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유명 연예인이 '무단도용' 옷 입은 뒤 이렇게 됐죠

조회수 2020. 9. 15. 16: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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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 화석된 이 브랜드, 무단 도용한 콜라보 덕에 살아났다고?

촌스러운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 레트로 열풍 속 인기

패션·화장품 이어 ‘곰표 밀맥주’ 내놓자 일주일 만에 완판

회사 인지도 높아졌지만 “밀가루 판매에는 도움 안돼”

편의점 CU에서 없어서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곰표 밀맥주. /CU제공

요즘 ‘곰표밀맥주’가 인기다. 5월28일부터 편의점 CU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일주일 만에 초도물량 30만개가 동났다. 부랴부랴 추가생산에 들어갔고, 6월 20일 판매를 재개했다. 곰표밀맥주는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는 물론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곰표는 1950년대 설립된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의 BI(Brand identity)다. 다소 칙칙한 진녹색 바탕에 하얀색 곰과 ‘곰표’란 고딕체 글자가 전부인 옛날식 BI다. 50~60대는 ‘곰표 밀가루’가 친숙한지 모르겠지만, 그 아래 세대는 이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리뉴얼(새단장)을 등한시한 덕에 대한제분은 중생대 화석 같은 BI를 유지했다.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최근 20대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핵인싸템’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 촌스러운 디자인이 ‘간지난다’고 한다. 


◇70년 전 감성 ‘곰표’ 브랜드, 레트로 감성 자극

2017년 겨울, 슈퍼주니어 신동(왼쪽)씨의 공항 패션. /인터넷 화면 캡쳐

사실 곰표의 인기는 대한제당 입장에선 넝쿨째 굴러온 호박 같은 행운이었다. 2017년 겨울, 공항에서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가장 체구가 큰 (그래서 곰 같은) 멤버인 신동씨의 외투 사이로 녹색 바탕의 ‘표’자가 드러났다. 곰표 마크였다.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패션이었다. 알고 보니 빅사이즈 의류업체 ‘4XR’이 상표권을 무단 도용해 만든 옷이었다.


‘올드한 BI가 돈이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대한제분은 4XR측에 소송을 거는 대신에 본격적인 협업에 들어갔다. 2018년 여름, 5가지 디자인의 곰표 티셔츠가 각 100장씩 제작됐다. 촌스러운 매력에 열광한 ‘인싸’들이 곰표 티셔츠를 입고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렸다. 제품은 성황리에 완판됐다. 이후 애경산업과 함께 만든 곰표 치약, LG생활건강과 만든 곰표 주방세제, 스와니코코 곰표 쿠션 등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곰표밀맥주는 세븐브로이에서 만들었다. 다양한 콜라보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 ‘곰표’ 브랜드는 2030 세대에게도 친숙한 이미지가 됐다. 


◇밀가루 판매엔 별 도움 안 되네…

곰표 콜라보 제품들. 곰표 패딩(왼쪽), 곰표 주방세제와 치약(오른쪽) /인터넷 화면 캡쳐

다만 이러한 곰표의 인기가 대한제분의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대한제분 측의 설명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콜라보 상품의 판매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밀가루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보통 곰표 상표권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해당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대한제분의 수익이 커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에 대박이 난 곰표 밀맥주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대한제분 측은 밀맥주보다 밀막걸리를 가지고 주류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길 바랐다고 한다. ‘곰표 밀막걸리’를 팔면 곰표 부침가루를 패키지로 판매해 실제 회사 매출을 끌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밀이 아닌 쌀로 만든다. 2019년 대한제분의 매출은 9339억원으로 전년 대비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4% 급감했다. 


아무튼 곰표 브랜드의 인기는 대한제분 측 입장에선 이익인 것은 분명하다. 젊은 세대한테 잊힌 브랜드였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 상승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제분은 화장품, 생활용품, 사무용품, 주방용품, 제과점, 간이음식점까지 닥치는 대로 상표권 출원을 하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제품을 콜라보로 출시할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요리’나 주방용품 등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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