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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들썩이게 한 '배꼽티 한복', 제 작품입니다

조회수 2020. 7. 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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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가 입은 '배꼽티 한복' 제가 만들었습니다
인생샷 찍으려고 한복 입고 여행
직접 만들기 위해 궁중복식연구원에서 공부
한복에 대한 고정관념 깨고 싶어

걸그룹 블랙핑크가 6월26일 미국 NBC ‘지미 팰런 쇼’에서 신곡 ‘How You Like That’ 무대를 공개했다. 한복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변형한 옷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같은 의상을 입고 나온 뮤직비디오는 1억7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처: 블랙핑크 인스타그램 캡처
단하주단의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걸그룹 블랙핑크(좌)와 멤버 제니(우)

제니와 로제 두 멤버가 입은 의상은 한복 브랜드 ‘단하주단’의 제품. “내가 만든 한복을 전 세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꿈을 이룬 단하주단의 단하(30) 대표를 만나봤다.


-원래 의상을 전공했나요. 


“전공은 중국어였어요. 제주도 카지노에서 사무직으로 일했죠.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이라 고등학교 친구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한복을 맞춰입고 갔어요. 원래 화려한 패턴의 옷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별한 인생샷을 남기고 싶었거든요. 이때 함께 다닌 친구가 지금 단하의 임우정 부대표에요. 종종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우리가 직접 한복을 만드는 브랜드를 열자”는 이야기를 했죠. 생각보다 빨리 실천에 옮긴 셈입니다. 


항상 한복을 사서 입다가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5년부터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궁중복식연구원에서 명인 선생님께 직접 전통 한복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만든 허리치마 한복을 입고 파리에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 많았죠. “이 옷은 뭐냐”, “어디서 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파리에 와서 한복을 팔아도 시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도 생활 한복을 파는 브랜드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디자인은 아니었어요. 원단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복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워서 내가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단하주단 단하 대표

-단하 창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2016년부터 온라인 한복 대여 사업을 했어요. 투잡을 할 수 있는 회사라서요. 그런데 어느 순간 사업 수입이 회사 월급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 부산에서 한복샵을 운영했어요. 


한복샵을 운영하면서 복식연구원에서 제작도 계속 배웠습니다 그러다 전통 복식에 대한 이론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8년에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서울로 올라오면서 한복샵은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8월에 단하 브랜드를 만들고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혼자 판매했어요. 처음 2달 동안 20벌을 팔았죠. 그때는 그것도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차차 펀딩 사이트 등에 입점하면서 고객을 늘리고 회사를 키웠죠.”

출처: 본인 제공
한복을 입고 해외 곳곳을 돌아다닌 단하 대표

-단하의 한복을 소개해 주세요.


“궁중보자기 무늬를 패턴으로 활용한 허리치마가 대표 상품입니다. 얼마 전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금액의 8000%를 달성했죠. 궁중보자기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인 유물입니다. 이 보자기 무늬를 패턴으로 만들어서 디자인 특허도 냈습니다. 


또 단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추구합니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해요. 플라스틱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를 사용해 만든 옷이 많습니다.” 


-블랙핑크가 단하의 한복을 입어 화제입니다. 


“단하의 한복을 무대 의상으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커스텀(재가공)을 해야 해서 협찬은 아니고 스타일리스트가 제품을 직접 사갔어요. 멤버 제니씨와 로제씨가 저희 제품을 입었습니다.  


로제씨가 입은 크롭탑(배꼽티)은 조선시대에 속옷으로 입던 ‘가슴가리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이에요. 여기에도 궁중보자기 패턴을 넣었죠. 검은색 두루마기처럼 보이는 옷은 조선시대 무관 군복인 ‘철릭’입니다. 남자 옷이지만 치마가 붙은 형태라서 생활 한복에서는 원피스로 많이 입죠.

출처: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속 단하주단의 한복

제니씨가 입은 분홍색 저고리는 원래 엉덩이를 덮는 긴 기장의 도포 제품입니다. 이 옷을 반으로 잘라서 윗부분은 저고리처럼 입고 아랫부분은 치마처럼 둘러서 연출하셨어요. 아무래도 무대 퍼포먼스를 위해 손을 본 것 같습니다.”


-가격이 궁금합니다. 


“허리치마는 20만원대입니다. 6월 1달 동안 허리치마가 450벌 정도 팔렸습니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합니다. 가끔 펀딩 사이트에서도 선주문을 받아 팔기도 합니다. 올해 텀블벅 펀딩 매출만 4000만원이 넘었습니다.” 


-다른 현대 한복과 다른 단하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요즘 생활 한복 중에는 겉보기에는 한복인데 원단이나 패턴, 봉제 방식 등은 양장식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그렇게 만드는 건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비용도 저렴하죠. 저희는 전통 봉제 방식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면 전통 한복에서는 겨드랑이나 소매단처럼 잘 헤지는 부분은 바대라고 해서 천을 한 겹 더 덧대요. 요즘 한복은 이런 부분을 많이 생략하죠. 그런데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빼면 전통 한복의 느낌이 나지 않아요. 또 시중에 있는 원단은 쓰지 않습니다. 궁중 유물이나 전통 문양에서 패턴을 따와 직접 디자인하죠.”

출처: 단하주단 공식 홈페이지
단하주단의 한복 제품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민화 작가님들의 그림을 한복에 담는 협업을 준비 중입니다. 또 한복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한복 형태를 조금만 변형해도 “이게 무슨 한복이냐”는 반응이 많은데요. 한복도 자유로운 패션의 한 영역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변화를 통해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복의 전통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가 만든 한복을 전 세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블랙핑크의 의상을 통해 이런 옷이 한복이라는 걸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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