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원샷에 막춤까지..저희가 망가져야 회사 잘 됩니다

조회수 2020. 7. 1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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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이 대기업 사장한테 '춤추라'고 시키더니..

이젠 2030이 기업의 중추... “이들과 소통하려면”

권위 버리고 과감하게 망가지며 스킨십 강화

이젠 2030과 소통이 CEO의 주요 업무 중 하나

7월13일 방영된 SK 사내방송에 출연한 최태원 회장 /인터넷 화면 캡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인다. 파를 썰고, 계란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서 정성껏 넣는다. 최 회장이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라면을 ‘원샷’하자 자막이 흐른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물을 남기지 맙시다.” 7월13일 SK그룹에 방영된 사내방송 장면이다. 최 회장은 SK 그룹 연중 최대 행사인 ‘SK이천포럼’ 홍보를 위해 직접 영상에 출연해 망가졌다. 뭐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기도 한데, 일단 외부인이 봐도 재밌긴 재밌다.


비단 최 회장 뿐 아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의 대기업 CEO들이 대거 망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내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사장님 신들린 연기!’, ‘너무 재미있어요’

사내방송에 출연해 막춤(오른쪽 사진)까지 불사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인터넷 화면 캡쳐

“신입사원 때 (훗날) 사장 되실 줄 아셨어요?” “입사 동기들이 얘는 한 달 다니면 많이 다닌 거라고 했는데…” 지난 6월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가 사내방송에 출연한 장면이다. 젊은 직원들의 격의 없는 질문에 이 대표는 격의 없이 답을 이어갔다.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방송에서 이 대표는 결국 춤까지 췄다. 약 600명의 롯데홈쇼핑 직원이 동시 접속했다. 신변잡기에 농담, 춤까지 추는 와중에 이 대표는 올해 회사의 경영전략과 실적 등을 공개했고, 젊은 직원들에게 직장생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대기업 CEO들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회사의 중추인 2030 사원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 ‘90년대생’ 이라 불리는 이들이 이제 기업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소통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고 했다. 이들은 권위적인 행동에 거부감이 크고, 품위보다는 인간적 친근감에 호감을 보인다. ‘검은 양복 차림에 기사가 직접 문도 열어주는 고급 세단을 타고 출근하는 CEO’를 싫어할 뿐 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 세대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등 조직 구성원이 직접 만나기 어려워지자 사내방송 등을 통해 파격적인 소통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도 최근 자회사 대표들과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기업의 친환경 캠페인을 알리는 의미의 ‘아.그.위.그(I GREEN WE GREEN)’ 홍보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서 김 대표는 “혹시 ‘갑분아’(갑자기 분위기 아그위그)라고 들어봤어?”라고 웃으며 배경음악 사이사이 마다 ‘갑분아’라고 외친다. 2030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2030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권위를 버리고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원 하나하나 1시간씩 면담하는 사장님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가 ‘갑분아’를 외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꼭 웃긴 영상을 찍고 망가져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시도는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직원들과 화상 면담을 진행 중이다. 국내 사업장은 물론 미국·폴란드·중국 등 해외 사업장을 연결해 200여명의 직원들을 면담했다. 장동현 SK주식회사 사장은 올해 중 SK주식회사 전 직원(팀장 이하)과 면담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 전 직원은 160명이다. 1인당 면담 시간은 무려 1시간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말을 잘 하지 않으려던 사원들도 이소리 저소리 안할 수가 없다. 사장님과 연애 얘기부터 취미·관심사, 앞으로 나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격의 없는 사이가 돼간다. 재계 관계자는 “재미있는 영상 하나, 관심 어린 면담 한 번이 주는 효과가 상당하다”며 “앞으로 이러한 소통 행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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