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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하위 10%' 열등반 고교생을 바꾼 충격적 한마디

조회수 2020. 9. 17. 09: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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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5km 걷고 또 걷고..PCT 한국인 최단 기록 세운 이 청년
“넌 부진아” 친구 말에 충격받아 작심공부
전교 하위 10%서 상위권 올라 성취감 느껴
건설현장 알바로 종자돈 모아 세계 여행
“평생 땀 흘리며 도전하는 삶 살고파”

대종주 트레킹코스인 PCT(Pacific Crest Trail)는 미국 3대 트레킹코스 중 하나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약 4300㎞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완주해야 한다. 보통 완주하는 데에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성공하는 사람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PCT를 106일 만에 완주해 한국인 최단 기록을 세운 사람이 있다. 795일간 전세계 55개국을 여행한 여행가이기도 하다. 현재 작가이자 크로스핏 선수로 활동하는 권현준(25)씨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권현준 작가.

-자기소개 해주세요.


“책 ‘나는 5년 동안 최고의 도전을 시작했다’ 저자이자 여행가, 크로스핏 선수 권현준입니다.”


학창 시절 권씨는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딱히 공부에 흥미도 없었다. 고등학교 땐 낮은 성적 탓에 열등반 수업을 들어야 했다. 모의고사 성적은 전교에서 하위 10%였다. 별명은 부진아였다. 그런 그가 변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친구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열등반 수업을 들으려고 복도로 나서는 데 한 친구가 ‘현준이는 부진아잖아’라고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반 친구들은 물론 좋아하던 여학생도 웃음을 참지 못하더라고요.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친구들에게 더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밤낮없이 공부했습니다. 암기 과목은 달달 외웠어요. 다음 시험에서 평소보다 2~3배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열등반 수업을 듣던 학생이 갑자기 상위권에 오르자 부정행위를 의심받기도 했어요. 담임 선생님 앞에서 시험 문제 몇 개를 풀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습니다.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의 인정과 칭찬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목표를 세우는 습관이 생겼고,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에 입학한 권씨는 군 입대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학교 앞 카페에서 8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해 여행비 350만원을 마련했다. 터키, 서유럽,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한 달간 유럽을 돌았다.


“태어나서 처음 해외에 갔어요.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또 혼자 모든 것을 계획하고 결정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목표를 이루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번엔 꼭 세계여행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세계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 노동을 하던 모습(좌), 국내 국토대장정을 하던 모습(우).

권씨는 세계 여행을 위해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61kg의 마르고 왜소했던 몸은 꾸준한 운동과 체력 관리로 81kg까지 키웠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600km 도보 여행을 하기도 했다. 이후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천안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건설 현장에서 포설팀으로 일했습니다. 포설이란 건물 안에서 전기를 쓰기 위해 전선을 건물 내벽과 천장에 설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 한 굵기의 전선을 날랐어요. 천장에서 전선을 설치하다가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어요.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8개월간 주말도 없이 일했습니다. 쉬는 날은 한 달에 딱 하루였습니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습니다. ‘세계 여행을 할 바엔 유학가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직접 부딪혀보고 도전하는 세계 여행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에티오피아에서 동네 아이와 찍은 사진(좌) 에티오피아 다나킬 화산에서 찍은 사진(우).
출처: 본인 제공
(왼쪽부터)호주에서 서핑하는 모습, 미국 엘시노어에서 스카이다이빙 교육을 이수하고 펀점프를 하는 모습,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 찍은 사진.

2017년 2월 28일, 권씨는 막노동 일을 하면서 모은 종잣돈 2200만원을 가지고 795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났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라오스, 네팔, 인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쿠바, 멕시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55개국을 여행했다. 그 과정에서 PCT를 한국인 최단 기록으로 완주했다.


-대종주 트레킹코스 PCT(Pacific Crest Trail)를 한국인 최단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하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PCT는 미국 3대 트레킹코스 중 하나입니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약 4300㎞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완주하는 코스에요. 걷다 보면 사막, 강, 설산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납니다. 1년이 넘어가니까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어딜 가든 익숙해진 거죠.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계에 부딪혀보고 싶었어요.


PCT 완주는 보통 6개월이 걸립니다. 이전의 한국인 최단 기록은 해병대 군인이 세운 136일이라고 해요. 이 기록을 깨야겠다고 생각하고 출발했습니다. 하루 평균 55km를 걸었어요. 쉬는 시간 1시간을 빼고 아침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걸었죠. 가장 많이 걸었던 날은 하루에 84km를 간 날이었어요. 마라톤 풀코스가 42.195km인데 두 배 거리를 하루 만에 걸은 거죠. 106일 만에 완주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PCT에 도전하는 중에 찍은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캐나다 국경에 도착해 PCT를 완주하고 사진(좌), 4300km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모든 장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우).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요세미티 국립공원 구간에서 낮에 흑곰을 만났어요. 키가 2m 넘고 두꺼운 패딩 4~5개를 껴입은 것 같은 덩치 큰 사람이 5m 앞에 서 있는 겁니다. 자세히 보니 흑곰이었어요. 옆에는 새끼 곰도 있었습니다. 어미 곰이 가장 예민할 때가 새끼와 함께 있을 때입니다. 더 긴장됐어요.


안전요원이 말해준 조언이 생각났습니다. 최대한 몸집이 커 보이게 하고 눈도 감지 말고 뒤로만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스틱을 위로 높게 들고, 배낭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덩치가 커 보이게 했습니다. 다행히 새끼 곰이 먼저 도망쳤고, 어미 곰이 새끼 곰을 따라가면서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너무 놀라서 10~20분간은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어요.”


-가장 힘들었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PCT에 도전할 때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습니다. 말할 상대도 없고 혼자 밥 먹고 잠자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나중엔 혼잣말하면서 걸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나 자신과 싸움이었어요.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또 네팔 히말라야 쏘롱라패스를 등반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해발 5416m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개라고 해요. 3주간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산속에만 있다 보니 고산병 때문에 힘들었어요. 구토와 두통 때문에 빨리 내려가고 싶었어요. 정상에 도착하기 100m 전부터 눈물이 났습니다. 2주 넘게 씻지도 못한 상태였어요. 체온이 떨어질 만한 행동을 하면 안 돼서였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너무 추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상에 올랐지만 공기가 희박해서 10분 밖에 있지 못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토롱라패스에서 찍은 사진.

-가장 즐겁고 재밌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전세계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고민거리를 나누던 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여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하는 사람, 세계여행을 하는 신혼부부 등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조언을 자주 구했어요. 한 외국인 여행자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냥 즐겨(Just fun!)’라고 말했어요.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피할 수 없으면 부딪혀서 해봐’라고 했죠.”

출처: 본인 제공
PCT에 도전하면서 찍은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아프리카 여행에서 기약없이 지연되는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좌) 우간다에서 탄자니아까지 55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새벽 휴게소에서 찍은 사진(우).

-세계 여행할 때 자신만의 팁을 소개해주세요.


“숙박비를 최대한 아꼈습니다. 인도에서는 50인 도미토리에 묶었습니다. 하룻밤에 1600원입니다. 에어컨도 없고 화장실은 남녀 각 1개씩만 있던 곳이었죠.


또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라는 앱을 활용했습니다. 배낭 여행객을 위한 소셜 네트워킹 커뮤니티입니다. 커뮤니티를 이용해 현지 사람들에게 숙박 또는 가이드를 받을 수 있어요. 여행객이 집주인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공짜로 숙박할 수 있습니다. 터키에서 의사로 일하는 호스트의 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돈이 많지만 바빠서 여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꿈이 여행 가는 것이라고 했죠. 외국인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더라고요.”

출처: 본인 제공
한국에 돌아온 후 크로스핏 선수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권씨.

세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권씨는 책 ‘나는 5년 동안 최고의 도전을 시작했다’를 출간했다. 또 울산 중구청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현재는 크로스핏 선수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작년 5월 부산에서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서 남자 부문 종합 1위를 차지해 그해 6월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아시아 크로스핏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여행하면서 매일 한 쪽씩 글을 썼어요. 여행 일화와 느낀 점을 모아 책을 냈습니다. 처음에 세계 여행이란 건 용기 있는 사람만 도전하는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막상 경험해보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경험담을 나누고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또 현재 크로스핏 선수로서 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할 때 크로스핏을 처음 접했어요. 크로스핏은 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 단시간에 고강도로 하는 운동입니다. 근력, 민첩성, 유연성, 심폐지구력 등 신체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레저 스포츠와는 달리 정확한 기록이 나옵니다. 객관적으로 현재의 나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2019년 한국에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크로스핏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0월에 있는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 경기에서 한국 랭킹 100위 안에 들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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