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꼴찌→수능만점, '개천의 용' 주인공의 서울대 성적은?

조회수 2020. 8. 1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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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꼴찌에서 수능 만점, '개천의 용' 주인공은 현재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 송영준군
사회배려 전형으로 외고 입학, 첫 시험서 전교 꼴찌
공고 전학 고민하다 오기로 공부 시작
과외 없이 참고서 20번씩 읽으며 전교 2등 유지
후배들에게 도움 주고자 공부법 담은 책 출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약 1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개학이 밀리면서 수능 일정도 뒤로 밀렸다. 수능 시험일은 12월3일 목요일. 12월 수능은 1993년 시험 도입 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예년 같으면 수능 성적표를 받을 시기에 시험을 치른다.


지난해에는 12월 3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수능 만점자는 모두 15명으로 재학생 13명, 졸업생 2명이었다. 그중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을 증명한 학생이 있었다. 학원에 다니거나 고액 과외를 받지 않고도 수능 만점을 달성한 송영준(19)군이다. 

출처: 송영준군 제공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 송영준군

◇반 배치 고사 성적에 충격받고 공고로 전학 고민해


-김해외고 출신이다. 원래 외고를 준비했나. 


“처음부터 외고를 준비했던 건 아니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입시 제도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사회 배려 전형을 알려주셨어요. 제가 영어·수학이 좀 약했는데 영어 공부하기에 좋을 것 같고, 집중해서 공부하기에 좋을 것 같아 외고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다 모였을 텐데. 


“제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어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애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소위 ‘괴물’ 같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공부하기 제일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학은 이미 다 선행학습으로 끝내고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선행학습은커녕 초등학교 4~6학년 때 동네 공부방에서 영어와 수학을 배운 것 빼고는 학원이나 과외를 받아본 적도 없었어요. 출발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죠.”

출처: 송영준군 제공
고등학교 입학 사진(왼쪽), 친구들과 놀러 가서 찍은 사진(오른쪽). 가운데 체크 가디건을 입고 있는 사람이 송군이다.

-반 배치 고사에서 전교생 127명 중 126등을 했다.


“중학교 입학할 때 본 반 배치 고사는 제가 수석이었어요. 그래서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쟁쟁한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버틸지도 막막했어요.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공업고등학교로 전학 가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오기가 생겼어요. 이 학교를 나가기 전에 한번은 이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불공평함을 깨보고 싶었어요.” 


◇1학년 여름방학 후 전교 4등으로 성적 확 뛰어 


-1학기 성적도 좋지 않았다고. 


“중간고사 결과 전교 80위권이었습니다. 집안 형편상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여유는 없었어요. 절대적인 공부량을 늘리는 것만이 방법이었습니다. 기숙사 학교라는 특성을 이용했어요. 주말에 집에 가거나 학원에 갈 동안 공부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집에 갔고, 이동할 시간을 아껴 공부했습니다. 여름방학 때는 가장 취약했던 수학에 매진했어요. 하루에 8시간 이상 수학 문제만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 외 시간은 영어와 국어 등 다른 과목에 활용했어요. 그 결과,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4등으로 성적이 확 올랐습니다.” 


-그 후로 성적을 유지했나. 


“여름방학을 잘 보낸 덕분에 2학기에 수학에서 처음으로 2등급을 받았어요. 가장 부족했던 수학에 여유가 생기니까 다른 과목에 투자할 시간도 많아졌어요. 2학년 1학기 때부터는 졸업 때까지 전교 2등을 유지했습니다. 꼴찌에서 2등이 전교 2등으로 역전했죠.”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송군의 가방에는 수학 문제집만 4~5권이 들어 있었다. 질리지 않고, 오랜 시간 문제를 풀기 위해 문제집을 바꿔 가면서 공부했다. 다른 과목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매번 시험을 보기 전에 교과서·참고서 등 20회 독파를 목표로 잡고 공부했다. 꾸준히 시간을 들인 덕분에 2학년부터는 전교 2등을 유지했다. 고2 11월 모의고사에서 이미 영어·수학 100점을 받았다. 수능 만점은 ‘대박’이 아닌 당연한 결과였다.

출처: 송영준군 제공
송영준군의 수능 성적표(왼쪽)와 김해외고 교문 전광판에 걸린 송군의 수능 만점을 축하하는 문구(오른쪽)

-수능 만점을 예상했나.


“수학이랑 영어는 100점을 예상했습니다. 국어는 과목 특성이 있어서 조금 애매했어요. 가채점하고 난 후에 선생님 딱 2분께만 말씀드렸는데, 전교에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그래서 성적표 받기 전까지 조마조마했어요. 혹시 만점이 아니면 어떡하나, 졸업식에도 못 갈 것 같은데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성적표를 받고 그때서야 안도했던 것 같습니다.” 


◇최종 목표는 로스쿨, “검사 되고파” 


송군은 올해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 김해에서 올라와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코로나 탓에 꿈꾸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지는 못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물론 입학식도 취소됐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열렸다. 새로 사귄 친구는 지난해 12월 예비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만난 3명이 전부다. 


-올해 캠퍼스 라이프를 전혀 즐기지 못했다. 아쉽지는 않나. 


“우울한 적도 많았습니다. 타지에 와서 아는 사람도 없는데 새롭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계속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김해외고 선배들이나 동기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공부법이 효과가 있는지, 잠은 얼마나 자야 하는지 등 제가 학창시절 내내 고민했던 것들 대부분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어 남는 시간을 쪼개 제 이야기를 담은 책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를 썼습니다. 제 나름의 노하우가 많은 학생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출처: 송영준군 제공
송영준군

1학기를 마친 송군의 성적은 4.3점 만점에 3.96점, 평균 A 학점 수준이다. 2학기에는 학교 공부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송군은 1년 동안 자유롭게 전공 탐색의 기회를 갖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철학과 생명과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중에서 고민 중이다. 최종 목표는 로스쿨 진학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심신미약 감형을 폐지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하면서 법 공부에 관심이 생겼다. 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할 때 송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열심히 공부해서 몇 년 뒤에는 다시 로스쿨 합격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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