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법시험 패스 후 8년간 잘나가던 변호사였습니다"

조회수 2020. 9. 17. 09: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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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서 잘나가던 변호사를 스타트업 사장님으로 만든 이 아이템은
모던구루 임지영 대표
대형 로펌 태평양에서 8년 동안 근무
건강하게 잘 챙겨 먹는 삶 그리워 퇴사
오트밀 수백 킬로 버려가면서 그래놀라 개발

"너무 달지 않아서 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재구매했는데 또 재구매할 것 같아요."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한 신생 기업의 고객 후기다. 수백개의 고객 후기 점수는 5점 만점에 4.97점이다. 높은 고객 후기와 재구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기업은 바로 그래놀라를 만드는 '모던구루(Modern Guru)'다. 모던구루 임지영(36) 대표는 "'건강한 한 끼를 선사하는 그래놀라'를 연구하고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그래놀라에 자부심을 품고 사업을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임 대표는 작업장이 아닌 법정에 서던 변호사였다. 8년 동안 의뢰인을 변호하던 임지영 대표가 변호사 배지를 내려놓고 사업가로 변신한 사연은 무엇일까.

출처: jobsN
임지영 대표

◇변호사 꿈 이뤘지만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


임지영 대표는 원래 꿈이 변호사였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49회 사법시험 합격 후에는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했다. 변호사로서 성공적인 길을 걸었지만 무엇인가 허전했다고 한다.


"입사하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일하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로펌 생활을 하다 보니 인생에서 건강한 식단,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등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을 많이 포기해야 했죠. 새벽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 회식도 있어 밤새우는 날도 많았습니다. 바쁜 출근길 아침은 커피로 때우고 야근은 거의 매일 반복했죠. 정말 바쁜 날에는 제때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할 때도 있었습니다. 성과를 내고 인정도 받으면서 8년을 일했지만 건강이라는 가치를 포기하니 가슴 한편에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터닝포인트가 된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로펌에서 제공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LLM(Latin Legum Magister·Master of Laws·로스쿨 과정)을 이수했어요.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면서 일할 때보다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학교 끝나면 직접 장을 봐 요리해먹을 수도 있었죠. 마치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어요. 충분히 잠을 자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그동안 원하던 일상을 살 수 있었습니다. 행복했죠. 꿈같던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전과 다르게 꼬박꼬박 그래놀라를 만들어 아침으로 챙겨 먹었어요. 동료들에게도 선물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더군요. 이 모습을 보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건강하게 잘 챙겨 먹는 것'을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모던구루 제공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의 임지영 대표

◇창업 결심, 승진 앞두고 로펌 그만둬


-바로 퇴사했나요?


"유학을 다녀와서 1년을 고민했습니다. 반년 동안은 제 결정에 확신을 더했고 사업 아이템을 그래놀라로 정했습니다. 나머지 반년은 일하면서 짬짬이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2019년 1월 로펌을 그만뒀습니다."


-주변 반대는 없었나요?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반대하셨습니다. 당시 남자친구인 지금의 남편도 반대했어요. 남편이 '앞으로 변호사로서 더 승승장구할 기회를 내려놓고 왜 사업을 하겠다고 하냐'고 만류했어요. 그러나 1년 동안 마음의 준비를 다 한 상태여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놀라도 많이 먹어봤다고 합니다.


"일단 그래놀라로 유명한 곳을 찾아가 맛봤습니다. 뉴욕, 런던, 도쿄는 직접 찾아갔고 나머지는 해외배송으로 먹어봤어요. 도쿄는 그래놀라 맛집 일곱 군데를 추려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뉴욕과 런던에서 파는 그래놀라는 잡곡 알맹이가 커서 좋았지만 귀리 특유의 종이 씹는 느낌이 조금 강했어요. 도쿄 그래놀라 가게 중 종이 씹는 느낌이 안 나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었습니다. 또 귀리 한 알 한 알이 바삭바삭하게 다 살아있었습니다. 사장님을 만났지만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으셨어요. 한국에 돌아와 알맹이를 크게 하되 바삭 바삭하고 종이 씹는 느낌이 안 나는 그래놀라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모던구루 제공
그래놀라 만드는 임지영 대표. 생산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임지영 대표의 손을 거친다.

◇오트밀 수백 킬로 버려가면서 레시피 개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전통 그래놀라는 귀리를 오일과 시럽에 넣고 끓인 후 다양한 견과류와 섞어 오븐에 굽습니다. 일반적으로 귀리랑 견과류를 같이 굽죠. 만드는 사람은 편할지 모르지만 견과류마다 경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건 타고 어떤 건 딱딱해서 맛이 조금 떨어져요. 들어가는 원재료마다 굽는 온도와 시간을 따로 해서 최적의 맛을 찾았습니다. 한 가지 맛을 완성하는데 수백번씩 굽고 오트밀 수백 킬로를 버리기도 했죠."


-다른 그래놀라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시중 제품과 우리 제품 영양 성분을 비교해봤을 때 탄수화물, 당, 나트륨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1회 분량 30g을 놓고 보면 탄수화물은 16.7g으로 시중 제품보다 26%, 당류는 1.4g으로 81%가 적습니다. 정말 건강한 한 끼를 챙겨 드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그렇게 모던구루만의 그래놀라를 완성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줬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피드백을 받고 보완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놀라가 조금 더 뭉쳐있으면 좋겠다', '덜 달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 당도를 낮추고 재료 배합도 바꿨죠. 이렇게 세세한 수정까지 거쳐 7가지 레시피를 완성하는 데까지 1년 정도 걸렸습니다."


-첫 판매는 언제인가요.


"공식 판매는 10월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전 회사 동료가 제가 만든 그래놀라를 먹어보더니 결혼식 답례품으로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비공식 첫 주문이었습니다. 답례품 제품을 드셔보신 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3번의 답례품을 제작했습니다. 그때는 만들고 배달도 직접 했습니다."

출처: 모던구루 제공
고객이 남긴 구매 후기

◇'그래놀라계의 에르메스'…초심유지하며 만들 것


2019년 10월 자사몰(bit.ly/30tJ3VL)을 오픈하고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출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없었지만 입소문 덕에 꾸준히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게 고객이 남긴 후기 및 평가 수백개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4.97점이었다. 또 먼저 입점 제안을 한 곳도 있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정말 많은 고객이 후기를 남겨주십니다. 이중 우리 제품을 '인생 그래놀라'라고 해주신 분과 '그래놀라계의 에르메스'라고 남겨주신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밖에도 '앞으로 우리 가족의 식탁을 책임져달라', '내 돈 주고 주문한 건데 선물 받은 줄 알았다' 등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주시는 모든 고객이 다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창업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후회한 적은 없어요. 다만 그동안 제가 회사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직장에서는 힘들어도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지만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하는 노력과 보상이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내일 어떨지 모른다는 불안감, 불확실함과 함께해야 하지만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모던구루는 '현대의 전문가'라는 의미입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한 레시피로 한 가지 맛을 생산하는데 계량부터 포장까지 7시간이 걸립니다. 그만큼 꼼꼼하고 정성을 들여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만들어 보겠다며 쌓아온 많은 것을 내려놓고 로펌을 뛰쳐나왔습니다. 그 마음을 언제나 가슴에 새기고 고객 한 분 한 분의 그래놀라를 정성을 다해 만들 것 입니다. 건강한 그래놀라하면 '모던구루', 모던구루 하면 '건강한 그래놀라'를 떠올리도록 자리 잡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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