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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가..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7. 2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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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 한마디 했다가 23년 동안 다닌 직장 잃었어요"
"너희 나라로 꺼져" 솔리드8 CEO 사퇴
동양인 비하한 손님 쫓아낸 종업원 '1억원' 보상
흑인 모델 안 쓰는 '리포메이션'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만 잘해도,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 한마디에 빚을 갚기는커녕 천 냥 빚을 더 질 수도 있다. 천 냥을 현재 시세로 따지면 약 7000만원이다. 한 기업을 이끄는 대표 또는 높은 자리에 있다면 말 한마디는 어쩌면 천 냥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온 사례가 있다. 말 한마디로 오래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린 셈이다. 반면 옳은 말을 했다가 1억원 돈방석에 앉은 사람도 있다.

출처: 유튜브 광주 문화방송(MBC) 캡처
미스트롯 '홍자'가 2019 영광 법성포 단오제 축하공연에서 전라도 지역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아시아인 꺼져” 외친 손님 쫓아낸 종업원 ‘돈방석’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솔리드8’(Solid8)의 마이클 로프트하우스(Michael Lofthouse) CEO가 7월11일 사퇴했다. 솔리드 8은 미국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컴퓨팅 회사다. 그는 동양인 가족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4일 캘리포니아 카멜 벨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중국계 가족이 생일잔치를 하고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로프트하우스는 가족에게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 “너희가 살던 아시아로 돌아가라”, “트럼프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막말했다.

출처: 유튜브 ABC NEWS 캡처
마이클 로프트하우스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 제니카 코크란(Gennica Cochran)이 로프트하우스를 밖으로 내쫓았다. 코크란은 당시 그에게 “당장 여기서 나가라. 당신은 여기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했다. 가족 중 한 명이었던 조던 챈이 해당 상황을 촬영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로프트하우스는 비난 글이 올라오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지우고 ‘잠수’를 탔다. 이후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그는 언론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나의 발언이 한 가족의 마음을 상하게 했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사과한 후 CEO에서 사퇴했다. 

출처: 유튜브 ABC NEWS 캡처
종업원 제니카 코크란

반면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는 로프트하우스를 내쫓은 식당 직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이트에 코크란을 후원하는 모금페이지가 3개나 만들어졌다. 이 중 하나는 10일 기준 목표액인 1000달러를 넘는 6만달러(약 7200만원)가 모였다. 또 다른 사이트 역시 1만2000달러(약 1450만원)와 5000달러(약 600만원)를 넘었다. 모금 페이지를 연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코크란은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 ‘팁’을 받게 된 셈이다. 


◇앞·뒤 다른 패션 업계


세계 2위 운동복 전문업체 아디다스도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아디다스 그룹 지주사인 아디다스 AG 글로벌 최고인사책임자 캐런 파킨(Karen Parkin)은 6월 30일 사퇴했다. 파킨은 1997년 판매 책임자로 근무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전 세계 인사관리 책임을 맡는 등 23년 동안 아디다스에서 일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아디다스 그룹 산하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전직원회의에 참여했다. 문제는 회의 도중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소음’으로 회사가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점이다. 


아디다스 직원 83명은 파킨이 지금까지 사내 인종차별 문제에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 회사 측에 조사를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파킨은 해당 발언에 대해 “더 나은 단어를 선택했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책임지고 사퇴했다. 아디다스 그룹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사건이다.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아디다스 공식 트위터 캡처
인종차별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린 아디다스그룹

하지만 광고와 실제 아디다스의 모습은 달랐다. 파킨에 이어 아디다스 그룹도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흑인 구성원들이 ‘아디다스는 다양성이 없는 기업’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 결과 아디다스 북아메리카 지사 직원 중 흑인 비율은 4.5%에도 미치지 못한다. 임원진도 백인이 독차지하고 있다. 아디다스 경영진 6명과 16명의 이사진 모두 백인이다. 아디다스 그룹은 2025년까지 직원 30%를 흑인과 남미계 출신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1억2000만달러(약 1438억원)를 투자해 흑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출처: 페이스북 Planet:Tech 페이지 캡처
야옐 아플라로

LA 패션브랜드 ‘리포메이션’(Reformation) CEO 야옐 아플라로(Yael Aflalo)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응원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하지만 매니저로 일하던 엘르 산티아고가 자신이 사내에서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답글로 남겼다. 그녀는 야옐 아플라로가 유색인종 직원과는 대화도 하지 않고 흑인 모델들은 쓰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3년 동안 자신보다 경력이 적은 직원이 높은 직책을 맡았는데, 그들은 모두 백인이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미국 흑인 R&B 스타 시저(SZA)도 리포메이션 SNS 페이지에 자신이 뉴욕 리포메이션 매장에서 느꼈던 불친절함을 댓글로 남겼다. 이후 CEO 야옐 야플라로는 사퇴를 결정했다. 


◇인종차별 발언으로 돈줄 끊긴 ‘크로스핏’


피트니스 클럽 브랜드 크로스핏(Crossfit)의 그레그 글래스먼(Greg Glassman) CEO도 6월 9일 조지 플로이드를 조롱한 글을 올린 지 3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트위터에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인종차별은 중요한 공중 보건 문제”라는 글을 올렸다. 글래스만은 이 글에 “그것은 플로이드-19가 문제”라는 답글을 달았다. 숨진 플로이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빗대 조롱한 것이다. 미국 일부 체육관은 크로스핏을 제휴 브랜드 목록에서 삭제했다. 현재 크로스핏은 전 세계 1만3000개 체육관과 제휴를 맺고 있다. 아디다스, 리복 등 스포츠 브랜드도 크로스핏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출처: 그레그 글래스먼 트위터 캡처
그레그 글래스먼이 트위터에 올린 조지 플로이드 조롱 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이소윤 교수는 “지금은 취약계층을 도와주거나 인종차별 반대에 앞장서는 등 이른바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일을 한 기업 제품은 사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이어 “기업을 이끄는 CEO나 높은 직책을 맡은 담당자의 말 한마디는 해당 기업 이미지를 결정한다”며 “앞으로 인종차별적 발언 등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사퇴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하늘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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