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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편상 인서울 대신 해사 택했던 제주 소녀, 지금은…

해군 대위→백화점 MD→디자이너, 한국의 ‘프라이탁’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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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버려지는 침구 시트 재활용
80%가 세탁 과정에서 찢어져 폐기
제주 라마다·글래드·롯데 호텔과 협약

“호텔은 무엇보다 침구류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4성급 이상은 대부분 면 100% 고급 원단을 사용해요. 호텔 이불과 베개는 조금만 손상을 입어도 객실에서 쓸 수 없습니다. 그냥 버리죠. 그런데 이렇게 버리는 침구류의 80%가 세탁 과정에서 찢어진 것들이에요. 오염 때문에 버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충분히 재사용할 수 있는 좋은 상태의 원단들이 그냥 버려지는 셈이죠.”

올해 6월 열린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0’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민희 대표

출처본인 제공

레미디 김민희(39) 대표가 만든 레미투미는 버려진 호텔 침구 시트를 재활용해 친환경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반려동물을 위한 쿠션이 대표 상품이다. 호텔 침구 원단 특성상 진드기나 먼지가 잘 붙지 않아 동물이 사용하기 좋다. 김 대표는 해군 대위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백화점 MD로 일하면서 프라이탁과 같은 ‘리사이클링’ 제품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 자동차 안전벨트 등으로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다. 전 세계에서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낸다. 한국의 ‘프라이탁’을 꿈꾼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군 대위로 복무했다고. 


“제주도에서 태어났습니다. 항상 바다 넘어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대학을 서울로 가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이 안 좋았죠. 마침 학교에 해군사관학교 선배들이 홍보를 하러 왔어요. 사관학교를 가면 4년 장학금은 물론이고 월급도 받을 수 있었죠. 무엇보다 4학년 때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는 거에요. 사실 여행은 아니고 순항훈련이라고 3~5달 동안 배를 타고 세계 바다를 돌면서 받는 훈련이에요. 여러 나라를 가볼 수 있다는 말에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죠.”

해군 복무 시절의 김 대표

출처본인 제공

-전역은 언제 했나.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5년 동안 복무했습니다. 일하는 동안도 즐거웠어요. 하지만 정해진 매뉴얼 안에서만 움직이는 군대 생활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좀 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무 복무 기간인 5년이 끝나고 바로 전역을 결정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일본 도쿄로 유학을 갔어요. 원래 관심 있었던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했죠. 1년 정도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롯데백화점 MD로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죠.” 


-퇴사를 결심한 계기는. 


“회사에서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만든 전략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속한 팀에서는 ‘리폼’과 ‘업사이클링’을 연구했죠. 2014년 당시 한국은 이제 막 업사이클링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재활용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이 한창 유행했죠. 관련해서 백화점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동안 저도 업사이클링에 푹 빠졌어요. 직접 업사이클링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런데 갑자기 다른 직무로 발령이 났습니다. 방황을 많이 했죠. 결국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만들어 팔았던 핸드메이드 팔찌

출처본인 제공

-세계 여행을 떠났다고.


“퇴사하고 1년 정도 세계 여행을 했어요. 유럽, 미주,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다녔죠. 그때도 업사이클링에 빠져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현지에서 모은 깨진 유리 등을 활용해 핸드메이드 팔찌를 만들어 팔았어요. 돈도 700달러 정도 벌었죠. 이 돈은 마지막 여행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부하고 왔어요.”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주얼리 디자인 전공을 살려 제주도에서 금속 폐기물을 활용한 액세서리를 만들었어요. 플리마켓 등에서 입소문을 타다가 제주 메종 글래드 호텔의 제안을 받고 호텔 편집숍에 입점했습니다. 


어느 날 호텔에서 엄청나게 많은 침구류를 버리는 걸 봤어요. 호텔은 베개나 이불 품질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4성급 이상 호텔은 대부분 면 100% 고급 원단을 씁니다. 하지만 호텔 이불과 베개는 조금만 손상을 입어도 객실에서 쓸 수 없습니다. 그냥 버리죠.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침구류의 80%가 세탁 과정에서 찢어진 것들이에요. 오염 때문에 버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충분히 재사용할 수 있는 좋은 상태 원단들이 그냥 버려지는 셈이죠. 호텔에 물어봤더니 마음껏 가져가라고 했어요. 이걸로 리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죠. 

김 대표가 폐시트를 수거하는 모습(좌) 강아지 토리, 고양이 나리와 함께 찍은 사진(우)

출처본인 제공

처음에는 쿠션이나 베개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찝찝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고민하던 차에 제가 키우는 강아지 ‘토리’와 고양이 ‘나리’가 쌓아놓은 폐시트 위에서 너무 편하게 잘 자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반려동물 쿠션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 지원금으로 초기 자금을 마련했어요. 2019년 2월 레미투미를 론칭했습니다. 현재 제주에 있는 글래드 리조트, 메종 글래드, 라마다, 롯데 시티 호텔과 협약을 맺고 폐시트를 받습니다. 검수, 세탁, 후처리 과정을 거쳐 제품 원단으로 사용하죠. 호텔은 침구류를 주기적으로 사고 버리기 때문에 재료가 떨어질 염려가 없어요. 호텔 입장에서도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죠.” 


-가격은 얼마인가. 


“침대나 소파 형태 반려동물 방석은 6~9만원대입니다. 일반 쿠션은 3~4만원대, 장난감류는 1만원대입니다.”

레미투미의 반려동물 방석(좌) 호텔과 협업해 만든 친환경 에코백(우)

출처레미디 제공

-매출도 궁금하다.


“작년 2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첫 출시를 했습니다. 250개 정도 팔았어요. 고객 리뷰가 좋아 펀딩을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올해 2월 법인 설립 이후 평균 월 매출은 600만원 정도입니다."


-앞으로 목표는.


“올해부터 호텔과 기업, 공공기관으로부터 친환경 판촉물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글래드, 라마다 호텔과 함께 폐시트로 손님들에게 나눠줄 에코백을 만들었어요. 또 공공기관 외국인 손님을 위한 친환경 파우치도 제작했습니다. 앞으로 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술을 바탕으로 B2B 사업을 더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또 리사이클링 제품은 ‘찝찝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넘어 한국의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소셜벤처로 자리 잡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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