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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 들여온 '힙'한 이 할머니의 반전 직업

조회수 2020. 9. 17. 09: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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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 막스마라 한국에 소개..럭셔리한 이력에도 일, 봉사활동 등 계속
‘페라가모’, ‘막스마라’ 한국에 들여와
일흔 바라보는 현재도 패션 컨설턴트로 활동
20년 넘게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 위해 봉사

여기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잘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일하고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기 자신을 아끼고 돌보되 지나침이 없다.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만큼 마음도 넉넉하다. 채널 개설 7개월 만에 패션 콘텐츠로 53만명의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 ‘밀라논나’다.


◇’국내 최초 밀라노 유학생’, ‘명품 브랜드 론칭’ 화려한 이력과 달리 생활은 ‘소박’

출처: 밀라논나 인스타그램
유튜버 ‘밀라논나’의 다양한 패션

밀라논나는 국내 최초 밀라노 유학생이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와 ‘막스마라’를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양국 교류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백화점 패션 담당 바이어, 교수,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지금은 패션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밀라논나는 이탈리아의 패션 도시 ‘밀라노’와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논나’를 합해 만든 이름이다. 그는 1952년생으로 올해 나이 69세다. 일흔을 코앞에 뒀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힙’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선보인다. 


그는 짧은 회색 머리를 멋지게 스타일링하고 시크한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다. 가죽 재킷도 마다하지 않는다. 등이 파인 옷도 입는다. 단색 옷뿐만 아니라 강렬한 오렌지 니트도 소화한다. 귀고리,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도 즐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할머니’의 인상과는 아주 다르다. 


그가 살아온 이력이나 스타일만 보면 밀라논나는 굉장히 럭셔리하고 사치스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그는 선물 포장용 보자기를 둘러쓰고 미용 가위로 직접 집에서 머리를 자른다. 세안 후에도 스킨과 로션, 딱 두 가지만 바른다. 식사도 견과류, 채소 등으로 가볍게 먹는다. 다만 저녁에는 낮 동안의 긴장을 풀 겸 좋아하는 흑맥주를 한 잔씩 마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 정리 정돈을 하거나 바느질을 한다. 그의 집에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구들부터 수십 년 된 바가지까지 오래된 것들이 많다. 명품 옷들이 적지 않은 그의 옷장이지만 그가 가장 아끼는 옷은 그의 아버지가 입던 하얀 셔츠다. 모두 소박하지만 궁색해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다정하고 겸손한 말투, 다른 이들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

출처: 밀라논나 인스타그램
유튜버 ‘밀라논나’

그가 구독자들에게 하는 인사는 “차오(Ciao)! 아미치(Amici)”다. 차오는 이탈리아어로 안녕을, 아미치는 친구를 뜻한다. 아미치는 밀라논나 채널 구독자 ‘애칭’이기도 하다. 지금도 사진 한 장 찍기 어려운 이탈리아 페라가모 매장에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 촬영을 할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말투나 어조는 ‘한 수 가르쳐준다’ 보다는 ‘조금 더 산 할머니가 해주는 조언’ 느낌이다. 몇 가지 어록을 보면 그의 품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패션 거장들을 보며 ‘내면을 채우자, 겸손하자, 소탈해지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들은 ‘에헴’ 이런 것을 안 한다. 요즘 ‘꼰대’에 대한 반감이 많은데 유럽 사람들은 꼰대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대접은 남이 해줘야 받는 거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힘들었던 것은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다. 생각하면 뭐 하나. 오늘 살 일이 더 바쁘다. 단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던 것은 아직도 아쉽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는 여러분들도 충실했음 좋겠다”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는 길을 걸으며 힘든 게 많았다. 하나는 큰 아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큰 수술이었고, 하나는 1995년 고문으로 일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였다. 큰 사건들을 몸으로 부딪친 뒤 (깨달음을 얻어) 봉사활동을 시작해 20년 넘게 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걸림돌이 생겼을 때 빨리 치우려고 서두르지 말고 이것을 잘 넘겨 디딤돌로 삼으면 좋겠다” 


“친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가 배신했을 때 여러분을 괴롭히지 말아라.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이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항상 나를 중심에 두고 그 친구가 정의로운지, 신의를 지키고 측은지심이 있는지 보고 사귀어라.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떠나가도 아쉬워하지 말고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생각해라. 인생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다”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철학은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되 겸손하게 배려하며 단순하게 살자’다. 물질만으로는 삶의 에너지를 채울 수 없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할머니의 지혜다. 수많은 이들이 그를 롤 모델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살아온 그의 이력에 대한 존경뿐 아니라 그의 삶에서 배어 나온 철학에 대한 공감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우아하게 늙어가는 노년의 아름다움

출처: 밀라논나 인스타그램
유튜버 ‘밀라논나’

국어사전에서 ‘우아하다’라는 형용사를 찾아보면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는 풀이가 나온다. 인생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친 말 대신 겸손하고 배려하는 말을, 비싸고 화려한 치장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인생.


우아하게 늙어가는 법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책도 있다. 일본 작가 ‘요시모토 유미’가 쓴 ‘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유노북스)’는 우아한 늙음을 위한 서른세 가지 지침을 내놓는다. 그 중 몇 가지만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이 드는 것에 초조해하지 말아라. 각자 세대에서 나이가 개성을 만들어 낸다”, “기분 좋은 나로 지내기 위한 일들을 하라”, “이것저것 탐내지 않고, 지나치게 바라지 않는다”, “남의 눈치나 말, 평가를 신경 쓰고 체면을 차리려고 하지 마라. 남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다른 사람들이 한 말에 몸부림치는 일에 시간을 얼마나 소비했나”, “과거는 더는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 생각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거나 교양있는 행동을 꾸며 한다고 해서 우리의 격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우아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진 것보다는 오늘에 충실하며 나를 아끼고 내면을 가꾸자. 그런 이후라면 애쓰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히 밀라논나처럼 우아하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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