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못냈던 34살 백수 시절 의사 여친이 한 말

조회수 2020. 7. 2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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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마솥 들고 와서 감자 썰던 이 청년은
직접 재배한 친환경 감자로
가마솥에 튀긴 건강 감자칩
귀농하고 공사판 막노동도 뛰어

“처음에는 이걸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조카들 유치원에 다 같이 간식으로 먹으라고 감자칩을 보냈죠. 그런데 유치원에서 또 보내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어요. 없다고 했더니 돈을 줄 테니까 더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직접 가마솥을 들고 장이 서는 곳을 찾아다녔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감자를 썰어 가마솥에 튀긴 감자칩을 팔았죠. 5년 동안 그렇게 다녔어요. 손님들이 줄 서서 사갔죠. 어렸을 때 엄마가 튀겨준 감자칩 맛이 난다고들 하셨어요.”

출처: 본인 제공
별똥밭 노재석 대표

별똥밭 노재석(41) 대표는 친환경 농법으로 직접 키운 감자를 가마솥에 튀겨 감자칩(bit.ly/2WrTfLv)을 만든다. 보존제와 첨가제를 쓰지 않은 건강 간식이다.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간다. 요즘은 1주일 매출이 1000만원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노 대표는 통신비 낼 돈이 없어 농한기에는 공사판 막노동을 뛰었다. 34살 나이에 귀농해 감자칩 사업을 시작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귀농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계 설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7년 정도 일했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회사 상황도 어려워졌어요. 더 버텨봤자 비전이 없다는 생각에 퇴사했습니다. 회사를 나와 카페를 운영했어요. 보기 좋게 실패했죠. 월세가 밀릴 지경까지 갔어요. 결국 가게를 다 접고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부모님이 계신 경기도 양평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때가 34살이었죠.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였던 여자친구가 적극적으로 찬성했어요. 농사는 평생직장이라고요. 젊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고 응원해 줬습니다. 그때 당시 여자친구가 레지던트 2년 차였는데 지금은 벌써 병원 과장님이네요.


부모님이 양평에서 소를 키우고 계셨어요. 농사는 소일거리 정도로만 하셨죠. 먼저 교육을 받으러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감자를 전문으로 키우는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젊은 사람이 왔다고 좋아하시면서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죠. 아버지를 설득해서 본격적으로 감자 농사를 시작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가마솥을 직접 들고 나가 플리마켓과 시장에서 감자칩을 팔았다

-감자칩을 만든 계기는요.


“2013년에 감자 농사를 처음 시작했어요. 학교 급식 납품 계약을 맺고 감자를 심었죠. 그런데 너무 많이 수확한거에요. 남은 감자를 팔 곳이 없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감자칩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시험 삼아 해보는 건데 200만원 가까이 하는 유탕기를 살 수는 없었죠. 그때 시골집에 있던 가마솥이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튀겨봤는데 맛이 괜찮았어요.


조카들 유치원에 다 같이 간식으로 먹으라고 감자칩을 보냈죠.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또 보내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어요. 없다고 했더니 돈을 줄 테니까 더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지인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부터 시장이나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감자칩을 만들어 팔았어요. 가마솥을 직접 들고 가서 그 자리에서 감자를 썰고 바로 튀겼죠. 하루 매출이 90~100만원씩 나왔어요. 당시 감자 도매가가 1kg에 1000원 정도였습니다. 같은 돈을 벌려면 감자를 1톤은 팔아야 하는 셈이죠. 그때부터 감자칩 사업을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죠.


처음 5년 동안은 힘들었습니다. 시장에 나가는 날은 1달에 많아야 3~4번이었어요. 혼자서 농사도 짓고 감자칩도 만들고 판매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본업인 농사 수익이 적었어요.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습니다. 담배값은 커녕 통신비 낼 돈도 없을 때가 많았죠. 농번기가 아닐 때는 공사 현장 노가다를 다녔어요.”

출처: 별똥밭 제공
별똥밭 감자칩과 고구마칩

-온라인 판매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2015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감자칩 제조장도 짓기 시작했죠. 옆에는 감자칩을 함께 파는 작은 카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접 짓느라 3년 넘게 걸렸죠. 2018년 6월에 공사가 끝났습니다. 통신판매허가를 받고 10월부터 온라인 판매(bit.ly/2WrTfLv)를 시작했어요.”


-가격은 얼마인가요.


“140g 1봉지에 7000원입니다.”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팔렸어요. 하루 매출이 400만원씩 나오기도 했죠. 제가 처음 귀농했을 때부터 일상을 매일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습니다. 귀농 계기, 과정, 감자칩을 만들게 된 이야기 등을 올렸죠. 이 계정 팔로워가 1만6000명이 넘어요. 인스타그램 홍보를 통해 많은 분들이 구매해 주셨죠. 이후 매출이 떨어질 때마다 판매 채널을 늘리면서 새로운 고객을 모았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수수료 부담이 크다 보니 지금은 네이버 스토어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출처: 별똥밭 제공
가마솥에 감자칩을 튀기는 모습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가마솥에 튀기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가마솥은 일반 튀김기보다 열전도율이 뛰어납니다. 기름 온도가 더 높고 쉽게 식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감자칩이 더 바삭합니다. 또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감자를 보존제 없이 순수 기름만 사용해 튀깁니다. 일반 시제품보다 건강하다고 할 수 있죠. 또 제가 SNS에 감자 재배부터 감자칩 만드는 과정까지 모두 공개합니다. 이 감자칩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고객분들이 더 신뢰하시는 것 같아요.”


-감자칩에 쓰는 감자를 모두 직접 키우나요.


“지금 제가 키우는 밭은 8000평입니다. 1년에 30~40톤 정도 수확하죠. 요즘은 감자칩이 잘 팔려서 필요한 감자가 100톤가량입니다. 그래서 같은 지역 농가 어르신들의 감자와 고구마를 사 와서 쓰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어려운데 저희 덕분에 살았다며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많죠.”

출처: 본인 제공
직접 농사 짓는 감자밭과 수확한 감자

-매출이 궁금합니다.


“작년 연 매출은 약 2억원입니다. 다만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1주일에 1000만원씩 팔릴 때도 있는 반면 안 팔릴 때는 100만원도 안 나오죠. 그래도 작년 10월부터 신세계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입점했습니다. 사실 3년 전에도 제안이 왔었는데 잘 준비해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거절했죠. 올해 6월 1달 동안 신세계백화점 부산점에서 매출이 4300만원 나왔습니다. 그전에 광주점도 1주일에 1300만원정도 팔았고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권하지는 않아요. 저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신 땅도 있었고 어느 정도 기반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대출받고 막노동을 뛰어야 할 만큼 힘들었죠. 멀쩡히 회사 다니다가 귀농한다는 사람들 보면 뜯어말리고 싶어요. 농사를 시작하고 싶으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던지요. 다만 정말 귀농에 뜻이 있다면 1살이라도 젊을 때 실천에 옮기세요. 저도 7년째 하고 있지만 10년은 넘어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스페인에 ‘보닐라’라고 유명한 100년 전통 지역 감자칩 브랜드가 있어요. 어떤 고객분께서 ‘별똥밭은 한국의 보닐라칩 같다’는 리뷰를 남겨주셨죠. 그 말을 현실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농산물로 우리 가마솥에 만든 감자칩인만큼 별똥밭을 한국을 대표하는 감자칩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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