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47 소총들고 일하던 한국청년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6. 2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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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새 '골프 부킹왕'이 됐습니다
장애 가족 부양하려 퇴직하고 창업
美서 유행하던 골프 부킹 한국에 도입
전국 550여 골프장 중 300곳과 제휴
카카오·골프존 제치고 국내 업계 1위

온라인 부킹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때에 국내에서 인터넷 골프 예약 서비스를 만들어 성공한 사람이 있다. 연간 135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골프를 친다. 작년 연매출만 110억원에 달한다. 17년간 국내 최대 골프 부킹 사이트 ‘엑스골프(XGOLF)’를 이끄는 그린웍스의 조성준(50) 대표를 만났다.

출처: 엑스골프 제공
골프 부킹 플랫폼 ‘엑스골프(XGOLF)’를 운영하는 조성준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골프 부킹 플랫폼 ‘엑스골프(XGOLF)’를 운영하는 조성준입니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 골프 연습장 무인 결제 시스템 개발·보급 등 골프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당시 성행하던 골프 부킹 사업 보고 아이디어 얻어


조 대표는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군대에 가야 했다고 한다. 22살, 제대 후 돈을 벌기 위해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수부대를 나온 그는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벨기에 다이아몬드 회사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처음 골프를 접했다고 한다.


“주말에는 할 게 마땅치 않아 교민 모임에 나가 골프를 쳤습니다. 연습장은 잔디가 아닌 모래가 있는 곳이었어요. 타석에는 티(tee·티샷을 할 때 공을 올려놓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도 없었습니다. 직원이 손으로 모래를 모아 그 위에 공을 올려줬어요. 드라이버 샷을 치면 원숭이가 공을 훔쳐 가기도 하던 곳이었죠.”


당시 나라 상황은 불안정했다. 내전이 한창이던 때라 AK-47 소총을 들고 다니면서 거래 대금을 관리했다고 한다. 1년 뒤 폭동이 일어나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이후 이모가 있는 미국으로 향했다. 밤낮없이 일해 학비를 마련했고 1995년 대학에 진학했다. 마케팅을 전공한 후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직장을 나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대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가장이었어요. 가족 중 두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의 연봉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어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당시 현지에서 인기였던 골프 예약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에는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 2003년 ‘그린웍스’를 창업했습니다. 당시 국내 골프장 수는 200개 정도였어요. 지금처럼 실내·실외 연습장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프로골프투어에서 박세리·최경주 등이 활약할 때라서 골프 인기는 엄청났죠. 골프를 치려는 사람은 많은데 골프장 수가 적어 골프장 예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골프장을 PC나 스마트폰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어요. 대부분 전화나 ARS 예약으로 했죠.


골프장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통합정보시스템) 예약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국 곳곳의 골프장을 다니면서 가입을 유치했습니다. 유치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사업 초반에는 골프장 측에서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굳이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약 서비스를 운영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거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알아서 손님이 줄을 서던 때였어요.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찾아가 사업 모델을 설명했고 점점 관심을 가지는 곳이 생겼어요.


그 와중에 정부가 까다롭던 골프장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골프장 건설 붐이 일면서 골프장 수가 급격히 늘었어요. 골프장마다 잔여 타임이 생겼습니다. 제휴를 맺은 골프장들의 잔여 타임을 받아 실시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내놓았습니다. 가격대별, 지역별, 시간대별, 긴급할인 티타임 등 고객들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어요. 현재는 전국 550여개 골프장 중 300개가 넘는 골프장과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출처: 엑스골프 제공
조성준 대표.

◇골프 부킹 서비스에만 집중…고객 의견 반영한 서비스로 입지 다져


카카오, 골프존 등 대형사들이 잇따라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엑스골프’는 여전히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조 대표는 그 비결로 ‘고객을 생각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철학을 꼽았다.


“오로지 부킹 서비스에만 집중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고 했어요. 2018년 국내 최초로 그린피(green fee·골프장의 코스 사용료)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예약자가 4인 그린피 전액을 결제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1인씩 각각 결제할 수 있게 했어요. 또 ‘골프장 이용후기’ 게시판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실제 골프장을 이용한 고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어요. 현재 이용 후기만 20만건에 달합니다.”


그는 새로운 서비스도 잇달아 내놓으면서 사업을 키웠다. 2019년에는 법인카드가 필요 없는 기업 전용 골프 부킹 서비스인 신(信) 멤버스를 출시했다. 멤버십만 가입하면 명문 골프장을 회원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치금을 적립하면 한도 내에서 제휴 골프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년간 월 부킹 횟수에 제한이 없이 4인 무기명 예약이 가능하다. 또 골프장 예약부터 그린피, 카트 사용료, 식음료비 등까지 결제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특화된 상품이다. 기본 가입비가 2000만원에 달하지만 출시 1년 만에 금융지주사, 건설사, 제약사 등 250여개의 기업이 가입했다고 한다.

출처: 엑스골프 제공
최근 골프 연습장 전용 무인화 시스템 ‘키오스크’를 개발·도입했다.

또 직접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를 반영해 최근에는 골프 연습장 전용 무인화 시스템 ‘키오스크’를 개발·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 서초구와 성동구에서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호점의 경우 연습장을 찾는 내장객 수가 하루 평균 800명(주중 약 700명, 주말 약 1000명)에 달합니다. 연습장을 직접 운영해보니 고객 관점에서 불편한 점이 보였어요. 주말에는 1~2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고객이 안내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빠르고 간편하게 예약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이에 무인화 시스템인 ‘키오스크’를 개발했습니다. 타석 현황을 한눈에 보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어요.”


그는 17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골프 문화 운동도 이끌고 있다. 201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골프장 내 반바지 착용 권장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작 당시 캠페인에 참여한 골프장은 10여개에 불과했다. 2020년 현재 190개가 넘는 골프장이 동참하고 있다.


“과거엔 ‘골프는 귀족 스포츠’, ‘골프장은 부자가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는 골프장이 많았어요. 많은 사람이 골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했습니다.”

출처: 엑스골프 제공
엑스골프연습장 장한평점은 3층 72타석, 250야드(YD) 규모로 서울에서 가장 넓은 비거리를 제공하는 골프연습장이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2019년 매출은 약 110억원입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30억원,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35억원이에요. 연 30~4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2020년 6월 기준) 누적 이용객 수는 83만명으로 국내 업계 1위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은퇴를 앞둔 5060세대 위한 해외 골프 리조트 사업을 더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국내 골프 시장은 40~50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10~15년 후엔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은퇴 후 경제적인 부담을 덜면서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숙박과 골프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많은 고객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골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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