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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에 '블랙'·'화이트' 들어가면 인종차별이라고요?

조회수 2020. 7. 2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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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가 흑인 차별? 그럼 '마스터카드'도 이름 바꿔야 하나요?
‘블랙’은 부정적, ‘화이트’ 긍정적 단어 많아
애플·구글 등 “차별 뜻 없는 용어로 바꿔야”
일각에서는 “인종차별이랑 상관없어” 반발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하자 미 전역에서 흑인 차별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외치며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없애자고 호소한다. 일부 기업은 차별 반대 목소리에 응했다. 미국 아디다스는 직원 흑인 비율이 낮다는 지적에 신규 채용 인력 30% 이상을 흑인과 라틴계로 채우기로 했다.


최근 IT업계에서도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 인권 문제나 직원이 회사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은 사례가 나온 것이 아니다. IT업계에서 쓰는 용어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래 뜻과 상관없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용어를 바꿔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 ABC News 유튜브 캡처
2019년 8월 말을 탄 미국 텍사스 경찰이 무단침입 용의자 흑인을 밧줄로 묶어 이송하자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정적인 뜻에만 ‘블랙’···“마스터는 노예제 연상시켜”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 데이비드 클라이더마흐는 7월 4일 트위터에 올해 ‘블랙햇(Black hat) USA 2020’ 행사에서 연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랙햇은 컴퓨터 보안 기술을 다루는 세계 최대 규모 정보보호 콘퍼런스다. IT업계에서는 악의적으로 남의 컴퓨터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해커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화이트햇(white hat) 뜻은 정반대다. 네트워크에서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 해커로부터 공격받지 않게 알리는 해커를 뜻한다.


클라이더마흐는 회의 명칭을 문제 삼았다. 그는 “수년간 블랙햇 콘퍼런스에서 해온 공익적인 일들은 고맙지만, 블랙햇이라는 이름은 바꿔야 한다”고 했다. “블랙햇과 화이트햇이라는 단어는 원래 뜻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클라이더마흐는 “이 같은 변화는 무의식적인 편견의 벽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화이트햇과 같은 이유로 ‘블랙리스트’(blacklist)와 ‘화이트리스트’(whitelist)도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블랙리스트는 자동 거부 항목을, 화이트리스트는 자동 승인 항목을 뜻한다. 블랙리스트는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 명단을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반면 화이트리스트는 우대나 혜택을 주는 인물이나 나라를 일컫는다. 블랙햇처럼 ‘블랙’이 들어간 단어가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색상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마스터’(master)와 ‘슬레이브’(slave)도 흑인 차별 용어로 입방아에 올랐다. 이들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한 장치가 다른 장치를 제어할 수 있을 때 쓰는 말이다. 마스터는 다른 대상을 제어하는 활성 장치다. 마스터의 제어를 받는 수동 장치가 슬레이브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관용적으로 두 용어를 써왔다. 최근에는 마스터와 슬레이브가 노예제도를 떠오르게 한다는 이유로 다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출처: 트위터 캡처
블랙햇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이비드 클라이더마흐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

◇IT업계 용어 순화 나서···“과도 해석” 반발도


용어 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글로벌 IT기업에서는 용어 순화에 나섰다. 마이클 몬타노 트위터 엔지니어링 팀장은 6월 25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앞으로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추구하는 ‘포용적인 언어’를 쓰겠다”라며 순화 용어를 제시했다. 블랙리스트는 ‘블록리스트’(blocklist)로, 화이트리스트는 ‘얼로우리스트’(allowlist)로 순화한다. 마스터와 슬레이브는 각각 메인(main)·프라이머리(primary)·리더(leader), 세컨더리(secondary)·레플리카(replica)·팔로워(follower)로 바꿔 쓰기로 했다.


컴퓨터용 공개 운영체제 리눅스도 블랙·화이트리스트, 마스터·슬레이브 등 인종차별 연상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블랙리스트는 디나이리스트(denylist)나 블록리스트, 화이트리스트는 얼로우리스트나 패스리스트(passlist)로 수정한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트인 깃허브(GitHub)·구글·애플 등도 용어 순화에 동참하고 있다. 존 윌랜더 애플 개발자는 6월 7일 트위터에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순화 용어로 바꿨다고 적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IT업계 용어 순화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블랙이나 화이트가 들어간 용어를 무조건 인종차별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블랙리스트는 중세 시대 때 문제 인물 명단을 검은 책에 적어서 유래한 용어인데, 검은색이 들어갔다고 흑인 비하라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한 네티즌은 “그런 논리라면 노예제를 연상시키는 마스터카드도 회사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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