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초짜 알바생을 유명 바리스타로 만들어주는 물건

조회수 2020. 7. 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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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페 알바생도 이것만 있으면 '폴 바셋'처럼 로스팅 할 수 있지요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 스마트 로스터기
전문가 로스팅 비법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
세계 로스팅 대회에서도 공식 기기로 사용

커피나무 열매에서 수확한 초록색 생 커피콩(생두). 커피의 맛과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생두가 어떻게 커피로 변할까. 그 첫 과정이 로스팅(Roasting)이다. 로스팅은 생두를 볶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갈색빛의 원두로 만드는 과정이다. 로스팅은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같은 생두라도 로스팅을 어떻게, 얼마 동안 하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커피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과거 로스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이었다. 바리스타의 로스팅 실력을 겨루는 대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네 카페 아르바이트생도 세계적인 바리스타처럼 로스팅할 수 있는 로스터기가 나왔다. 10년차 스타트업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이하 스트롱홀드)가 만든 스마트 로스터기 덕분이다. 우종욱(39) 대표를 만나 스마트 로스팅에 대해 들어봤다.

출처: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우종욱 대표

◇“누구나 쉽게 로스팅할 수 있게 만들자”


-로스팅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커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어요. 시장을 통틀어 봤을 때 로스팅 과정이 부가가치를 많이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창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던 2009년에는 로스팅이라는 과정 자체에 대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었어요. 전문적으로 로스팅을 하는 사람도 적었고, 이들이 굉장히 많은 돈을 벌고 있었죠. 로스팅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도 없고, 뜨거운 불 앞에서 원두를 볶는 과정이라 웬만큼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하기 어렵거든요. 


그렇다면 ‘쉽게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면 어떨까’하고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누구나 로스팅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면 생두를 사서 직접 로스팅하면 되기 때문에 매장은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또 신선하고 다양한 커피를 내릴 수 있고, 원두 품질도 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로스팅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2010년 스트롱홀드를 창업했습니다.”

출처: 유튜브 ‘sontaeyoung’, ‘tag TV’ 캡처
로스팅을 직접 배웠던 손태영과 홍수아

-로스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나.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죠. 개발자 4명을 섭외해서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 만든 로스팅 기계로 볶은 원두를 전문가들에게 보여 드렸는데 냄새만 맡고 바로 버리셨어요. 처참한 실패였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도대체 로스팅이 뭐냐’에 집중했어요. 단순히 열을 가해서 콩을 볶는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접근법 자체가 틀렸었죠. 전 세계 커피 관련 논문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다시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초보자도 직접 로스팅해 비용 절감 가능 


-스마트 로스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핵심은 자동화입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운전자 없이도 주행 가능한 것처럼, 로스팅 기술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로스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자동화했어요. 기존에도 자동화 기능을 지원하는 로스터 기계가 있었는데요. 쿠쿠 밥솥처럼 기기 자체에 내장된 방법대로 자동 로스팅을 지원했어요. 저희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제가 로스팅한 과정을 저장하고, 다음 로스팅을 할 때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날마다 맛이 달라지지 않고, 항상 비슷한 맛을 재현할 수 있도록 고안한 기능이에요. 


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로스팅 기기와 소프트웨어(SW)를 연결한 플랫폼 ‘스트롱홀드스퀘어’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이용해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듯이 다른 이용자가 올린 로스팅 레시피(로스터) 프로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기기 조작만으로 세계적인 바리스타의 로스팅 비법을 재현할 수 있는 셈이죠.”

출처: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스트롱홀드스퀘어에서 로스팅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스트롱홀드스퀘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로스터는 얼마나 있나.


“55건입니다. 이제 막 바리스타분들과 협업해 프로파일을 올리고 공유 실적 등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지금은 프로파일을 올리고, 다운로드받는 것을 무료로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하나의 비법이기 때문에 추후 프로파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부여할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로스터를 올리는 사람은 이익을 얻을 수 있죠. 로스팅 전문가가 1년에 100개 매장에 로스터를 판매한다고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로열티가 1억원 이상일 거라고 예상합니다.  


로스터를 다운받는 매장이나 개인 입장에서도 이익이에요. 로스터기 가격은 1100만원대부터 5000만원대까지 다양한데요. 한 번 로스터기를 사면 이후에는 생두로 직접 로스팅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품질 좋은 원두를 판매해 추가 이익을 얻을 수도 있죠. 실제 코로나 때문에 많은 고객사 매출이 줄었는데, 직접 가게에서 원두를 로스팅해 판매하고 있는 매장은 매출 감소가 덜했어요. 매장 수익 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기존 로스터기와 다르게 전기를 이용해 원두를 볶는다고. 


“기존 로스터기는 대부분 가스를 이용합니다. 전기로 원두를 볶으면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하지만 계속 연구한 끝에 수직 형태의 드럼통에 열을 가해 전기로 로스팅하기에 좋은 최적의 구조를 만들었어요. 대류열, 전도열, 복사열 등을 섬세하게 조절해 맛있는 원두를 만들 수 있었죠. 


◇국가대표 등 로스팅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아 


-지난해 매출이 궁금하다. 또 현재 스트롱홀드 로스터기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지난해 연매출은 60억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디야나 탐앤탐스, 커핀그루나루 등 프랜차이즈들도 웬만해선 저희 기기를 한 대씩 가지고 있어요. 2013년 한국 로스팅 챔피언십 대회 우승자 이승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180 커피 로스터스, 2014년 로스팅 국가대표였던 장문규 바리스타가 대표인 시그니쳐 로스터스도 저희 기기를 이용 중입니다. 로스팅 대회인 월드커피로스팅챔피언십에서도 약 5년 전부터 저희 기기를 공식 로스팅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2~3개 로스팅 기기 중에 참가자가 원하는 로스팅 기기를 선택할 수 있었어요. 저희 기기를 선택하는 비율이 20~30%였는데, 올해부터는 모든 참가자가 저희 기기를 써야만 하는 걸로 대회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출처: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로스팅 대회에서 공식 로스터기로 사용된 모습(위) 스트롱홀드 기기를 사용 중인 SPC 커피앳웍스, 헤베커피(아래)

-전문가들이 많이 찾는 기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전문가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우리라 판단했어요. 국내외 여러 커피 전문가분들을 소개받았고, 그분들께 찾아가 제품을 써보시라고 말씀을 많이 드렸죠.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기기를 발전시켰고, 덕분에 현재 로스팅 대회 우승자분들, 세계적인 바리스타분들도 많이 사용해주시고 있습니다. 또 초보자들도 쉽게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답게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 가운데 약 70%는 초보분들이십니다.” 


-목표는. 


“전체 원두의 10%가 저희 기기를 통해서 만들어지게 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로스팅 기술이 없으면 원두를 외부에서 받아야 하는데,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아요. 저희 기기를 활용해서 저렴한 가격에 스스로 원두를 가공할 수 있다면 자영업자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바리스타분들이 로스팅 자동화를 이용해 로스팅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은 커피, 다양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드는 데 들였으면 좋겠어요. 개개인 취향에 맞는 원두와 커피를 소비할 수 있도록 시장을 다양화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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