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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초밥 먹고 나오다 마지막에 기분 잡쳤습니다"

조회수 2020. 8. 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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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중국인은 공짜, 한국인은 물도 돈 내고 마시라는 이 나라
일본 스시집, 한국어 메뉴판에만 생수 가격 표기
코로나 사태 땐 “한국인 입점 금지”한 업체도
음식점까지 퍼진 ‘혐한’ 정서

“일본이 방역복과 고글이 없이 검사를 제때 못 하는 상황에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 일본 나라시와 교토시에 각각 방호복 1200개 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 보낸 주낙영 경주시장이 페이스북에 적은 대목입니다. 코로나 사태에 자매결연·교류 도시가 어려움을 겪자 도움을 준 것인데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날이 갈수록 ‘혐한(한국에 대한 혐오)’ 정서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감정의 골은 정치권을 넘어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만연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일본을 방문한 한국 여행객들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때리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있었죠. 최근에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물값을 2000원 내라고 요구하는 듯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유명 체인인 간코스시 매장에서 한국어로 된 메뉴판에만 생수 요금을 적어놓았기 때문인데요. 논란이 일자 간코스시는 “표기 오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 혐한(한국에 대한 혐오)의 실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에도 “앞으로 절대 일본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한국어 메뉴판에만 생수 180엔 


8월1일 트위터에 “오늘 맛있게 초밥 잘 먹고 나오는데 마지막에 기분 잡쳤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 A씨는 식사를 마치고 키오스크(무인단말기)에서 물을 주문하려고 하다가 눈을 의심했습니다. 메뉴에 180엔(약 2000원)이라는 금액이 떴기 때문인데요. 혹시나 해 확인한 일본어·영어·중국어 메뉴판에는 0엔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A씨는 곧바로 직원을 불러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직원이 죄송하다며 물은 무료라고 가져다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분이 상한 A씨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된 메뉴 사진을 첨부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앞으로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출처: 트위터 캡처
A씨가 올린 트윗. 가운데 일본어로 된 메뉴판에는 생수 가격이 0원이지만, 한국어 메뉴판에는 180엔으로 적혀 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일본 내 혐한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다”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간코스시 공식 홈페이지에는 “오류였다”는 해명 글이 올라왔고, 현재는 한국어로 된 메뉴에도 물값이 0엔으로 수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어떤 오류인지 밝히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한국인에게만 돈을 더 받으려는 꼼수 아니었냐”, “한국어 메뉴만 오류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추냉이 양 지적하자 아예 안 넣기도 


일본에서 한국인 차별한 행위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4년 전에는 또 다른 초밥 체인인 시장스시에서 한국인 손님에게만 고추냉이를 정량보다 2배 이상 많이 넣은 초밥을 주는 ‘고추냉이 테러’가 논란이었습니다. 고추냉이 테러를 당했다고 증언한 네티즌이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매워서 눈물을 흘리는 손님을 보며 자기들끼리 ‘저 표정 봤냐’면서 비웃는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고추냉이가 너무 많이 들어있다고 지적하면 “한국인들은 매운 걸 좋아해서 보너스로 넣어준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추냉이를 지나치게 많이 넣은 것(위)이 문제 되자 이후에는 아예 안 넣은 초밥(아래)을 제공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시장스시는 “평소 외국 손님이 고추냉이를 많이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아 와사비 양을 늘렸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앞으로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말뿐인 해명이었습니다. 고추냉이 테러 사건 이후에는 한국인이 초밥을 주문하면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은 초밥을 제공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고추냉이를 왜 넣지 않냐고 물어보면 “한국인들이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일본 내 반한 정서가 화제였습니다. 3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본 식당 근황, 이제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넘’이라는 글이 올라왔는데요. 한 일본 식당 출입문 앞에 빨간 글씨로 ‘한국인 입점 금지’라고 적힌 사진을 첨부한 글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중국어로 중국인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습니다. 해당 식당 내부에는 ‘중국산과 한국산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습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인 입점 금지, 한국산 재료를 쓰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인 한 식당

◇“한국인은 야생동물” 문서 배포한 일본 대기업, 법원 “배상해라”


개별 음식점뿐 아니라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혐한 정서를 보여주는 사례도 많습니다. 지난해 혐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DHC나 유니클로 사례는 이미 유명한데요. 최근에는 부동산 대기업인 후지주택이 직원 교육을 빙자해 도를 넘은 혐한 문서를 배포하다가 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주택은 2013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 반 넘게 한국인 혐오 발언을 담은 문서를 전 직원에게 배포했습니다. “한국인은 야생동물과 같다”, “한국의 교활함이나 비열함, 거짓말 행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것” 등이 대표적인 내용인데요. 이외에도 “일본과는 반대로 한국·북한은 뇌물을 당연시하는 민족성이 있다. 뇌물을 주고 보답을 받는 것이 전통이다” 등의 얼토당토않은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출처: 후지주택 홈페이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후지주택 이마이 미쓰오 회장(왼쪽)과 후지주택이 배포한 한국인 혐한 문서를 보고 직원이 적은 감상문의 일부분(오른쪽). “(한국은) 거짓말이 만연한 민족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회사는 문서 배포로 모자라 직원들에게 감상문을 쓸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후지주택 직원이었던 재일 한국인 3세 여성이 소송을 제기했고, 5년 만인 7월 초 오사카지방재판소가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며 110만엔(약 1228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외에도 일본의 사이타마(埼玉) 시는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면서 조선학교 유치원을 제외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조선학교는 친북 성향의 재일조선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한일 양국 감정 악화일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유튜버이자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고 있는 민성이 일본을 방문했다가 테러를 당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내 혐한 정서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한편 지난해 7월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후, 한일 양국의 감정 악화는 감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1년 넘게 일본 제품 불매 운동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된 만큼, 일본 내 반한 정서도 최고 수준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일본 내각부가 일본인 3000명을 개별면접 방식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일관계가 양호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87.8%에 달했습니다. 일본 국민 사이에 한국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악화한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모든 일본인이 혐한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부 극우 세력이 일본 내에서 혐한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서 교수는 “일부 세력의 의견 표출이 온라인 공간에서 한일 네티즌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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