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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5분 기적 이룬 KAIST 청년은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17.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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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인구 인도로 간 1인용 K-피자
1500원으로 인도에서 살아남기
5분이면 완성하는 화덕피자
한국 알리는 메뉴로 동남아 진출

피자 한 판 가격이 단돈 1500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피자를 파는 청년이 있다. 14억 인구 인도를 파고든 고피자(GOPIZZA) 임재원(31) 대표다. 인도에 진출한 지 2년째로, 현지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와이낫
고피자 임재원 대표

그는 카이스트 경영 대학원을 나와 마케팅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퇴근길에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1인 화덕피자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고피자를 창업했다. 2017년 8월 대치동 학원가에 1호점을 냈다. 지금은 전국에 70개 매장을 두고 있다. 2019년 4월에는 인도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점포를 열었다. 창업 4년 차.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0억원이다.


-고피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고피자는 맥도날드 같은 피자집이에요. 혼자 먹어도 남지 않는 피자. 주문한 지 5분 안에 맛볼 수 있는 피자에요. 보통은 15분 이상 걸리죠. 또 4900원~6900원으로 가격도 햄버거와 비슷해요. 혼자서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죠.”


-5분이면 미리 만들어 놓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직접 만든 초벌 도우와 화덕을 사용해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일반 피자보다 빠르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고피자의 장점이에요. 매장에선 도우를 반죽하고 피는 과정 없이 토핑만 올리면 끝이에요. 저희가 만든 화덕 ‘고븐’은 안에 있는 돌판이 전자레인지처럼 자동으로 돌아가요. 오븐은 피자가 익는 데 보통 8분 걸리는 반면, 고븐은 2분 30초에서 3분이면 피자가 구워져요.

출처: 와이낫(좌) 고피자 제공(우)
고피자가 개발한 화덕 고븐(좌) 고피자 베이컨포테이토피자(우)

이번에 도우와 화덕을 업그레이드했어요. 밀가루 전문가를 영입해 원주공장에서 올해 2월부터 세 달 동안 새로운 도우를 만들었어요. 피자 맛의 90%는 도우가 결정해요. 도우에 들어가는 재료, 공정 모두 바꿨어요. 좋은 식자재와 맛있는 도우로 6000원대 가격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피자를 만들었어요.”


-해외로 나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세계에 고피자 매장을 1만개 이상 여는 게 목표에요. 해외에서 한국 피자 프랜차이즈로 성공하고 싶어요. 준비를 더 하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빨리 가서 부딪혀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1~2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가서 버텨보자는 생각이었죠.”


-여러 나라가 있었을 텐데 왜 인도였나요.

출처: 고피자 제공
고피자 인도 매장에서 임재원 대표와 직원들

“인도 피자 시장 연간 성장률은 20%가 넘어요. 피자를 즐기는 젊은층 인구 비중이 많거든요. 14억, 전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35세 미만 비중이 60%가 넘어요. 지금 인도에서 가장 큰 피자 프랜차이즈는 도미노피자에요. 도미노가 인도 피자시장을 독점하고 있죠. 약 1200개 매장이 있어요. 우리가 당장 도미노를 앞서지는 못하겠지만, 도미노가 큰 시장을 혼자 독점하는 게 아까웠어요. 한국 피자 프랜차이즈로 도미노와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죠.”


-그럼 고피자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인도에서 내세우는 고피자 이미지는 ‘가성비 좋은 동네 피자집’이에요. 인도 사람들이 평균 점심값으로 100루피(약 1600원)를 써요. 그런데 유명 화덕피자 가격은 8000원에서 1만원 정도로 비싸요. 고피자는 1500원짜리 화덕피자를 팔고 있어요. 또 고븐을 이용해 8분 안에 피자를 주는 것도 장점입니다.


실제로 구글의 올라온 인도 고피자 후기를 보면 “5분 만에 받았다. 도미노보다 빠르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피자 한 판에 1500원이면 남는 게 있나요.


“인도 고피자 가격은 1500원에서 2000원 사이에요. 돈을 벌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 가격이죠. 하지만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이에요. 시급은 800원, 월세는 30만원이에요. 한 매장 당 버는 돈이 많지 않아도 매장을 많이 차리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거죠. 벵갈루루점 하루 매출은 우리 돈으로 50만원 정도 나와요. 하루에 300판 넘게 파는 셈이에요. 한국매장과 비교하면, 고피자 1호점이 있는 대치동에서 파는 피자수와 비슷해요.”


-한국 고피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인도 고피자 메뉴는 50가지에요. 인도인들은 선택권이 많은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도우부터 토핑재료, 소스까지 모두 인도에 맞춰 다시 만들었어요. 한국 고피자와는 완전히 다른 인도 맞춤형 매장을 만든 거죠. 한국 식자재를 사용할 수 없어요. 인도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기 때문이에요.

출처: 고피자 제공
인도 고피자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 다방 커피

인도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BTS 같은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젊은 층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고피자 메뉴 중 닭갈비 피자와 사이드 메뉴인 한국식 양념치킨을 가장 좋아해요.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메뉴도 추가했어요. 디저트 메뉴에 한국식 다방 커피와 초코파이가 있어요.”


-힘든 점은 없었나요.


“1년 동안 인도에서 매장 4개를 냈는데, 이게 뭐 대수냐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인도는 숨 쉬고 버티는 것만도 힘든 나라에요. 일단 너무 느려요. 인도 1년은 한국의 5년 같이 흘러가요. 가게 창문 하나 다는 데만 기본 3주 걸려요. 예를 들어 창문을 내일까지 해오기로 약속했는데 다음 날 연락이 안 돼요. 전화해보면 ‘누가 돌아가셨다. 내일 가겠다’고 해요. 이 과정을 반복하면 3주가 지나가는 거죠. 첫 매장 내는 데 4달 걸렸어요.


5월 25일에 인도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카페 커피데이에서 20년 정도 근무한 인도 현지인을 CEO로 영입했어요. 벵갈루루에는 매장 40개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후 구르가온이나 첸나이 등 IT 중심의 외국인 친화적인 도시에 진출할 예정이에요.”


-최근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던데.

출처: 고피자 제공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K-먹방 패키지

“지난 4월 말 싱가포르에도 5개 배달 전용매장을 열었어요. 싱가포르 면적은 719㎢로 부산(769㎢)보다 작아요. 그래서 5개 매장만으로도 전국 배달이 가능하죠.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K-먹방 패키지에요. 한국을 좋아하는 덕에 화덕 떡볶이가 들어있는 피자 세트가 인기에요. 싱가포르 고피자 가격은 우리 돈으로 6900~9900원이에요. 장사 첫날에는 10판도 못 팔았어요. 지금 매장 연지 한 달째인데 하루 매출이 80만~90만원으로 올랐어요.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 피자 프랜차이즈로 성공해서 요식업 하는 다른 분들께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소비자 입장에서 고피자에서 피자를 먹는 게 큰 도전이라 생각해요. 길 가다 모르는 피자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요. 한 끼를 희생하는 건데,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글 jobsN 김하늘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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