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2번 밟고 갔는데..CJ 그만두고 이런 거 합니다

조회수 2020. 8. 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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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사한 아들이 30년 경력 안경사 아버지와 함께 벌인 일
안경원에서 만든 선글라스 브랜드 ‘플립딥’
차에 깔려도 부러지지 않는 튼튼한 선글라스
출시 직후 매출 4000만원 올려

‘하늘에서 쏟아지는 공짜 영양제’, ‘WHO 지정 1군 발암 물질’. 상반되는 두 문구가 지칭하는 대상은 같다. 햇빛이다. 햇볕을 쬐면 체내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동시에 햇빛은 피부암의 원인이다. 눈 건강에도 좋지 않다. 강한 자외선은 노안과 백내장 등 안질환을 유발한다. 선글라스가 단순한 패션이 아닌, 눈 건강을 위한 필수 아이템인 이유다.


그러나 국내 선글라스 시장은 패션 선글라스 위주였다. 내구성은 약했고, 가격은 고가였다. 일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선글라스를 만들면 어떨까. 플립딥 하상훈(30)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선글라스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약 2년의 준비를 거쳐 6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매출을 4000만원 이상 올리고, 최근 앵콜펀딩(bit.ly/2PeSh1c)을 시작했다.

출처: 플립딥
플립딥 하상훈 대표가 직접 만든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모습

◇퇴사 후 안경광학과 편입, 기술적인 부분 공부해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CJ제일제당 브랜드 매니저였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하는 모든 과정을 담당했었어요. 주말에는 아버지가 하시는 안경원 일을 도와드렸는데, 일할 때마다 고객들에게 “튼튼한 선글라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가볍게 운동할 때나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쓸만한 선글라스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 경력을 살려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2018년 초 퇴사했습니다.” 


-안경에 대해 몰랐던 만큼 공부하고, 배우는 게 우선이었을 것 같은데. 


“첫 1년 동안은 아버지 안경원에서 같이 일을 도와드리면서 배웠습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익혀야 했기에 안경광학과가 있는 을지대학교로 학사편입을 했어요. 마지막 한 학기만 남은 상태입니다. 올해 말에는 안경사 국가고시 시험도 볼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제품 기획은 2019년 9월 시작했습니다.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광학안경산업 전시회 ‘실모(SILMO)’를 비롯해 홍콩과 도쿄 등에서 열린 관련 박람회를 찾아다녔습니다.”

출처: 플립딥
플립딥 하상훈 대표와 그의 아버지(왼) 제품 기획을 위해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 실모를 찾았을 당시 모습(오)

-안경업에 오래 종사하셨던 아버지는 어떤 반응이셨나.


“초반에는 걱정이 많으셨어요. 30년 넘게 안경사로 일하시면서 오프라인 매장 하나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셨으니까요. 더군다나 안경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제가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하겠다고 하니 우려가 크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제품 기획을 시작하고 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소재부터 시장 유통 구조, 생산 마진 등 기술적인 부분과 시장에 대한 정보를 주셨고,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해주셨습니다.” 


◇A4용지 5장 정도로 가볍고, 차에 깔려도 부러지지 않아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중시했던 점은. 


“착용감입니다. 자외선으로 눈을 보호하는 게 선글라스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만큼, 얼굴에 딱 맞게 착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 코 패드 위치와 높이, 귀에 걸쳐지는 안경다리의 각도 등을 고려해 여러 번 시제작해본 후 자체 금형을 제작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금형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한국인의 두상·얼굴형에 가장 잘 맞는 선글라스를 만들기 위해 금형 자체 제작을 결정했어요.”

출처: 플립딥
제품 사진

-이외에 다른 선글라스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디자인은 가장 대중적인 형태인 보스턴 디자인을 골랐습니다. 디자인보다는 소재와 렌즈를 차별화했어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군용 고글에 주로 쓰이는 소재인 TR90NZZ로 테를 만들었습니다. TR90NZZ는 일반 스포츠 선글라스에 흔히 쓰이는 TR90보다 상위 버전의 소재입니다. 뛰다가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바퀴에 깔려도 테가 부서지지 않아요. 무게도 A4용지 5장 정도로 가볍습니다.  


렌즈는 자외선과 블루라이트뿐 아니라 근적외선 열도 차단하는 NIRTECH 렌즈를 사용했어요. 각종 안질환을 유발하는 근적외선 열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고, 눈 주변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제작은 어디서 담당했나. 


“대만에서 5위 안에 드는 안경 전문 업체이자 월마트 선글라스 벤더사인 Greatland Enterprise에서 제작했습니다. 홍콩 박람회에서 알게 되었는데, Greatland의 대표도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나이도 비슷해 이야기가 잘 통했어요. 초기 제작 수량이 터무니없이 적었지만, 브랜드 컨셉과 마케팅 계획, 타 브랜드와의 차별점 등을 설명한 끝에 제작을 맡아주겠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출처: 플립딥
차로 밟고 지나가도 부러지지 않는 테(왼)와 UV·블루라이트·근적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렌즈(오)로 제품을 만들었다.

◇스포츠 브랜드 매장 입점하는 게 목표


-6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신생 브랜드이다 보니 품질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했습니다. 3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목표치의 8000% 이상, 4000만원이 넘는 펀딩 액이 모였습니다. 평점도 5점 만점에 4.9점으로 높아 앵콜펀딩(bit.ly/2PeSh1c)을 시작했어요. 9월부터는 자사몰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중간 유통사 없이 직접 유통하기 때문에 가격 거품도 없앨 수 있었어요. 펀딩 가격은 7만9000원이고, 정식 출시 가격은 13만원대가 될 것 같습니다.” 


-제품명 ‘해(Hae)’에 담긴 의미는. 


“이중적인 의미인데요. 선글라스의 주된 기능인 ‘해로부터 눈을 보호한다’는 의미와 ‘플립딥과 함께 야외 활동을 마음껏 해(hae)’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기능성 선글라스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플립딥
대만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모습

-목표는.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야외활동에 적합한 제품을 만든 만큼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입점하고 싶어요. 현재도 한 스포츠 매장 입점을 논의 중입니다. 앞으로도 소비자가 더 많은 곳에서 저희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판매처를 다양화해 나가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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