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이모 밥 하나요' 전국 식당 공깃밥의 궁금증 풀렸다

조회수 2020. 9. 17. 09:2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어디를 가나 똑같은 음식점 밥공기 비밀
"지름은 10.5cm, 높이는 6cm로"
공깃밥 안쓰면 영업정지
최근엔 반공기 주는 음식점도 나와

음식점에 가면 어김없이 나오는 스테인리스 밥공기. 밥은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담아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은색 밥공기에 담겨 나온다. 왜 식당 공깃밥은 다 똑같이 생겼을까. 음식점 공깃밥이 약속한 듯이 같은 크기와 모양인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유튜브 tvn D ENT 캡처
tvN '식샤를 합시다2'에 나온 배우 '서현진'

◇솥밥에서 스텐 밥공기로


스테인리스 밥공기는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 남긴 흔적이다. 1970년대까지 쌀은 귀한 음식이었다. 쌀이 늘 부족했다. 정부는 ‘쌀 아끼기 운동(절미운동)’을 벌였다. 예를 들어 모든 음식점은 밥에 보리쌀을 25% 이상 섞어서 팔아야 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쌀밥이 없는 날 ‘무미일(無米日)’로 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밀가루 음식만 팔아야 했다. 

출처: 국가기록원 제공
1970년대 음식점에서 공기에 밥을 담는 모습

당시엔 솥이나 대접에 밥을 주는 식당이 많았다. 1974년 12월4일 농수산부는 서울시 음식점에 솥밥 판매를 못 하도록 막았다. 대신 크기가 작은 스테인리스 공기에 담긴 ‘공깃밥’만 팔도록 했다. 공기 크기까지 정했다. 지름 11.5cm, 높이 7.5cm다. 하지만 당시 시민 9830명을 대상으로 농수산부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50%가 ‘공깃밥 양이 적다’고 했다. 손님 입장에서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밥을 적게 주면 그 식당을 좋다고 갈 리가 없다.

실제로 정부의 쌀 아끼기 운동으로 음식점을 찾는 손님이 줄었다. 1904년 문을 연 이문설농탕 전성근 사장은 “당시엔 수요일과 토요일 설렁탕 국물에 밥 대신 국수사리를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밥 대신 국수를 넣은 설렁탕에 불만이 많았다. 전 사장은 “일주일 중 이틀치 장사를 망쳤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많아지자 규제를 지키지 않는 업주들이 늘었다.


◇밥공기 작아진 이유···밥 더 주면 영업정지

출처: 네이버 신문 캡처
1974년 12월 4일 동아일보(좌) 1976년 6월 29일 경향신문(우)

음식점이 명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자 1976년 서울시는 공깃밥 단속을 강화했다. 밥공기 크기도 다시 정했다. 지름 10.5cm, 높이 6cm로 이전보다 더 작아졌다. 또 그릇의 5분의 4 정도만 밥을 담도록 했다. 이 규정을 어기면 1회 위반에 1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다. 2회 위반하면 음식점업 허가 취소였다. 1981년 1월 5일 전국 음식점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손님이 밥을 더 요구할 때에는 공기의 절반만큼 더 주도록 했다. 그 이상을 요구하면 추가로 밥값을 받도록 했다. 물론 그 조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쌀 자급자족 시대가 오면서 ‘쌀 아끼기 운동’, 공깃밥 단속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모 여기 반 공기만 더 주세요”


지금도 음식점에서는 스테인리스 공기에 밥을 담는다. 그런데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스테인리스 밥공기 크기는 보통 지름 10cm, 높이 4.5cm다. 81년 밥공기보다 지름은 0.5cm 줄었다. 높이는 1.5cm 낮아졌다. 쌀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밥공기는 왜 더 작아지냐는 의문이 생긴다. 주방용품 전문매장 키친아울렛 최찬용 과장은 “밥공기 크기가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밥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음식점이 작은 크기 밥공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버려지는 밥을 줄이기 위해 작은 밥공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이제 쌀밥을 먹으려고 음식점을 찾지 않는다. 게다가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출처: 젠한국 제공(좌) 주방369홈페이지 캡처(우)
도자기업체 젠한국이 수집한 밥그릇과 판매하는 밥그릇을 시대별로 비교(좌) 주방369에서 팔고있는 업소용 밥공기(우)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밥공기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움직임도 있다. 김포시는 ‘밥 반 공기 주문’ 제도를 만들었다. 밥 반 공기 주문제는 음식점에서 밥 반 공기를 제공하는 제도다. 일반 밥그릇(210g)보다 80g 적은 반공기용 밥그릇(130g)에 밥을 담아 준다. 올해 2월 19일부터 3월 13일까지 ‘밥 반 공기 주문제’ 참여 음식점 30곳을 모집했다. 탕·찌개류, 고깃집 등 공깃밥을 제공하는 음식점 30곳에서 지난 5월 초부터 밥 반 공기를 팔고 있다.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김포시 사우동 대청마루측은 “한 공기를 다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반 공기를 먹으니 음식물 쓰레기가 예전보다 줄었다”고 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 가격도 절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님이 먼저 반 공기를 찾을 때가 많다”고 한다. 


글 jobsN 김하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