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 앞에서 허리 숙이다 쓰러져 119 실려 갔었죠"

조회수 2020. 9. 17. 09: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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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쓰러지고 다리에 마비까지..운동 때문에 연 30억 벌어요
슬릭코퍼레이션 김형주, 최대호 공동대표
무리한 업무와 운동 부족으로 쓰러지기도
전 국민에게 건강한 운동 습관 만들어주고 싶어

근무 강도가 센 투자은행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하루하루 건강이 나빠지는 걸 느꼈다. 종일 업무에 치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등한시했다. 그러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숙이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어느 날은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구급차를 불렀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신경 마비였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결국 꾸준한 운동만이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운동 서비스 플랫폼 ‘슬릭코퍼레이션’ 김형주(34), 최대호(28) 공동대표가 각각 겪은 이야기다. 금융권 취업 멘토와 멘티 사이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애널리스트 데뷔를 앞두고 돌연 퇴사해 2017년 2월 온·오프라인 운동 서비스 ‘슬릭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출처: jobsN

10개월 만에 7000명 이상의 회원이 등록하며 서울·수원·인천·부산 등에 지점을 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2020년 1월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3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정식으로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외부 투자를 받는 ‘시리즈A’ 직전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금융권에서 만난 인연이 창업 파트너로


- 창업을 한 계기는.


(김) “2014년 CIMB 증권 전략 컨설팅 IB(투자은행) 및 주식 리서치 부서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했다.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일했다. 다른 투자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근무하는 ‘투자은행식 정규 근무(banker’s nine-to-five)’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다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걸 느꼈다. 동료들도 심장질환 등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회사 동료가 일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 가서 피를 뽑았는데 지방이 너무 많아서 결과가 안 나온다고 하더라. 그때 운동의 중요성을 알았다. 당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던 최대호 대표가 인턴으로 입사했고, 운동과 관련한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출처: 슬릭코퍼레이션 제공

(최) “둘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운동을 안 하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운동이 재미가 없어서, 두 번째는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서비스가 한정적이어서, 세 번째는 그 한정적인 운동 서비스조차 비싸서다. 이걸 해결하면 사람들이 운동을 꾸준히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 서비스에도 멘토와 멘티 방식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 피트니스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어떻게 확신했나.


(김) “헬스케어 시장에는 예방, 진단, 처방, 사후관리 시장이 있다. 우리나라 헬스케어 업체 대부분이 질병이 발병된 이후 진단을 하는 ‘진단 시장’과 그다음 단계에 몰려있다. 사실 사람들이 건강한 습관을 가진다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1위 기업이 없는 예방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출처: 슬릭코퍼레이션 제공

예방 시장은 피트니스 시장과 건강식품 시장으로 나뉜다. 피트니스 시장에서 건강한 운동 습관을 만들어주고, 건강식품 시장에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렇게 이 두 가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운동 서비스 ‘슬릭프로젝트’와 식단 큐레이션 커머스 ‘슬릭마켓’이 탄생했다.”


- 2년 동안 테스트를 했다고.


(김) “ 2017년 1월부터 2년 동안 노량진에서 친구, 가족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했다. 1:1 수업·그룹 수업·남자만 하는 수업·여자만 하는 수업 등 수백 가지 테스트를 통해 가장 재밌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돈이 없으니 헬스장을 돌아다니면서 친해진 코치들에게 수업을 부탁했다.


테스트를 통해 얻은 결론은 ‘강한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재밌게 운동을 하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같이 운동하며 느끼는 유대감이 꾸준히 수업에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자연스럽게 운동습관이 잡히는 것이다.”

출처: 슬릭코퍼레이션 페이스북 캡쳐, 슬릭코퍼레이션 제공
운동하는 회원들의 모습

(최) “운동이 습관화가 안 된 성인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려면 일단 재밌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권 사람들은 70% 이상이 운동을 3주 이상 꾸준히 한다. 의료비가 비싸니 운동을 열심히 하는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부모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식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다 보니 습관적으로 운동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7,8%만이 꾸준히 운동한다. 운동 포기율을 비교했을 때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미국과 유럽권의 2배 이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저렴해서 아프면 돈으로 해결한다. 운동하는 것보다 보험처리하는 게 더 저렴하고 편리해서다. 사회 분위기상 운동을 습관화하기도 어렵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대학에 가면 취업하기 위해 스펙 쌓기 바쁘다.”


- 일반 헬스장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최) “경제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20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일반 헬스장에서 PT(Personal Training·일대일 맞춤 지도)를 받으려면 시간당 평균 4,5만원 정도다. 슬릭 프로젝트는 시간당 평균 1만5000원으로 반값 이하다. 장소를 대관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헬스장·운동기구·샤워 시설 등 고정 자산이 필요 없다. 현재 누적 회원 수 2만여명 중 25~29세 연령대가 가장 많다. 39%에 달한다.”

출처: 슬릭코퍼레이션 제공

- 슬릭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김) “커뮤니티 서비스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동 서비스보다는 친목이나 네트워킹에 집중하는 업체들이 많다. 하지만 슬릭은 커뮤니티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사람들과 재밌게 운동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원하는 바디라인을 가질 수 있다. 그게 슬릭이 원하는 회원들의 모습이다.


또 슬릭 코치는 모두 실력이 검증된 선생님들이다. 보통 운동을 가르쳐주는 트레이너가 어떤 경력이 있는지, 얼마나 오래 운동을 가르쳤는지 알기 어렵다. 슬릭은 경력이 많다고 무조건 뽑지 않는다. 자체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아야 코치로 활동할 수 있다.


슬릭 코치 대부분은 프리랜서(freelancer·자유계약에 의해 일을 하는 사람)로 활동한다. 평일에는 헬스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슬릭 코치로 활동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 강사료는 일반 트레이너보다 높은 편이다. 시간당 평균 3만~4만원 정도다.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체대생들도 많이 지원한다. 최근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요청받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미뤄졌다.”

출처: 슬릭코퍼레이션 제공
슬릭마켓 테스트 이미지

- 식단 서비스에도 뛰어든 이유가 있나.


(최) “식단도 운동처럼 습관화해야 한다. 사람마다 먹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관리해야 한다. 새벽에 직접 배송을 다니면서 9개월 동안의 테스트 기간을 가졌다. 여러 구성으로 식단을 바꿔보면서 고객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이어트 식단을 만들었다. 한식을 먹어 온 한국인들이 평생 야채·닭가슴살·계란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칼로리와 나트륨이 조금 높더라도 맛있게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하다. 개인 맞춤형 식단 서비스인 ‘슬릭마켓’을 2019년 1월 론칭해 닭가슴살 한끼볼·고구마볼 등을 판매 중이다.”


- 매출은.


(김) “슬릭프로젝트는 2017년 4.5억, 2018년 7.5억을 달성했다. 2019년에는 슬릭 마켓과 합쳐 26억의 매출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40억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 목표는 100억이다.” 

출처: 슬릭코퍼레이션 제공

- 목표는.


(최) “우리나라 운동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높이는 게 목표다. 사람들이 운동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기업이 되고 싶다.”


(김) “현재 인공지능(AI)과 운동 서비스를 접목해 개인에게 맞춤화된 관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예방, 진단, 처방 시장까지 아우르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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