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길에서 사람들이 절 쳐다보는게 너무 좋아요"

조회수 2020. 7. 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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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무슨 모델이냐 하시지만 휠체어로 런웨이 서는 게 꿈입니다"
휠체어 장애인 모델 김종욱씨
3년 전부터 모델 꿈 키워
7월 말, 첫 화보 촬영 앞두고 있어

“휠체어 덕분에 모델이라는 꿈을 꿀 수 있었어요. 휠체어를 탔다는 희소성이 평범한 제가 주목받을 수 있는 하나의 무기죠. 사진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휠체어를 탄 모델. 김종욱(24)씨에 대한 소개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씨는 뇌병변 지체 장애 1급이다.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 수 없고, 왼손도 불편하다. 그런 그가 모델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혹시 모델 지망생이에요?” 2017년 동대문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만난 한 사진작가가 휠체어를 탄 그에게 건넨 말이 새 꿈을 심어줬다.

출처: 본인 제공
휠체어 장애인 모델 김종욱씨

◇다이어트한 이후부터 패션에 관심 두기 시작


대학교 1학년 때, 다이어트를 한 후로 김씨는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비장애인보다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먹는 대로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갔는데, 하필이면 계단이 없는 건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친구 한 명이 김씨를 업고 술집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오르고 나서 친구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때 ‘살이 찌는 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힘들어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었는데, 먹는데 쓰는 돈이 줄어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꾸미는 데 관심이 생겼어요. 옷을 사고 저 자신을 꾸미면서 패션에 눈을 떴습니다.

출처: MBC·EBS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 출연해 본인을 알리기도 했다.

그즈음 친구들이랑 패션위크에 놀러 갔는데,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고, 나름대로 잘 차려입고 간 만큼 생소하다고 느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모델 지망생이냐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이후 모델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운동 못 해 식이요법만으로 자기 관리 


카메라 앞에 설 기회부터 만들어야 했다. 모델 지망생들과 사진작가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찾았다. 마음이 맞는 사진작가와 스냅 촬영을 시작으로 꿈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면서 어떻게 자신을 드러낼지 연습했다. 패션 브랜드 서포터즈 활동을 겸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일까. 김씨는 7월 말 스트릿 브랜드 ‘이노바더’ 화보 촬영을 앞두고 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돈을 받고 브랜드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설 기회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식이요법 위주로 자기 관리에 들어갔다.

출처: 본인 제공
이번에 화보 촬영 예정인 브랜드 서포터즈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

“모델로서 자기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헬스처럼 비장애인들이 하는 운동은 오히려 제 몸에 해가 될 수 있어요. 밴드를 이용해서 스트레칭 위주로 운동을 하긴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식이요법 위주로 관리하는 편이에요. 촬영 한 달 전부터 하루 한 끼만 먹고, 너무 배고프면 바나나 같은 걸로 허기만 달래고 있습니다. 바로 전날에는 식초에 물을 타서 한 잔만 마시고 버티기도 해요.”


포즈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러 포즈를 아무리 연구하고 개발해도, 휠체어에 앉아있는 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옷을 선택하는 것도 한정적이다. 등판에 무늬가 있는 옷은 소화하기 어렵고, 바지 핏도 보여주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게 바로 모델 김종욱씨의 장점이다.

출처: 본인 제공
평소에는 휠체어 위에 앉아 사진을 찍지만, 휠체어를 벗어나 다른 연출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들, 다양한 분야에서 꿈 펼쳤으면


모델이라는 꿈이 생기면서 그는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어요. 사실 길거리 지나다닐 때 쳐다보는 분들이 아직 많아요. 저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분도 비슷한 시선을 많이 느끼셨을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내가 불쌍해서 쳐다보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텐데, 요즘은 사람들이 쳐다보면 ‘내가 오늘 코디를 잘했구나. 옷이 예쁘구나’ 이렇게 생각해요. 기분도 좋죠. 자신감이 생겼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보고 김씨에게 연락을 해오는 장애인들도 많다고 한다.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들이 고민 상담을 청하기도 하고, 응원의 메시지도 보낸다. 그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있다. ‘김종욱님 덕분에 꿈이 생겼어요.’ 그가 지금까지 받아 본 메시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 중 일부다.

출처: 본인 제공
한 프랑스 팬이 그가 올린 사진을 보고 팬아트를 그려 보내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패션쇼에 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사실 그동안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제한적이었어요. 사무 업무나 바리스타, 공장 제조직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직업군이죠. 제가 처음 모델을 한다고 말했을 때도 주변에서 장애인이 무슨 모델이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앞으로 저를 보고 많은 분이 힘을 내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또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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