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아니었다, 현관문 가방 속에 들어 있던 건..

조회수 2020. 9. 15. 10: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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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없는 베스트셀러, 이웃집 책장에서 꺼내 읽으세요
이웃 간 도서 공유 플랫폼
빌려주고 대여료도 받을 수 있어
서울대→한국거래소→1조 기업 임원 거쳐 창업

서울대 바이오시스템공학과 졸업.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거래소를 10년 동안 다녔다. 이후 게임 개발사 더블유게임즈의 CFO(최고재무관리자)로 이직. 그가 일한 5년 동안 회사는 시가총액 1조원, 연 매출 5000억원, 임직원 500명 규모로 성장했다. CFO이자 경영지원본부장으로 회사의 코스닥 상장과 코스피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편안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도서 공유 플랫폼 ‘우리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스파이더랩 원용준(41) 대표의 이야기다.


-퇴사를 결심한 계기는요. 


“한국거래소도 좋은 직장이었지만 공기업 특유의 분위기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반복적이고 안정적이기만 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치열하게 도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고 벤처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당시에는 주변 사람 모두가 반대했죠. 

출처: 본인 제공
스파이더랩 원용준 대표

더블유게임즈에서도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회사보다 규모가 더 큰 미국 경쟁사를 인수합병했죠. 하지만 CFO는 백오피스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앞에 나서 직접 발로 뛰고 싶은 갈증이 생겼어요. 자연스럽게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첫 번째 퇴사 결정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새로운 도전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감사하게도 더블유게임즈로부터 받은 스톡옵션을 창업 자금에 보탤 수 있었습니다."


-우리집은 도서관 서비스를 소개해주세요. 


“스파이더랩을 설립하고 2019년 8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서비스를 론칭했죠. 우리집은 도서관(우도)은 이웃과 도서를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앱에 사용자 등록을 하고 공유하고 싶은 책을 올립니다. 같은 동네 이웃들이 올린 책 목록을 보고 서로 직거래를 통해 빌려주고 빌려볼 수 있죠. 우도가 제공하는 배송 대행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관문에 도서 대여 가방을 걸어놓으면 저희가 알아서 책을 수거하고 배달도 해드립니다. 다른 이웃이 내 책을 빌려 가면 대여료도 받을 수 있죠.” 


-왜 도서 공유 플랫폼인가요. 


“공유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쏘카나 킥보드 공유 서비스처럼 사업자가 마련해둔 물건을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형태는 반쪽짜리 공유 서비스라고 생각했어요. 에어비앤비처럼 사용자들이 진짜 서로의 물건을 함께 사용하는 진정한 공유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죠. 확실하게 공유가 가능한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학부모들의 니즈가 큰 아이들 책을 떠올렸습니다.” 

출처: 스파이더랩 제공
우리집은 도서관 앱 화면

-공공 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우도만의 경쟁력이 있다면요.


“저도 10살과 5살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집 주변 판교 어린이 도서관을 100번도 넘게 방문했죠.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찾기 힘듭니다. 베스트셀러나 인기 있는 신간을 빌리는 건 하늘에 별 따기죠.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책은 도서관보다도 오히려 이웃의 책장에 더 많이 꽂혀 있습니다.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건 그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죠. 도서관보다 우도에서 인기 있는 책을 구하기 더 쉽습니다. 또 동네마다 공공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모두에게 가깝고 가기 편리한 건 아닙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나 동네에서 책을 구할 수 있다면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리한 셈이죠. 

출처: MBC 드라마 ‘봄밤’ 캡처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장면을 연기한 배우 한지민

다른 집의 책장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학부모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엄마들은 다른 엄마가 어떤 책을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하는지 궁금해하죠. 또 엄마들끼리 책을 빌려주고 빌려보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쌓입니다. 저희는 이 데이터를 고객에게 공유할 수 있고요.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또 어떤 다른 책을 읽었는지 추천해 주는 식입니다.”


-현재 서비스를 운영 중인 지역은요. 


“송파, 분당, 판교, 용인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최근 강남과 강동으로 확대했고요. 이 지역은 배송 대행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역입니다. 나머지 지역은 택배로 책을 받아볼 수 있어요. 서비스 초반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송파·잠실 지역 고객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부모가 많고 교육열이 높은 분당과 용인 지역에서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해당 지역의 재이용율이 67%입니다.” 

출처: 스파이더랩 제공
현관문에 걸린 우리집은 도서관 책 가방과 소독 중인 공유 도서

-최근 코로나19로 사람들 사이에 접촉을 조심하는 상황입니다. 대책이 있을까요.


“저희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얼마 후 코로나 사태가 터졌습니다. 물건을 공유해야 하는 저희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를 계기로 현재 우도의 핵심인 ‘Door to Door’ 배송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고객분들의 편리함이 더 커진 셈이죠. 저희가 공유 도서를 직접 전달하면서 중간 살균·소독 과정을 거칩니다. 또 문 앞에 걸린 가방에 책을 넣기 때문에 언택트로 공유가 가능하죠. 코로나 덕분에 오히려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가격과 수익 구조가 궁금합니다. 


“1권당 대여료는 500~2000원 정도입니다. 책을 공유하는 고객이 앱에 등록할 때 원하는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대여 기간은 2주입니다. 전집의 경우는 5000~25000원에 공유하고요. 사실 돈을 벌려고 가입한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 교육이나 집 정리를 위해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대여료는 저렴한 편입니다.  


책 주인은 대여료의 70%를 가져갑니다. 저희가 30% 수수료를 받고요. 고객들이 직거래를 할 때는 수수료가 더 낮습니다. 아직 서비스 초반이라 수익을 논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래도 현재 고객이 등록한 도서가 10만권을 넘었습니다. 올해 4월 결제량이 2월 대비 6배 늘었고요.” 

출처: 스파이더랩 제공
스파이더랩 회사 멤버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역 기반 공유 플랫폼인 만큼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략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아이들 도서 대여의 신세계’라는 저희 슬로건처럼 책 공유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카카오톡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요. 우리집은 도서관을 통해 책을 주고받는 게 고객분들에게 당연한 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유 도서가 현재의 10배 수준인 100만권 정도로 늘면 목표에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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