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쓰려고 만들었는데..'움짤'로 5000억 벌었다

조회수 2020. 9. 17.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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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장난삼아 이틀 만에 만든 앱, 페이스북이 5000억에 샀어요
한국계 미국인 알렉스 정
친구끼리 사용하려 만든 ‘움짤’ 검색 플랫폼
1일 사용자 1억명, 검색량 10억건···구글 이어 2위
페이스북, 두 차례 시도 끝에 5000억에 인수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이 5월15일 한 회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들이 선택한 곳은 바로 사진 검색 플랫폼 ‘기피’(Giphy). 인수 금액만 4억달러(약 4930억원)다.

출처: 인스타그램 직접 캡처
인스타그램 메신저 창에서 쓸 수 있는 기피의 움짤

기피는 움직이는 이미지 파일, 일명 ‘움짤(움직이는 짤방)’이라 불리는 GIF 파일이 모여있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이미지를 검색해 쓸 수 있다. 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움짤이다. 유명 연예인·동물·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이 놀라거나 기뻐하는 모습, 또는 슬퍼하거나 화내는 모습이다.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동작을 표현한 것도 있다. 기피 서비스는 애플의 문자메시지인 아이메시지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여러 플랫폼의 메신저 창에서 사용 가능하다.


◇2일 만에 만든 앱, 매일 1억명이 사용 


5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이 앱을 만든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 알렉스 정(한국 이름 정승재). 알렉스 정은 2013년 공동 창업자 제이스 쿡과 함께 기피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바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쓸 수 있는 이모티콘은 (창업 당시) 몇천개에 불과했어요.” 알렉스 정이 작년 1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이 기피를 만들기 전까지는 음성과 문자 외에 모바일에서 미묘한 뉘앙스 차이나 비언어적 표현을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출처: 기피 홈페이지 캡처
기피 창업자 알렉스 정

그는 움직이는 사진인 GIF를 활용하면 표정이나 동작을 구현해 모바일 채팅 화면에서 감정 표현을 더 생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GIF 파일은 용량이 작고 전송 속도가 빨라 여러 곳에서 호환이 가능하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당시만 해도 알렉스와 제이스는 친구들끼리 사용할 용도로 기피를 만들었다. 채팅하면서 재미있는 GIF 파일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주말 사이 검색 엔진을 만들고 자신들의 얼굴을 담은 파일을 올려 초기 버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1주일 만에 사용자가 몰려들었다. 결국 그들은 사이트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출처: 기피 화면 캡처
기피에 'Angry'를 검색하면 나오는 움짤 이미지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서비스가 연동된 메신저창 안에서 기피 검색창을 켜고 필요한 감정을 검색한다. 검색창에 ‘Angry’(화남)라고 치면, 화가 난 표정의 스폰지밥 캐릭터나 영화 배우 얼굴 등의 이미지가 나온다. 이 중 원하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모티콘처럼 쓸 수 있다.


이 감정 표현 플랫폼은 모바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그리고 창업 7년 만에 매일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사람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했다.  


◇한인 2세, 타고난 창업가 


알렉스 정은 1살 때인 1976년 부모님과 함께 미국 시애틀로 이민을 왔다. 워싱턴대학과 뉴욕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반도체 회사 인텔의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MTV, 컴캐스트 등 미디어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콘텐츠와 미디어 분야에서 기술자로 일한 경험은 결국 같은 분야 창업으로 이어졌다. 


사실 그는 8살 때부터 이미 창업 아이템을 떠올리곤 했다. 깎고 난 잔디 쓰레기를 처리해 줄 공간 비즈니스가 그의 첫 사업 아이디어였다. 알렉스 정은 자신이 창업이라는 도전을 하게 된 계기로 전화번호부를 꼽았다. 어린 시절 전화번호부에 나온 직업 목록을 즐겨 읽었지만 그중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부터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출처: 기피 홈페이지
기피에서 '알렉스 정'을 검색하면 나오는 움짤 (알렉스 정 본인)

이렇듯 타고난 창업가였던 알렉스 정은 기피 이전에도 벌써 3번의 창업 경험이 있었다. GE(제너럴일렉트릭)의 TV 벤처 ‘제너럴디스플레이’, 현대미술 온라인 장터 ‘아트스페이스’ 그리고 폐쇄형 소셜미디어 서비스 ‘더프릿지’다. 특히 더프릿지는 2011년 구글이 200만달러(약 24억원)에 인수했다. 이 일로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 선정 ‘뉴욕 IT업계 영향력 높은 25인’에 들기도 했다.


◇페이스북, 2번째 시도만에 인수 


사실 페이스북은 기피 설립 2년 차였던 2015년 이미 한차례 인수를 제안한 적 있다. 하지만 알렉스 정은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협력하고 싶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1840억원)를 투자 받기도 했다. 

출처: 픽사베이 제공
기피에 투자한 구글(좌)과 기피를 인수한 페이스북(우)

이제 기피는 1일 검색량 10억건을 소화하는 플랫폼이 됐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양이다. 그리고 2020년 페이스북은 5년 만에 기피 인수에 성공했다.


페이스북은 인수 소식과 함께 “다른 플랫폼들도 계속 기피를 쓸 수 있으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페이스북·틱톡·스냅챗·트위터·슬랙·왓츠앱 등 대부분 메신저 플랫폼들은 기피의 움짤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페이스북은 앞으로 기피 서비스를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다른 페이스북의 앱들과 더 긴밀히 통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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