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주목받던 한국대표 꽃미남, 40살된 지금은..

조회수 2020. 8. 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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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배우 강동원

모두가 궁금했다.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가 휩쓸고 간 이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연상호 감독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반도〉를 내놓았다. 〈부산행〉과 프리퀄 〈서울역〉에 이어 4년 뒤를 다룬 〈반도〉까지 세 작품을 관통하는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를 펼쳐놓은 것이다. 〈반도〉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0년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부산행〉과 〈반도〉,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 작품들이 칸의 초청을 받은 건 국내 영화로는 처음이다. 더욱이 개봉 전부터 185개국에 선판매되며 ‘K-좀비’(코리아 좀비)의 힘을 입증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해외 극장이 〈반도〉 개봉에 맞춰 다시 문을 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반도〉는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된 땅에서 생존한 자들의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정석(강동원)은 4년 만에 다시 반도를 찾는다. 대륙의 꼬리를 자르듯, 반도는 섬처럼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


그 사이 좀비는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고, 점차 진화해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온다. 강동원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공간이 폐허가 된 모습이 굉장히 새로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어둠이 깔린 영화 속 거리는 익숙하고도 낯설다.


초토화된 서울과 인천의 모습은 처참하게 다가온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멸망 이후) 작품을 찍고 싶었어요. 세상이 멸망한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궁금했거든요. 정석이 반도에 돌아가 ‘사람이 살고 있었구나’라고 말하는 대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왔어요.”

영화 〈반도〉. 〈부산행〉에서 좀비가 휩쓸고 간 이후의 세상을 그린다. 강동원은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전직 군인 정석 역을 맡았다.

폐허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예전 같지 않았다. 들개처럼 살아남은 자, 들개 사냥꾼을 자처하며 미쳐버린 자들은 야만성이 내재된 세계에서 과연 ‘인간적’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실낱같은 희망은 이성이 무너진 세상에도 삶과 휴머니즘이 남아 있다는 것. 강동원이 ‘사람이 살고 있었구나’란 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건 해석의 방점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사람’이 살고 있다와 사람이 ‘살고 있다’는 명백히 다른 뜻이 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생존을, 후자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원초적 생존을 뜻한다. 한 줄기 인간성을 끝까지 붙들 수 있는 묘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복잡한 대사에 강동원은 다분히 쉽게 접근한다.


“기본적으로 마음이 착해야죠.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요. 인간성을 고찰하고 기반을 다지면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하지 않을까요?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세상에 살게 된 유진(이예원)은 인간성을 잃지 않았는데, 민정(이정현) 같은 선한 사람 밑에서 자라 해맑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꽃미남 스타를 넘어

강동원은 꽃미남 대표 주자다. 2000년대 초반, 굵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넘어 다양한 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퍼지며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예쁜 남자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꽃미남의 탄생 계보 정점에 강동원이 있다. 키 186㎝에 작은 얼굴, 9등신에 달하는 이기적인 비율은 ‘만찢남’ 자체였다. 말간 눈망울에 오똑한 콧날은 그의 외모를 더욱 빈틈없이 만들었다. 이미 모델계에서 톱을 찍고 연기로 전향한 강동원은 그래서인지 대중의 뇌리에 비주얼 배우로 강하게 남았다.


특히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을 들어올리며 찬찬히 미소를 피워내던 강동원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쿵’을 유발했다. 그는 이 영화로 꽃미남 이미지를 굳히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우산 장면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1987〉에서 마스크를 벗으며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뽐냈다. 당시 극장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을 정도. 〈전우치〉 속 그의 미모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10대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또 〈검은 사제들〉에서는 “강동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느려지며 후광이 비쳤다”는 이야기가 번졌고,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는 “왜 강동원에게만 꽃가루를 날려주느냐”는 댓글이 달려 윤종빈 감독이 깜짝 놀라 영화를 다시 돌려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후광도, 꽃가루도 실제로는 없는 효과였다. 그저 강동원 효과였다.


강동원은 잘생긴 배우로만 활동할 수도 있었다. 티켓 파워도 여러 차례 증명해왔다. 그러나 꽃미남 배우는 연기자를 갈망하며 연기 실력을 갈고닦았다. 외모력보다 연기력이 빛나기 시작한 건 사형수 역을 맡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부터다. 내면의 깊은 상처를 지닌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절망을 행복으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그는 절절함을 맘껏 발산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비주류였던 오컬트 장르로 흥행 반열에 오른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의 섬세한 연기력은 몰입감을 더했다. 물론 “이렇게 잘생긴 사제가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여성과 아이들이 주도적이라 좋았어요”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은 너무 잘생겨서 영화 캐스팅을 할 때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본인이 가진 숨겨진 매력이 더 많은 배우”라고 평가한다. 그 매력은 〈반도〉를 바라보는 강동원의 시선에도 배어난다. 강동원이 연기한 종석은 좀비의 세상을 탈출해 다른 나라에서 난민처럼 살아간다.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겐 멸시가 따른다. 인간에 대한 지독한 실망감을 느낀 이들은 외로움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런 현실이 불쾌할 만도 한데 강동원은 극중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바라봤다. 분명 그 안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넨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배척했지만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또 한 가지, 강동원이 영화에서 매력을 느끼는 지점도 흥미롭다. 〈반도〉에서 극을 주도하는 인물은 인간다운 생존을 지켜낸 민정(이정현),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이다. 민정과 준이는 각각 대형 트럭과 SUV를 끌고 다니며 좀비들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오히려 정석은 수동적이다. 군인 출신의 주인공이 영웅적 서사로 극을 이끄는 클리셰에서 벗어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에게 외려 보호를 받는 전개다. 전체를 비트는 이 흐름에서 그는 더 끌렸다고 한다.


“다른 영화와 비교할 때 여성과 아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요. 약자를 보호하는 뻔한 전개가 아니라 제가 도움을 받고 동등하게 싸워나가는 부분이 좋았어요.


기존의 많은 영화에서 여성과 아이는 나약하고 도구적 역할에 불과했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과의 호흡도 꽤 괜찮다. 아역 배우 이예원이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원 삼촌도 옛날에 핫했다고 하더라”는 돌발 발언에 기분 나쁜 기색 하나 없이 “맞다”며 껄껄 웃을 줄 안다. 이예원과 비슷한 또래의 조카가 있어 내성이 생긴 때문일지 모른다. 평소 철없는 조카가 삼촌을 친구로 여기며 “야~ 뭐 하냐”라고 할 때도 꾸짖기보다 “일한다, 임마”라고 받아주는 삼촌이다. 조카가 한창 해리포터에 푹 빠져 있을 때는 〈전우치〉를 보여주며 “야, 나도 비슷한 거 찍었어!”라고 고만고만하게 굴기도 한다.


안 보는 척하던 조카가 친구들에게 “우리 삼촌 전우치야!”라고 자랑한 사실을 알았을 땐 더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유치한 삼촌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휴머니스트

늘 새로운 이야기에 끌린다는 강동원은 작품에 녹아들기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진다. 〈형사 Duelist〉 때는 선이 살아 있는 액션을 위해 현대무용을 배웠고, 〈군도:민란의 시대〉 촬영을 위해서는 검술 훈련만 5개월간 했다. 〈전우치〉에서는 와이어를 차고 자연스럽게 날아다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코어 근육도 강화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연출의 꿈도 갖고 있다. 드라마, 사회고발, SF 등 틈틈이 적어둔 시놉시스가 메모장 한가득이다.


강동원은 이제 자신이 돋보이는 배역보다 전체의 큰 그림을 본다.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카체이싱 장면이 대표적이다. 속도감 있는 액션이 장장 15분가량 이어지는 동안 그가 맡은 정석은 배경을 자처한다. 배우로서 욕심이 날 법한 장면인데, 전개상 그 욕망을 누르는 것도 용기라고 믿는다. 강동원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받쳐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면서 “우선 어떻게 해야 내 자신보다 영화가 돋보일지 생각했다”고 말한다.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는 건 진작 깨달았다. 그는 “배우들마다 다른 쓰임이 있다”라며 “그 쓰임을 확장해나가야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흔 언저리 배우의 소회일 것이다.


“요즘 ‘이제 진짜 어른이구나’ 많이 느껴요. 어른이 되기 싫었거든요.


점점 책임질 게 많아지면 힘드니까 회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태도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구나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 연기 인생에 많은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강동원은 휴머니스트를 자처한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동파는 아니지만 소신껏 행동할 줄 안다.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실화 〈그놈 목소리〉에서 ‘그놈’의 목소리를 맡았고, 제작에 난항을 겪던 〈1987〉에 자발적으로 특별출연을 제안하며 영화에 힘을 실어줬다. “아무튼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그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지금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요? 자신 있어요! 극단적 상황에 놓여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잘 살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하. 워낙 실용성을 고려해서 냉정한 지점도 있는데 마음은 따뜻하다고 생각해요.”


순정만화 속에 살 것 같다고 생각했던 꽃미남은 현실에 있었다. 은은한 인간미를 풍기며, 온기를 품고 사는 사람. 꽃미남 강동원은 꽃보다 아름답다.


글 톱클래스 선수현 

사진제공 NEW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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