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올린 글 그냥 뒀다가 1달만에 67조 날렸습니다
650여개 기업,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 참여
주가 폭락에 광고수주 격감 이중고 시달려도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
2020년 5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게시글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국민을 '폭도(thugs)'라고 칭하며 이런 글을 올렸다. 트위터는 '폭력을 조장한다'며 경고 딱지를 날렸지만 페이스북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구체적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설명이었다. 이런 페이스북의 안일한 대처에 뿔난 시민단체와 기업이 '이익을 좇는 증오 확산을 중단하라(Stop Hate for Profit)’는 보이콧을 펼쳤다.
시민단체에서 시작된 보이콧, 기업으로 퍼져나가
이번 '페이스북 보이콧' 사태는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등 미국 시민단체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익을 좇는 혐오 중단(Stop Hate for Profit)' 캠페인을 펼치며 그 일환으로 페이스북에 광고를 중단하자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 ‘인종차별과 혐오를 방관하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자 페이스북에 유료 광고를 집행하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유니레버, 스타벅스, 파타고니아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스타벅스는 "혐오 발언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디어 파트너와 시민단체 등과 내부 논의를 시작한다. 우리는 증오심 표현에 반대한다"면서 모든 소셜미디어 광고를 중단했다. 유니레버는 연말까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니레버 페이스북 계정에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650여개 회사가 페이스북 광고 중단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스타벅스는 페이스북 광고에 9490만달러(약 1135억원), 유니레버는 4230만달러(506억원)를 쓴 대형 광고주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도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했다. MS사는 2019년 페이스북 광고비로 1억1590만달러(약 1385억원)를 써 광고주 톱10 안에 든다. 그러나 보이콧에 동참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2017년 유튜브 보이콧과 비슷한 양상
이번 페이스북 보이콧은 2017년 유튜브 보이콧 사태와 비슷하다. 유튜브 보이콧은 2017년 백인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 유튜브 영상에 영국 정부, 로레알, 세인스버리 등 광고가 노출돼 기업들이 광고를 중단한 사건이다. 당시 광고를 중단한 기업에는 GSK, 월마트, 스타벅스, AT&T 등 주요 광고주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유튜브는 공식 사과문과 함께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에 '뉘앙스'를 가르쳐 윤리적이고 건전한 영상에 광고를 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시 필립 신들러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컴퓨터는 콘텐츠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AI의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기계학습 능력을 풀가동하고 있다. 또 고객사 광고가 혐오스러운 영상에 올라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니터링 서비스를 외주화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과거 보이콧 경험이 있는 유튜브는 이번 페이스북 보이콧 사태가 터지자 발 빠르게 대처했다.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는 채널 6개를 중지했다. 여기에는 'KKK'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 옹호 콘텐츠도 포함이었다. 블룸버그는 유튜브 조치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혐오 발언을 뿌리 뽑고 최근 확산하는 (인종차별) 비판에 대응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보이콧은 일시적, 기업 이미지 챙길 기회?
한편 기업들의 보이콧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기업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광고비를 줄이면서 기업 이미지를 챙길 수 있어 보이콧에 참여한다는 의견도 있다. 순수하게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광고를 중단한 곳도 있겠지만 기업 대부분 광고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면 다시 광고를 시작한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거대 광고 플랫폼 중 하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이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6월 26일(현지시각) 직원과의 실시간 화상회의에서 "폭력을 선동하고 투표를 방해하는 게시물은 누구의 말이든 예외 없이 삭제할 것이다. 또 뉴스 가치가 있어도 보편적 인권 등과 관련한 정책을 위반한 게시물에는 경고 딱지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7월 2일 직원들과 사석에서 모인 자리에서 광고 보이콧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저커버그가 "내 생각에 보이콧에 참여한 모든 광고주가 조만간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보이콧 때문에 자체 정책 등을 바꾸지는 않을 거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6일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보다 8.32% 떨어진 216.08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고 시가총액 560억달러(약 67조원)가 증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다시 반등해 7월7일 현재 240.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