 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약 19% 상승했다. 에어컨업체 위니아딤채(-23%)와 계절·생활가전업체 파세코(-20%)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빙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여름 폭염이 예고돼서 연초부터 대형 모델을 기용하고, 브랜드 리뉴얼도 단행했는데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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