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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티’ 때문에 망했다가 지금은 ‘싼티’로 먹고 살아요”

2인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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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마스터’ 방송인 붐

“쟁이쟁이방송쟁이 쉐킷이즈 뽕테스쿨 발렛파킹 붐이에요!” “판이판이 이판사판이 공사판이 레츠기릿!” “우리끼리 또래끼리 쉐끼리 붐이에요! 읏짜~!”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이 단어 저 단어 모아 외치는데 어느새 시청자들은 배꼽 잡을 준비가 돼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추임새에, ‘트롯맨’ 노래에 맞춰 리듬을 퉁기며 덩실덩실 흔들어댄다. 보는 이들의 엉덩이는 이미 들썩들썩, 그의 넘치는 에너지는 석상(石像)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춤추게 할 기세다. 아이돌처럼 손바닥을 내보이며 “붐이에요!”라고 외치는 추임새에 이제 몇 글자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붐 시대예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흥(興) 마스터’로 활약하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경연 분위기에 유쾌함을 불어넣었던 방송인 붐(본명 이민호). 그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의 공동 MC, TV조선 〈뽕숭아학당〉 메인 MC를 맡은 데 이어 MBN 새 예능 프로그램 〈전국민 드루와〉, E채널 예능 프로그램 〈사랑의 재개발〉 등 신규 프로그램 MC로 낙점됐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미 그는 2017년부터 진행한 SBS 라디오 〈붐붐파워〉를 비롯해 tvN 〈놀라운 토요일〉, MBC 〈편애중계〉 MC를 맡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저세상 텐션’에, ‘흥의 힘’이라고 주장하는 ‘고관절 파워’까지 장착하면 스튜디오는 웃음 홍수. “세상에 없던 ‘뽕끼’로 시청자 마음을 뽕바다로 넘실대게 하겠다”던 그의 각오는 현실이 됐다.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처럼 “틀면 나온다”는 표현은 이제 붐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런 날이 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 ‘스타 옆 그 남자’로 스타가 된 남자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은 간절함이 컸어요” 

10대에 가수로 데뷔, 20여 년 만에 찾아온 뒤늦은 전성기에 붐은 이렇게 말했다.


“중3 때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가 연달아 쫄딱 망했어요. 그때의 경험과 그동안 눌러왔던 끼가 트로트의 흥을 만나 시원하게 분출하는 것 같아요.” 


그는 중학교 때 부천시 복사골가요제에서 아차상을 타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가요계의 히트 열쇠가 되겠다며 1997년 혼성 그룹 ‘키’로 데뷔했고, 핵폭탄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뉴클리어’라는 팀을 결성해 다시 활동했지만 연이어 무너졌다. 2001년 ‘레카’ 팀으로 재기를 꿈꿨지만 이 역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방송에 대한 열정까지 접을 순 없었다. 레크리에이션 학과에 등록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밟았다. 졸업은 못 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표현하고, 관심을 끌며, 듣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낼 수 있을지 연구했다. VJ로 변신해 끼를 발휘했고, 리포터가 되어 스타 옆에 섰다. 


그는 당장의 스타는 못 돼도 스타를 띄우는 역할로 마음을 다잡았다. 마이크에 자기 이름을 붙인, 일명 ‘아이돌 마이크’를 가장 먼저 만든 것도, 시상식에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를 유행시킨 것도 그였다. 2006년 붐은 〈S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어떻게든 눈에 띄어 살아남고 싶은 간절함이 컸으니까요. 리포터 할 때도 손보다 마이크가 더 많이 나오니까 제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물론 주인공은 영화배우 같은 스타였지만, 그 옆의 저도 알리고 싶었어요.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민하다 집에서 색종이로 꾸며본 마이크가 화제가 됐죠. 유행어든, 준비한 도구든 절실함에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려져야 방송을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나중엔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어요.” 


#‘싼티’의 1인자 자처 


싼티 때문에 아이돌 가수로는 망했지만… 


예능에서 중요한 건 ‘이미지 선점’이었다. 비슷한 캐릭터로는 승부할 수 없었다. 온갖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누구도 원치 않던 ‘싼티’의 1인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돌 활동 당시 “너의 ‘싼티’ 때문에 팀 이미지를 망친다”는 소속사 사장의 나무람이 역설적이게도 그의 꿈을 실현하는 텃밭이 됐다. 단점을 장점으로 극화한 붐의 방식이었다. 


독보적인 싼티 캐릭터를 구축하고 나니 그의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폼 잡지 않고 망가지는 모습에서 예능의 ‘숨은 보물’이 됐다. 그는 SBS 〈스타킹〉의 MC였던 강호동에게 많이 배웠다고 했다. 강호동은 패널 중 하나로 묻힐 뻔한 붐의 끼를 알아보곤 무대로 불러냈고, 붐은 강호동의 기대대로 출연자들과 어울리며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2인자, 3인자, 4인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그럴수록 붐은 화려한 무대 조명을 자주 받았다. 


그의 흥은 경로당 스타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맞벌이하던 부모의 손을 떠나 일곱 살 때까지 강원도 영월에 사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경로당에서 흥을 배웠다고 했다. 〈뽕 따러 가세〉 〈사랑의 콜센타〉 등에서 어르신이 등장하면 먼저 손을 내밀고 “아이고 어머니~” 하며 눙칠 수 있는 것도 어린 시절 경험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제작진이 저를 왜 마스터로 뽑아주셨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마이크를 차고 나왔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이 요구되는 일이고, 이 프로그램에 내가 왜 필요한지 정확히 판단해야 했으니까요.” 


# 남을 빛나게 하면 나도 빛난다 


“주인공은 따로 있고, 저는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역할이에요”

그의 결론은 ‘흥 마스터’. 마스터석 제일 끝에 자리한 것도 혼자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제작진의 배려 같다고 했다.


“누군가의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따로 있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그 자리까지 온 경연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노래를 흥겹게 즐겨주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날 것 같았어요. 무대와 가수분들이 주인공이고, 저는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자고 생각했죠.” 


여기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산만함이 지나치면 자칫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 그는 “에너지 넘치는 것과 산만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트롯맨들이 방해받지 않으면서 흥을 돋을 수 있게 추임새를 적절히 넣는 것이 중요해요. 음악을 워낙 좋아해 집에 스피커가 일곱 대 있는데, 수시로 음악을 들으며 연습합니다. 어디에서 치고 들어갈지 빠르게 계산해보고, 잔잔한 노래라면 퍼포먼스 위주로 꾸려요.” 


쉴 새 없는 ‘말장단’의 비결은 휴대폰 메모장. 순간순간 떠오르는 추임새나 1990년대 유행한 랩 가사 등을 메모장 한가득 적어놓고 필요할 때 조미료처럼 사용한다. 3년째 진행을 맡은 SBS 라디오 〈붐붐파워〉가 동 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하는 것도 메모의 힘이 크다. 요즘 미는 ‘읏짜~’ 추임새에 힘을 얻어 산모가 순산했다는 이야기나, 도시를 떠나 농사를 처음 짓는 이들이 라디오를 밤나무에 걸어두고 그의 방송을 ‘노동요’처럼 들으며 시름을 잊는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은 그에게 마이크를 놓지 못하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 트롯맨 F4 각각의 장점은? 


“장민호는 비타민, 임영웅은 보석, 영탁은 균형감, 이찬원은 말솜씨” 


말재간에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붐이지만, 트롯맨들과의 경험은 스스로에게 ‘성장 드라마’다. 


“성주 형님에겐 멘트 정리 정돈 방식을 배우고 있어요. 재미로만 갈 수 있는 부분을 탁탁 짚어주며, ‘MC는 주제를 던져주면서 이 프로그램을 왜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자꾸 알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시죠. 또 이찬원 씨는 제가 갖지 못한 조리 있는 말솜씨가 돋보이더군요. 마이크를 넘기면 당황할 법도 한데 핵심 포인트를 딱 얘기하더라고요. 이러다 MC 자리 뺏기겠다는 생각에 더 노력하게 돼요. 이런 게 산 교육이죠. 하하.” 


단독 MC를 맡은 〈뽕숭아학당〉에선 아이돌 데뷔 시절 우상처럼 바라봤던 장민호 ‘형님’의 눈빛만 봐도 따뜻함을 느낀단다. 고생한 시절을 알기에 지금의 트롯맨들을 더 빛나게 해주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민호 형이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비타민 드링크 한잔 마신 것 같은 힘이 나요. 영웅 씨는 보석 같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시동을 걸 줄 아는 분이고, 굉장히 재밌는데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재미를 유발하는 것 같아요. 영탁 씨는 균형감각이 굉장히 좋아서 프로그램에 리듬감을 주죠.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분위기를 더 좋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잘합니다.” 


그는 “주인공들을 잘 놀게 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며 웃더니 “기자님도 〈사랑의 콜센타〉 녹화 현장에 안 보이면 빈자리가 눈에 확 띄어서 언제 오시나 하고 둘러보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어떤 상대든 주인공 자리에 앉히는 붐. 이게 바로 붐이 주인공 아닌 주인공으로 발돋움하는 방식이다. 


글 톱클래스 최보윤 

사진제공 아이오케이컴퍼니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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