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값보다 싼 5000원.."매번 헛일 하는 거죠"
코로나 ‘거리두기’로 지자체 시험장 마련 진땀
어렵게 마련했는데… 10명 중 7명만 응시
행정력·비용 낭비는 심각해도 응시생 선택권 보장?
“어차피 오지도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 책·걸상 나르고 시험장 섭외하고… 헛일 하는 거죠.” 6월13일 치러지는 9급 지방직 공무원 채용시험을 주관하는 지자체 부서 한 공무원의 얘기다. 올해는 작년보다 2.1% 줄어든 총 24만531명이 응시한다. 그런데도 시험장 수는 크게 늘었다. 총 548개 시험장, 1만2779개 시험장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5%, 2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책상 간격을 1.5m씩 띄워야 하다 보니 교실당 응시생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평년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무원 시험 담당자는 정말 고생고생해 시험장을 마련했지만, 정작 13일 이 교실엔 ‘거리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경험상10명 중 3명 이상이 시험을 보러 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시 9급 시험엔 응시자 절반도 안 왔다…
실제 지난해 9급 지방직의 응시율은 60%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별로 집계해 전국 통계가 없음) 서울시는 응시율 46%를 기록했다. 절반도 참가안했다. 시험도 안 볼 거면서 지원한 사람들 덕분에 각 지자체는 불필요한 시험장 수백개를 섭외하고, 책·걸상 7만4000개를 준비해 한 쪽에 수험번호를 붙인다.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은 이들은 연습 삼아 지원한 ‘허수’다. 통상 지방직 9급의 경우 실제 시험을 보는 비율은 60%대에 그친다. 우선 여러 지자체를 중복으로 지원하는 응시자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시생 한 명이 서울시에도 지원하고 전라북도에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수험생은 필기시험 직전까지 어느 지자체로 응시하는 것이 유리할지 저울질을 하다가 막판에 선택한다. 눈치작전을 펼치는 중복접수자들을 위해 지자체들이 각각 그의 책상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국가직도 사정은 비슷하다. 7월11일에 열리는 9급 지방직 필기시험에도 18만5203명이 지원한다. 지난해 응시율 79%를 기록해 지방직보다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가직도 2017년 이전까지는 응시율이 70% 초반에 그쳤다. 국가직 7급 준비생들이 ‘보험’ 차원에서 9급을 시험을 응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17년도 이후 7급 시험은 영어과목 대신 토익·텝스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이 도입됐다. 7급 준비생이 9급도 병행하려면 영어 과목 하나를 더 공부해야 하는 셈이 되면서 중복응시자는 현저히 줄었다. 그렇게 응시율이 높아져서 겨우 70% 후반이 됐다.
◇돈 안아까우냐? “5000원인데, 아깝겠냐”
코로나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로 공무원 시험장 수가 대거 늘면서 허수 지원자 문제가 불거졌지만, 사실 그동안에도 준비 안 된 지원자들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논란이 있었고 여러 보완책이 논의되고 있다. 9급 시험 응시료의 경우 서울 시내 짜장면 평균가보다 저렴한 5000원이다. 7급은 7000원이다. 너무 싸 시험을 볼 상황이 아닌 사람들도 너무 쉽게 응시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4만7000원(6개 영역 기준), 토익시험은 4만4500원이다. 5000원이란 응시료는 1994년 정해진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물론 반론도 있다. “5000원에서 몇천원 올려봐야 여전히 싸서 허수는 줄어들지 않고 세수(稅收)만 늘 것”이라고 한다.
사실 지난해 서울 9급 시험 응시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간 뒤 지자체들도 허수 줄이기 문제로 고심 중이다. 2021년 9급 지방직의 경우 지자체별 중복접수를 못 한다. 서울시를 지원하면 강원도·인천시 등 다른 지자체엔 응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복접수 차단이 응시율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오는지 살펴보며 허수 줄이기 대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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