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때보다 TV에서 사라진 지금이 더 유명해요

조회수 2020. 7. 1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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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낼 돈 없어 절망하던 공채 개그맨 3인방이었습니다
유튜브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
스탠드업 코미디하다 인연 맺어
캔모아·쪼끼쪼끼 찾아다니며 촬영
“누구나 인정하는 코미디 하고파”

"지금까지 어른이 즐길 만한 코미디가 없었어요. 저희가 제대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개그맨 김민수·정재형·이용주.

김민수(30)·이용주(35)·정재형(33)은 공중파 공채 출신 개그맨이다. SBS 16기인 김민수와 이용주는 2016년 데뷔했다. 정재형(KBS 29기)은 2014년 신인으로 개그콘서트에 처음 출연했다. SBS ‘웃찾사’(웃음을찾는사람들)와 KBS ‘개콘(개그콘서트)’이 이들의 주 무대였다.


2017년 웃찾사 폐지 이후 김민수와 이용주는 서울 홍대와 강남을 오가며 스탠드업 코미디(관객과 마주하며 진행하는 실시간 희극)를 했다. 이용주와 정재형은 개그맨 지망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뜻이 잘 맞았던 셋은 2017년 11월부터 함께 무대에 올랐다. 2019년 4월에는 유튜브에서 ‘피식대학’이라는 채널을 시작했다. 개그 프로그램처럼 코너 형식으로 여러 상황극, 성대모사 시리즈를 찍는다. 유튜브에서 자신만의 ‘웃찾사’와 ‘개콘’을 만든 것이다.


1년 3개월 만에 구독자 30만명이 그들의 개그를 보기 위해 모였다. ‘탈북자 몰카’ 영상은 조회수 400만을 넘겼다. 최근에는 매장별 알바생 성대모사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울 강남의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피식대학 3인방을 만났다.


-피식대학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일동) “유튜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10대를 겨냥한 콩트(길이가 짧은 상황극)가 한창 유행이었어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코미디 채널을 만들기로 했죠. 편하게 웃을 수 있다는 뜻으로 ‘피식대학’이라 이름 지었어요. ‘빵빵’, ‘폭소’ 같은 단어는 시청자나 저희나 부담스러우니까요. 제대로 콩트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어떤 콘텐츠를 만듭니까.


(민수) “처음에는 대학생이 공감할 만한 유형별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시험 끝나고 하는 행동, 신입생이나 복학생 유형 등을 찍었죠. 이게 먹힐 줄 알았는데, 대학생이 콩트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다음에 찍은 게 복고 콘셉트인 ‘08학번’ 시리즈입니다. 2000년대 유행한 아디다스 저지를 입고, 캔모아나 쪼끼쪼끼에서 상황극을 했어요.

출처: 피식대학 유튜브 캡처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설정한 ‘05학번이 돌아왔다’ 시리즈.

열심히 찍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상 노출에 한계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몰카 개그 콘텐츠는 관련 검색어가 많아 자연스럽게 시청자가 들어와요. 그런데 ‘08학번’을 검색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채널 파이를 키우려고 몰카 콘텐츠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어요. 구독자가 어느 정도 모인 뒤부터 원래 하고 싶었던 ‘05학번이 돌아왔다’ 시리즈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성대모사·중년 등산모임 ‘한사랑산악회’ 등 여러 시리즈물을 찍어요.”


-복고물부터 등산 동호회까지, 장르가 다양하네요.


(용주) “시리즈별로 담당 PD가 있어요. 예를 들어 누가 기획안을 가져오면, 그 시리즈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주도적으로 촬영하고 편집까지 맡아서 하죠. 3명이니까 각양각색의 아이템이 나오고요. 우리끼리 스타크래프트 용어로 ‘쓰리 해처리를 돌린다’라고 표현해요.”


(재형) “스탠드업 코미디를 오래 같이했더니 서로 강점이 뭔지 너무나 잘 알아요. 어떻게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결과물이 잘 나올지 파악하고 있죠. 캐릭터를 먼저 만드는데, 이때 공을 가장 많이 들입니다. 캐릭터를 짜면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 가요.”


-10대보다 20~40대에 더 익숙한 주제로 영상을 찍는 이유가 있나요.


(재형) “우리가 재미있는 걸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용주형이 05학번, 제가 08학번이에요. 저희가 볼 때 웃긴 소재를 썼더니 또래 시청자가 모이더라고요. 그런데 복고물 콘텐츠는 오히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구독자가 더 환호해요.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잖아요.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관심이나 갈망이 있어요. ‘정말 저랬을까’ 하며 웃죠.”


(민수) “시청자 절반이 25~34세예요. 한사랑산악회도 젊은 사람들이 더 좋아해요. 20대나 30대 시선에서 바라본 산악회를 표현하거든요. 정작 부모님은 ‘뭐가 웃기냐’ 할 수 있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우리 부모님과 정말 똑같다’ 하면서 웃음을 터뜨려요. 30대를 주요 시청자층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봅니다. 다만 아직 시청자 연령 폭이 넓지는 않아요. 콩트나 몰카 시리즈 말고 성대모사를 하는 이유도 10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한사랑산악회 같은 시리즈물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에요. 처음에 집중해서 봐야 계속 볼 수 있죠. 10대는 즉흥적으로 웃긴다는 점에서 성대모사를 좋아해요.”

출처: 피식대학 유튜브 캡처
김민수씨의 알바생 성대모사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이 뜨기 전까지 위기는 없었나요.


(재형)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수입이 없으니까요. 용주형과 저는 월세 낼 돈이 없어서 대출까지 받았어요. 막다른 골목 앞에 선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아르바이트하며 살 생각도 했습니다. 셋 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티를 내진 않았어요. 부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일이 좀 풀리기 시작한 뒤에 ‘사실은 그때 힘들었다’고 털어놨어요. 알고 보니 다들 비슷한 심정이었는데, 이겨내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었더라고요.”


(민수) “피식대학 인지도가 없던 6개월이 위기였죠. 인생에서 그렇게 힘들어 본 게 처음이에요. 일이 잘 풀리려면 힘든 시기도 거쳐야 하는데, 용주형과 재형이형은 그 과정을 아는 것 같았어요. 저는 처음이라 충격이 컸는데, 두 형을 보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죠.”


-서로 간의 궁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재형) “제 자취방에 세 명이 모여 짜장면도 시켜 먹고, 같이 자고 씻기도 해요. 공유 오피스 개념으로 씁니다. 콘텐츠 소재 회의를 할 때는 거리낌 없이 서로 치고받아요. 하지만 의견이 다르다고 불화가 생긴 적은 없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대화를 하는지 잘 아니까요.”


(민수) “서로 생각하는 웃음 포인트가 다르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의견 교환이 많을수록 개그의 질이 좋아져요.”


(용주) “전설적인 록밴드 퀸도 공연 직전에 멤버들끼리 장비를 때려 부수며 싸웠다고 하잖아요. 우리도 요즘 싸움을 지향하고 있어요(웃음).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일하는 시간도 정했습니다. 서울의 ‘힙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회의해요.”

출처: 피식대학 유튜브 캡처
중년 등산 모임을 콘셉트로 찍은 한사랑산악회는 젊은 시청자에게 더 인기다.

-방송에서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민수) “결정권이 생긴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방송할 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나 PD의 손을 거쳐야 하고, 우리는 편집권도 없어요. 방송이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절반도 못 보여주는데, 그 상태에서 또 편집을 하잖아요. 유튜브에서는 뭐든 스스로 결정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요.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한 번 소비되고 마는 게 아니라 계속 쌓이는 기분이에요.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는 게 유튜브의 장점입니다.”


(용주) “우리는 20대 때 공채 개그맨 생활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무식한 방법으로 훈련했죠. 돈을 못 벌어도 극장 생활을 했고요.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지만, 개그 실력 하나는 제대로 키울 수 있었어요. 요즘 20대 때 고생하며 실력을 쌓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한 고생을 이제야 보상받는다는 느낌도 들고요. 유튜브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1년 넘게 해보니 내공이나 경험이 없으면 시작해도 오래 가기 힘들겠더라고요.”


-유튜브에 코미디 채널이 많습니다. 피식대학의 경쟁력은 뭔가요.


(재형) “솔직히 말씀드리면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혼자가 아닌 팀으로 시트콤을 찍는 구독자 10만명 이상 채널은 드물어요. 성인이 볼 만한 코미디 채널 가운데 피식대학만큼 대중적이고 유튜브 특성에 맞게 개그를 풀어내는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연인처럼 좋아해 주시는 팬도 많아요. 굿즈를 살 테니, 빨리 출시해달라고 해요. 개그맨 유병재가 메이저 리거라면, 우리는 마이너 리그에서 뛰죠.”


(용주) “마이너 리거라기보다 다른 채널과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보통 개그맨은 개그맨끼리 모여요. 우리는 의도적으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요. 셋 다 내성적이라 사람을 신중하게 만나는 편인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사고 폭이 넓어지니까요. 미국 교포 개그맨 대니 초(Danny Cho)를 만나면 외국 코미디언은 뭘 하고 노는지, 작업 방식은 어떤지 물어봐요. 코미디 작품도 추천받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을 곳이 늘어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이유죠.” 

출처: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앞으로 해보고 싶은 코미디가 있다면요.


(용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공개 코미디를 했어요. 시청자 연령대가 낮은, 10대가 볼 만한 콘텐츠가 많았죠. 그러다 보니 성인이 즐길 만한 코미디가 없었어요. 나이 들면 정치가 가장 웃긴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볼만한 코미디가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물을 만들 예정입니다. 지금도 스타트업 관련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어요.”


-피식대학이 꿈꾸는 미래가 궁금합니다.


(재형) “누구나 인정하는 코미디 채널로 만들고 싶어요. 한 번 웃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진짜 코미디를 원하면 이 채널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달려 보려 합니다. 욕심이지만, 언젠가 넷플릭스처럼 시리즈별로 코미디를 볼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고 싶어요.”


(용주)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한사랑산악회 영상을 올려요. 최근 달린 댓글 중에 ‘일요일 밤을 책임지던 개콘이 없어져 허전했는데, 이제 한사랑산악회를 보면서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걸 실감한다’는 글이 많았어요. 사실 두어 번 웃기는 건 쉽지만, 시청자를 매주 웃게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더 노력해서 매일 웃길 수 있는 채널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민수) “비슷한 생각이에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재미도 있었지만, 10년 넘게 해서 더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하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1년, 3년 뒤를 생각하면 당장 영상 조회 수는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시리즈물뿐 아니라 일회성 콩트 등 다양한 콘텐츠도 계속 시도해볼 거예요.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시청자분들께 재미있는 코미디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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