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말합니다, 미달이는 그동안 이렇게 살았습니다

조회수 2020. 6. 26. 1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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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산부인과 '미달이' 시절에도 밤에는 숨죽여 울었죠"
출처: SBS ENTER PLAY 순풍산부인과 클립 캡처
SBS 일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미달이’의 다양한 모습

1998년부터 3년 간 국민들을 웃기고 울렸던 SBS 일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미달이’는 언제나 똑 부러지고 당찼다.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해야만 했고, 가지고 싶은 것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고야 마는 아이였다. 하지만 현실 속의 미달이는 달랐다. 카메라 밖 미달이는 부모의 심한 다툼으로 인한 불안 속에서 늘 숨죽여 울 수밖에 없었던 어린아이였다. 

출처: 본인 제공
성장 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책 속에 실린 김성은 배우 겸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

그의 삶에는 언제나 불필요할 만큼 넘치는 관심과 오해가 뒤따랐다. 그가 초등학교 시절 뉴질랜드 유학길에 올랐을 때는 ‘친구들의 따돌림을 피한 도피 유학’이라는 뒷말이 그를 따랐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유학 중단,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끊임없는 인신공격성 비난을 받았다. 최선을 다해 입시 준비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대학에 들어갔지만 ‘미달이로 쉽게 대학 간 애’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영화 ‘써니’ 오디션을 포기하고 선택한 성형 실패와 그로 인한 비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그가 자신의 지난 삶을 책으로 묶어 돌아왔다. 성장 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를 펴낸 작가 겸 배우 김성은(30)을 만났다.

출처: 김성은 인스타그램 캡처
미달이역을 맡았던 배우 겸 작가 김성은

-에세이를 펴낸 계기


“출판사에서 에세이를 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와서 고민을 하다 썼다. 내 삶의 1/10 정도는 화려했지만, 나머지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도 하고 직장 생활도 하고 그렇게 보통 사람으로 지내왔다. 나도 이렇게 여러분 가까이에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같이 힘내서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10년 정도 틈틈이 썼던 글들과 새로 쓴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부모님의 불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성형수술 등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썼다. 쓰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책은 한 번 내면 평생 남는 거라 가정사나 밝히기 어려웠던 내용을 적는 게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쓰지 않으면 책을 읽는 분들이 뭔가 막힌 듯한 기분, 풀리지 않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문장을 쓰는데 두 세시간이 걸린 적도 있고 한 문단을 쓰고 탈진할 때까지 울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 쓰고 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내 삶을 어느 정도 정리한 기분이 들어 잘했다고 생각한다.” 

출처: 김성은 인스타그램 캡처
미달이역을 맡았던 배우 겸 작가 김성은

-힘든 시기를 지나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일이 있었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서서히 달라졌다. 20대 초반에 술 많이 마시고, 클럽 다니고, 힘들어할 때는 나를 내려놓은 사람처럼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다. 근데 그 와중에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나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2013년 tvN ‘감자별’ 이후 특별한 근황이 없었다가 유튜브를 통해 다시 얼굴을 보였다. 


“2017년 입시학원에서 근무할 당시 회사에서 미달이를 내세워 유튜브를 해보자고 했다. 나는 원래 욕을 먹는 사람이라서 대중에 나서면 또 사람들이 나를 욕할 것 같았다. 두려웠다. 미달이 대신 영어 이름인 ‘라라’로 방송을 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해 주는 구독자분들을 보고 용기를 냈다. 유튜브로 자신감을 얻어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연극도 시작했다.” 

출처: 김성은 인스타그램 캡처
큰 분홍 리본을 머리에 단 김성은 배우 겸 작가

김성은 작가는 최근 1년 반 정도 대학로에서 연극 ‘보잉보잉’과 ‘스캔들’에 출연했다. 집이 있는 서울 외곽도시에서 대학로까지 직접 운전해 다니면서 활동했다. 그는 “매 공연마다 살아 있는 에너지를 받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공연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잠시 멈췄다. 요즘은 생애 가장 긴 방학을 즐기고 있다.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제목의 의미 


“한 뼘은 정말 짧다. 걸을 수도 없는 단위인데 이 정도만큼의 마음, 시간만 허락해준다면 우리가 같이 삶을 걸어가고 마음을 열고 나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책 속 사진을 찍어준 작가와 함께 지었다. 내가 대중에게 내미는 첫 제안이자 고백이다. 세상을 두려워하고 웅크려 있고, 자존감이 낮았던 내가 내미는 손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기도 하고 좀 더 속 깊은 에세이를 써보고도 싶다. 철부지, 노답 캐릭터로 다시 한번 많은 분께 큰 재미와 웃음을 드리고 싶기도 하다.” 


글 jobsN 고유선 

jobsn_books@naver.com

잡스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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