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괴물' 만들던 남자, 아파트 방 1칸으로 대박났다

조회수 2020. 7. 2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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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들던 미대생이 선택한 이 농사는..

현대아파트 스마트팜 ‘H클린팜’ 만든 ‘알가팜텍’

무일푼 父子, 집안에서 작물 키우며 ‘식물공장’ 만들어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도시들 속에 자연을 넣겠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공단에 위치한 회사 ‘알가팜텍’이 생산하는 제품은 채소다. 마치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외부환경과 단절된 공간에서 식물 생육에 최적화된 빛, 공기, 온도, 습도, 양분 등을 계획적으로 제공하는 ‘식물공장(植物工場)’이다. 층층이 식물을 키울 수 있어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라고도 불리는 스마트팜의 일종이다. 


이 농장은 외부 오염물질이 차단되기 때문에 병충해 걱정이 없고, 농약을 칠 필요도 없다. 장마철이라고 채소값이 폭등할 일도 없다. 계절도 안타고 층층 재배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은 노지(露地)의 수십배다.

조영재 CTO(오른쪽)와 조한목 대표가 식물공장 작물의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 /jobsN

조영재(66) CTO(최고기술경영자)와 조한목(40) 대표 부자(父子)가 무일푼으로 창업한 알가팜텍은 5년만에 매출 30억원에 달하는 내실있는 스마트팜 업체로 성장했다.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 스마트팜 ‘H 클린팜’이 바로 알가팜텍의 작품이다. 현재 농식품부에서 무농약 ‘GAP 인증’을 받은 채소 40여종을 생산한다. 화공학을 전공하고 해양바이오 사업을 하던 아버지와, 미대를 나와 봉준호 감독 밑에서 영화를 만들던 아들이 ‘동업’한다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7월 장마철을 앞두고 파주 알가팜텍 본사에 찾아갔다.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됐나. 


조영재(이하 영재) : “대상그룹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40대 중반 나이에 해양바이오 사업체로 이직했다. 해양조류를 통해 식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클로렐라’를 떠올리면 된다. 2007년엔 직접 해양바이오 회사를 설립했지만, 전에 몸담았던 업체와 법적 분쟁이 생겨서 2015년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빚을 진 것은 아니지만, 남은 재산이 아파트 한 채 뿐이었다. 1980년대 일본에서 공부를 할 때부터 식물공장 형태의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았다. 미래 산업인 스마트농업에 도전하기에 환갑이란 나이가 결코 많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가진게 아파트 한 채 뿐이지 않나. 그래서 아들하고 방 한 칸에 식물공장을 만들었다.”

2015년 조영재, 조한목 부자가 아파트 방 한켠에 만든 스마트팜. /알가팜텍 제공

조한목(이하 한목) :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스테프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대(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이라 영화 세트 등을 제작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그런데 정말 돈을 벌기 어려웠다. 결국 돈 벌려고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광고 일이라는 것이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새워야 하는데, ‘열정페이’가 일상이었다. 3~4개월간 창의적 에너지를 온통 뽑아내선 이내 소진해버리는 업무 방식도 나를 힘들게 했다. 그때까지 아버지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는데, 우연히 아버지 공장에 갔다가 제조업이 돌아가는 원리를 봤다. 광고업에선 창의적인 생산물이 쉽게 사라지고 보호받지도 못하지만, 제조업에선 특허라는 것이 있었다. 식물공장 역시 채소류를 만드는 일종의 제조업이다.”

영화 괴물(2006) 촬영 당시 조한목 대표. /알가팜텍 제공

-아파트에서 어떻게 스마트팜을 만드나.


영재 : “식물공장이라는 것이 실내에서 빛,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아파트라고 못할 것이 없다. 농업 관련 정보는 농촌진흥청 등을 통해 대체로 공개돼 있다. 이를 토대로 빛을 얼마나 주는 것이 적당한가, 물은 어느 정도 분사할까 하나하나 실험해봤다. 동시에 LED설비와 분무장치도 직접 설계했다. 책장 형태의 구조물에 각종 설비를 용접해 붙이고 전기 배선을 하는 등의 일은 아들 몫이었다. 실제 아들이 좁은 실내공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의 복층 8단 구조를 만들어 특허를 냈다. 이밖에도 아들이 만든 특허가 5개다.” 


-식물공장형 스마트팜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들었다.

알가팜텍의 생산 품목. /알가팜텍 제공

영재 : “처음 방에서 식물공장 연구를 할 당시 거주지의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식물공장을 하겠다고 하니 ‘돈 말아먹는 것 왜 하냐’고 하더라. 식물공장이라는 것이 겉보기에는 쉬워보인다. ‘그까짓 것 대충 그냥’ 플라스틱이나 금속 틀에 LED 조명과 분무장치를 달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플라스틱 사출업체, LED조명 업체, 심지어 세차장비 제조업체도 식물공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어느 한 부분만 보고 그럴듯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식물을 키워 재배가 되는 실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제대로 수익을 내는 식물공장 업체는 극히 드물다.”


식물공장 재배 연구를 마친 부자는 경기도 파주에 공장을 임대했다. 파주는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라 농식품 유통이 용이하다. 파주시가 스마트팜 육성을 위해 스마트농업 단지 조성을 하고 스마트농업연구 및 실용화 센터 등을 운영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실제 파주는 스마트농업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유일한 지자체이기도 하다.


-생산된 채소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스마트팜 ‘H 클린팜’. 알가팜텍이 시공하고 관리까지 맡는다. /현대건설

한목 : “우리 채소는 품질이 우수하고 일정하다. 당연히 노지 재배 채소보다 2~3배 비쌀 수밖에 없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한 대형 쌈밥 식당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당신같은 업체가 생겨나길 기다렸다’라고 하더라. 사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노지 재배 쌈채소는 계절마다 공급 물량이 들쭉날쭉했다. 품질도 문제였다. 여름철엔 물렀거나 벌레 먹은 채소가 더 많다. 채소 세척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더 들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 사장님 말씀을 듣고 고무적이었다. 지금도 온라인 위주로 판매하지만,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도 납품을 한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채소를 개발하기도 했다. 신선한 채소에는 칼륨 성분이 많다.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을 앓는 분들은 칼륨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저칼륨 채소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식물공장을 통해 얼마나 생산하고 있나. 


영재 : “현재는 파주와 경기도 광주 두 군데에서 직영 식물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50평 정도의 공간에 월 2.8톤의 채소류가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알가팜텍이 설비를 구축해주고 운영을 지원하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농장도 늘리고 있다. 식물공장 채소 재배 시설 노하우와 운영기술 노하우 등도 함께 지원하는 것이다. 식물공장을 운영하려는 주체는 다양하다. 심지어 군 잠수함에서도 주문이 들어온 적이 있다. 오랫동안 해상에 나가있는 승무원들의 영양 공급을 위해 선박 안에서 재배를 하고 싶다는 것인데, 흔들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아직 구현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수확하는 모습. /알가팜텍 제공

영재 : “스마트팜의 일부분인 수직농장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4년이면 1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알가팜텍을 통해 세계 속의 도시농장을 만들고 싶다. 도시의 유휴공간을 잘 활용해서 농업 생산성도 끌어올리고, 무엇보다 도심 속에 자연을 넣을 수 있다.”


한목 : “식물공장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해외만 생각할 것 뭐 있나. 영화 마션(2015)에서처럼 화성에서 채소를 재배하지 말라는 법 있나.”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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