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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인데..아빠는 왜 안 쉬어요?

조회수 2020. 8. 15. 07: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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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인데 쿠팡은 배송할까?"
28년 만에 최초로 '택배 없는 날' 실시
로켓배송 대명사 쿠팡은 안 쉰다

2020년 8월14일. 전국에 있는 모든 택배 기사가 공식적으로 휴가를 가는 '택배 없는 날'이다. 택배기사는 평소에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소에도 많은 물량을 소화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더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쏟아지는 택배에 하루하루 바쁘게 일한 택배기사의 노고를 인정해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택배 휴무일을 지정했다.


이에 전국 택배사 택배 화물 집하와 배송이 모두 멈춘다. 또 택배 분류, 집하, 터미널 간 수송 차량 운영, 지역별 상하차 인력을 공급하는 도급 업무 등을 모두 중단한다. 택배 배송은 17일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17일은 임시공휴일이지만 고객사 상황과 소비자 불편 등을 고려해 정상 근무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쉬지 않는 곳이 있다.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배송 직원은 평소처럼 일터로 나간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전국에 있는 택배 기사가 쉬는데, 왜 쿠팡은 안 쉬어?”, “택배 없는 날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 섞인 질문을 던졌다. 전국 택배가 멈추는 날, 세 회사는 동참하지 않는 속사정을 알아봤다.

출처: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유튜브 캡처
(왼쪽부터)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광고

“일 한 만큼 벌 수 있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


이유를 알려면 우선 택배 업계 구조를 알아야 한다. 택배 업계 구조를 살펴보면 일반 택배 회사는 대리점(집배점)과 위탁계약을 맺는다. 이 대리점은 다시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에게 배송 영업을 위탁한다. '택배사(원청)-대리점(1차 하청)-택배기사(2차 하청)'인 셈이다. 여기서 택배 기사는 회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다. 위탁운영제 기반의 개인사업자다. 이는 우체국 택배기사도 마찬가지다.


개인사업자인 이들의 수입은 배송 건당 수수료다. 수수료에서 배송 시 발생하는 기름값, 차량 유지비, 전화 요금, 식대 등을 본인이 부담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12~16시간 이상 일하는 게 일상이다. 개인사업자는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무 환경이 꼭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일한 시간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2018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평균 연 소득은 6937만원이었다. 연 1억원 이상 버는 고소득 택배기사도 559명에 달했다. 개인사업자 택배 기사로 일하는 한모씨(31)는 “처음에는 힘들지만 적응하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DB
택배업 종사자

“쿠친은 주 5일 52시간 근무합니다”


이런 택배사와 다르게 쿠팡은 자체 배송망을 갖추고 있다. SSG닷컴과 마켓컬리는 일부만 자체 배송망으로 운영한다. 쿠팡의 쿠팡 친구,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직원이 14일에 배송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쿠팡 관계자는 "이미 주5일 근무제로 배송 직원의 휴식을 보장한다. 그래서 휴식이 취지인 택배 없는 날에도 배송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택배 없는 날은 택배 산업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날이고 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2014년부터 배송 직원을 직접 고용해왔다. 당시 50명뿐이었지만 현재 직접 고용한 배송 직원만 1만명이 넘었다. 200배 증가한 것이다. 쿠친으로 불리는 이들은 쿠팡이 직접 고용했기 때문에 쿠팡의 정직원이다. 일반 택배 기사와 다르게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근로자인 것이다. 회사 직원과 똑같은 근무 환경에서 같은 복리후생을 누리며 일하고 있다. 현재 쿠팡 친구로 근무하고 있는 김기석씨는 과거 택배 기사도 경험해 누구보다 택배업계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근무시간과 휴무일 수에서 차이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쿠팡 친구는 하루 10시간, 주5일제 근무예요. 택배 일할 때는 하루 13~14시간, 주 6일을 일했어요. 또 쿠팡에서는 1년에 15일 지급하는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일반 택배사에서는 평일에 쉬려면 따로 돈을 들여 저를 대신해줄 분을 구해야 했어요. 하루 수입에 돈을 조금 더 들여야 쉴 수 있었던 거죠. 사실 쿠팡친구든 택배기사든 배송은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결코 편하고 쉬운 일은 아니에요. 어느 쪽이든 더 자신에게 맞는지는 각자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쿠친의 주5일 근무가 가능한 결정적인 이유는 인력은 물론 물류인프라와 인공지능 기술에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주문할지 AI로 예측해 600만 종류의 선매입제품의 재고를 확보한다.


쿠팡은 쿠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전달할 상품을 미리 분류하는 작업을 별도의 인력이 진행한다. 쿠친은 이 물건을 차에 싣고 배송만 하면 된다. 일반 택배사는 이 작업을 택배 기사가 해야 한다. 이 소분 작업에 통상 6시간을 소요한다고 알려졌다. 쿠친 위성윤씨는 “타 택배사에서 근무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하차 소분이었다. 쿠팡에서는 적재와 배송 두 가지만 하면 돼 일의 효율이 좋다”고 말했다.

출처: 쿠팡 제공
김기석 쿠친(좌), 위성윤 쿠친(우)

“단체 실비 보험 가입은 물론 건강검진 비용도 받아요”


쿠친은 쿠팡의 배송 직원으로서 주5일 근무는 물론이고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도 많다. 4대 보험가입, 건강검진 지원, 유류비, 업무용 스마트폰,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명절 쿠팡캐시를 받는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배송 직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신발 구입비도 지원한다.


또 배송 직원 건강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3월부터 모든 쿠팡 배송 직원에게 원격 건강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의료인력을 앞세워 주기적으로 순회에 나서고 있다. 배송 직원 건강을 위해 자율적으로 실시해오던 휴게시간을 의무로 바꿨다. 올해 7월부터 4시간 일하면 1시간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배송 직원의 안전운전을 돕기 위해 어라운드뷰가 설치된 오토차량을 지급한다. 안전하면서도 신속한 배송을 위해 직원에게 최적의 경로를 제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쿠팡은 인력 충원도 꾸준히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자 수가 35만2000명이 줄어드는 상황에도 전체 직원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 성별, 학력, 경력 상관없이 운전 경력에 결격이 없는 사람이면 누구나 쿠친으로 지원할 수 있다. 면허 종류와 상관없이 오토차량으로 업무가 가능한 점도 눈에 띈다. 입사 후에는 신입 쿠팡 배송 직원을 위해 물량을 적게 배정한다. 또 멘토가 동승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5년 동안 택배 기사로 근무했던 이씨(35)는 "근로자는 직종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택배 없는 날이 지정돼 짧지만 하루라도 쉴 수 있어 좋다. 한 번에 바뀔 순 없겠지만 택배 기사도 쿠친처럼 주5일 근무해서 택배 없는 날이 굳이 필요 없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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