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혹시.." 이 캠페인 영상이 맹비난받은 이유

조회수 2020. 9. 1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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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져 죽으면 '안 예쁘니까' 자살하지 마라?
공감 대신 불쾌감 주는 정부·공공기관 광고
청소년 자살 예방 교육에 ‘외모지상주의’ 논란
반지하 공간 ‘기생충’에 빗댄 주택공사

“나 죽고 싶어.”


“물속 추워. 너 추운 거 싫어하잖아. 그리고 물에 빠져 죽으면 시체가 퉁퉁 불어. 진짜 안 예쁘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자살 예방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해 3월 만든 영상 ‘나, 너, 우리 함께!’에 나온 대사다. 따뜻한 말이 자살 예방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예시로 든 대화다. 

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공식 유튜브 캡처
청소년 자살 예방 교육 영상 ‘나, 너, 우리 함께!’의 한 장면

하지만 해당 영상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자살 예방이라는 의도와 맞지 않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영상이 올라온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외모를 신경 써야 하나”, “물에 빠져 죽으면 안 예쁘니 예쁘게 죽을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냐”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또 “외모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 “죽겠다는 친구를 외모로 설득할 수 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요즘 10대들은 미를 신경쓴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내용을 넣었다”고 밝혔다. 전문가의 자문과 감수를 거쳐 제작한 영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확인을 거쳐 불편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삭제하겠다고 했다. 결국 개발원은 12일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반지하 = 기생층, 반지하 사는 사람은 기생충? 

출처: SH공사 보도자료 캡처(좌) 영화 기생충 장면(우)

올해 4월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정한 신사업 이름이 입방아에 올랐다. 반지하에 사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비는 공간은 창업 지원 시설, 지역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 복지시설로 만드는 다세대·다가구 주택 반지하 공간 개선 사업이다. SH공사는 4월29일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지하 공간을 ‘기회가 생기는 층’의 준말인 ‘기생층’이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SH공사가 소유한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는 선언도 발표했다. 환경이 좋지 않은 반지하 공간을 거주 시설 대신 복지 시설로 꾸미겠다는 의도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SH공사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반응

영화 ‘기생충’을 차용해 사업을 홍보하려는 의도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생층이라는 명칭 때문에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마치 기생충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책 취지와 달리 반지하 거주민을 배려하지 않은 작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에 기생하면서 기회 만들어달라고 해서 죄송하다”는 SNS 글도 올라왔다. 결국 이틀 뒤인 5월 1일 SH공사는 “시민들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고 사과했다. 또 앞으로 공간 사업과 관련해 기생층 단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작년 12월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에 행복주택 옥외광고를 설치할 때 비슷한 실수를 했다. 광고는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말하자 “나는 니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하는 SNS 대화 내용을 담았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청년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6~10년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LH공사의 행복주택 옥외광고

하지만 청년층들은 이 광고에 분노를 드러냈다. 부모님 덕분에 자가를 가질 수 있는 ‘금수저’ 청년이 자기 힘으로 임대주택을 얻어야 하는 ‘흙수저’ 청년을 부러워한다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조롱에 가깝다는 것이다. LH공사는 즉시 광고물을 철거했다. 하지만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힘들게 벌어 낸 세금으로 불쾌감을 주는 광고를 만들더니 철거를 위해 또 돈을 쓰냐”는 성토도 이어졌다.


◇음란마귀만 알아듣는 선거 캠페인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정부 캠페인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6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제작한 투표 독려 영상이다.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라는 제목으로 선관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영상 속 소개팅 상황인 남녀는 “오빠, 혹시 그거 해봤어요? 오빠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요”, “초면에 벌써부터 진도를…”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대화를 나눈다. 남성은 여성과 뽀뽀하는 상상도 한다. 이후 “오빠랑 하고 싶긴 한데 아직 그날이 아니라서”라는 여성의 대사와 함께 영상은 투표장 화면으로 바뀐다. 화면 아래 흐르는 “4월 13일 그들의 희망이 이뤄진다”는 자막을 통해 투표를 독려한다.

출처: 선관위 공식 유튜브 캡처
투표 독려 영상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의 한 장면

이 광고는 “선거와 관련없는 선정적 내용만 나오다가 자막 한줄만 띄우면 끝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선관위는 “젊은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만든 실험적인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관공서에서 만든 만큼 문제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영상을 삭제했다.


광고는 인상적인 카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특정 계층·연령·성별 등에 불쾌감을 줘서는 안 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캠페인성 광고는 사람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상업광고 역시 이슈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정적 논란에 휩싸인다면 광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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