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북유럽 스타일에 열광하는 거 보고 이거다 싶었죠

조회수 2020. 9. 16.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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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보다 더 잘 통하는 '동아시아 스타일' 만들고 싶어요
유기장인·디자이너와 협업해 자체 제품 만들고
한자문화권으로 묶어 5개 국가 생활용품 판매
‘동아시아의 보부상’ 꿈꾸는 박찬호 서울번드 대표

“2000년대 초반 중국 상하이 국제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를 사귈 수 있었어요. 지금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죠. 한국을 소개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설움을 느꼈어요.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부터 이 설움을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박찬호(29) 대표는 2016년 서울번드를 창업했다. 동아시아 지역(한국·중국·대만·홍콩·일본)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동아시아 식문화·생활양식에 맞는 그릇·냄비·커트러리(수저, 포크 등 식사용 도구) 등 주방용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소개한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30~50대 여성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름을 알렸다. 대학 동기 한 명과 둘이서 시작해 현재는 8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출처: 서울번드 제공
서울번드 박찬호 대표

◇한 국가보다 동아시아로 묶일 때 영향력 더 커


-왜 리빙 제품이었나. 


“주방용품과 소품 등에 집중하고 있고, 조명이나 소가구, 침구류 등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의식주라는 범주 안에서 주방용품이 식(食)과 주(住) 사이의 교집합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방용품을 중심으로 해서 식과 주 전체를 다루는 쇼핑몰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주방용품은 입에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예민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요. 이 분야를 제대로 장악하면 다른 브랜드와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한국 제품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을 하나로 엮은 이유가 있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북유럽 스타일도 노르웨이·덴마크 등 국가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로 영향력을 키웠어요. 세분화할 때보다 모였을 때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죠. 서양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아파트 생활이 더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크기가 더 작은 편이에요. 또 해외에서는 쓰지 않는 식기를 사용하기도 하죠. 대표적인 게 숟가락과 젓가락이죠. 이전부터 사용해 온 목기나 유기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해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다시 만든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쪄 먹는 문화는 한나라 때 시작한 중국의 대표적인 요리법입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쪄먹는 문화가 발전했죠. 중국 전통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 ‘지아’는 찜기와 냄비를 합친 제품을 만들었어요. 이처럼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를 담은 제품들을 만들고, 선보이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만의 문화를 서구에 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서울번드 제공
서울번드의 제품. 왼쪽 제품을 만든 제조사가 다 다르다. 밥 공기와 젓가락은 한국 송승용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자체상품이다. 테이블 매트는 르엔미라는 리빙 브랜드가 그릇은 일본 기후현에 있는 도자기 제조업체 미야마가 만들었다. 오른쪽은 냄비로도 쓸 수 있고 증기를 이용해 음식을 찌는 데 쓸 수 있는 스티머다.

-제품은 직접 제작하나.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입점 계약을 맺고 서울번드에 입점한 한국 및 해외 작가와 리빙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자체 개발 상품을 내놓기도 해요. 비율로 보면 한국 작가·브랜드가 80%, 나머지 4개 지역 작가·브랜드가 20%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60%, 4개 지역이 40%일 정도로 비슷했는데 올해 들어 한국 제품이 많아졌어요. 이외에 독점 수입해서 제품을 팔기도 합니다. 직접 동아시아 국가들을 돌아다니면서 상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내구성·품질 등 51개 기준으로 제품 선별 


-제품을 수입하거나 기획할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이 있다면. 


“제품을 선정하는 51가지의 내부 기준이 있습니다. 다양한 부분을 많이 보고 있어요. 품질은 기본이고, 시장성과 제품 경쟁력, 디자인, 내구성, 환경 친화성 등을 고려합니다. 또 서로 다른 브랜드 제품이더라도 기존에 판매 중인 제품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같이 쓸 수 있는 제품인지 제품 간 조화도 중요합니다.”  


-서울번드가 기획·제작한 제품 중 기억에 남는 제품은. 


“유기 제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소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만 있는 차별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했죠. 그렇게 유기를 떠올렸습니다. 구리를 기본으로 한 합금인 유기를 이용해서 대중적인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출처: 서울번드 제공
유기 식기 세트를 기획하고 제작한 과정

기존 유기 식기 세트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없었는데, 양식도 많이 먹는 만큼 변화한 식생활 문화를 반영해 포크·나이프까지 있는 식기 세트를 기획했습니다. 기존 유기 제품보다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 2013년 디자인 박람회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서 미래의 디자이너 상을 받은 송승용 디자이너를 섭외했어요. 송 디자이너가 젊은 층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을, 40년 경력의 유기 명장인 이종오 명장이 제품 제작을 담당해주셨습니다. 2018년 제품을 출시했는데, 공들인 만큼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지금까지도 인기 있는 제품입니다. 유기 식기 세트는 숟가락과 젓가락은 두 세트에 9만8000원, 포크와 나이프까지 포함된 퓨전 세트는 한 세트에 9만8000원입니다.”


◇재방문율·재구매율 높아 월매출 2배 이상 성장 


-매출은. 


“온라인 쇼핑몰을 연 첫해인 2016년 연매출 1억원대였고, 2017년 4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라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작년보다 월 매출이 2배 이상 오르고 있어요. 또 사이트 재방문과 재구매 비율이 높습니다. 1년 기준 사이트를 재방문하는 비율이 64%, 재구매 비율은 22%에요. 또 고객 1인당 평균 구매 단가도 13만7000원으로 높은 편입니다.”

출처: 서울번드 제공
무형문화재 제 13호 옻칠장(정제) 보유자인 박강용 장인이 옻칠 공예 제품을 만드는 과정(위).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쇼룸(아래).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비즈니스 미팅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목표는.


“처음 창업했던 목표대로 해외에 진출해서 한국, 한국 제품을 알리고 싶습니다. 해외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을 따로 구축하지 않았는데도 현재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용자가 약 20% 정도입니다. 올해 하반기 북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요. 이후 서구권 국가에 차례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서울번드를 통해 세계 속으로 동아시아 제품이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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