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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짜리 술로..'세계 초일류' 삼성전자를 이겼다

조회수 2020. 9. 17. 09: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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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친 중국서 몸값 제일 높은 기업은 어디
술 하나로 삼성전자보다 높은 브랜드 가치 평가받아
시진핑·김정은이 함께 마신 2억짜리 술
중저가 브랜드로 소비층 확대해 펩시·코카콜라도 제쳐
출처: 바이두 캡처
중국 영화 '삼생삽세 심리도화'에 나오는 배우 유역비

술장사로 삼성전자를 이긴 기업이 있다. 믿기 힘들지만, 술 하나로 한국 최고, 나아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보다 더 큰 가치를 인정받았다. 바로 290조원짜리 기업으로 성장한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귀주모태)다. 주력상품은 백주 마오타이주다. 2020년 5월20일 기준 시가총액은 293조원.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지난 12일 구이저우마오타이 시가총액은 289조4400억원. 삼성전자(285조9525억원)보다 3조4875억원 많았다.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 구이저우마오타이 성공비결에 대해 알아봤다.


◇마오타이 vs 삼성전자


마오타이와 삼성전자 지난 1분기(1~3월)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 1분기 매출액은 55조3252억원이다. 마오타이(매출 4조3731억원)의 약 13배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삼성전자가 6조4473억원으로 2배 높았다. 마오타이 영업이익은 3조2080억원이다.

출처: 구이저우마오타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좌) 와이낫(우)
구이저우마오타이 로고(좌) 마오타이와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비교표(우)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마오타이가 73.4%로 삼성전자(11.7%)보다 6배 이상 높다. 쉽게 말해 1000원어치를 팔아 730.4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매출액 증가율도 마오타이가 12.5%로 삼성전자(5.6%)보다 높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茅台) 마을에서 빚은 술이다. 이곳에 구이저우마오타이 본사가 있다. 마오타이주를 빚을 때 필요한 재료는 수수와 누룩, 물이다. 보통 술을 만들 때 쓰는 재료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술 하나로 이런 성공을 거뒀을까? 이 술이 비싸게 팔린다는 데 답이 있다.


◇한 병에 40만원···"그런 데도 없어서 못산다"


대표적인 구이저우마오타이 제품은 알코올도수 53도짜리 500mL 수출용 ‘페이텐(飞天)’과 국내 판매용 ‘우싱’(五星) 이다. 도매가격은 약 23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40만원이다. 2018년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 병에 2억원이 넘는 마오타이주를 대접했다. 이 술은 마오타이주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아이쭈이 장핑(矮嘴 醬甁)' 브랜드다. 비싼 이유는 기존과 다른 병 디자인과 희소가치 때문이다. 흰색 술병인 기존 마오타이주와 달리 장핑 마오타이주는 황갈색이다. 또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만들어진 희귀주다.

출처: 바이두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좌) 2억원이 넘는 장핑 마오타이주(우)

비싼 이유는 ‘마오타이’ 마을에서 만든 술만 진짜 ‘마오타이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같은 원료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해도 짝퉁 마오타이 취급을 받는다. 마오타이 마을은 댐과 공장이 없는 청정구역이다. 이 마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이 마오타이주만의 향과 맛을 만든다. 제조과정도 복잡하다. 원재료를 9번 찌고, 8번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후 7번 술을 정제해 5년을 묵혀야 한다. 만드는 데 5~6년 걸리고, 구이저우성에서만 제조할 수 있어 가격이 비싸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 오래 묵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2011년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열린 경매시장에서 1992년산 마오타이가 한화 14억7600만원에 팔린 적도 있다. 이렇게 비싸도 중국인들은 마오타이주를 찾는다. 지난 3월 10일엔 중국 월마트가 마오타이주 한정판매 행사를 벌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바깥나들이를 삼가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수백 명이 마스크를 쓰고 줄을 섰다. 가격이 비싼 탓에 ‘뇌물주’라는 별명도 붙었다. 고위 공직자에게 선물이나 뇌물로 많이 오갔기 때문이다.

출처: 바이두 캡처
마오타이주를 사기위해 줄 서있는 시민들

예를 들어 2017년 부패 혐의로 조사받던 구이저우 전 부성장 왕샤오광(王曉光) 집에서 구이저우 마오타이주 4000병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공식 연회에 올라가는 마오타이주는 한 병에 약 22만원이었다. 4000병 가격은 최소 8억8000원인 셈이다. 그는 마오타이주를 화장실 하수관에 버리다 결국 감찰 당국에 걸려 부성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잘나가다 주가 반 토막 난 이유


늘 잘나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 회사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2012년 중국 정부는 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삼공소비(三公消費·공무원 차량비, 출장비, 접대비)’ 규제를 강화했다. 그 여파로 고위 관료나 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마오타이주가 사라졌다. 고위직 남성이 주요 소비층이었던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2014년 1월 119위안(약 2만원)대로 떨어졌다. 1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 단속 시기가 끝난 2016년부터 판매량이 다시 늘고 가격도 비싸졌다. 마오타이는 2017년 7월 영국 위스키 제조 업체 디아지오(Diageo)를 제치고 세계 최대 주류회사(시가총액 기준)에 올랐다. 2019년 6월에는 주가가 1000위안(6만8200원)으로 올랐다. 중국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오타이를 비켜갔다. 4월 22일에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0조원 늘어 270조원이었다.

코카콜라 모델 배우 '박보검', 가수 '슬기'./코카콜라 제공

세계 식음료 1·2위 기업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제쳤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세계 최대 주류회사’와 ‘세계 최대 식음료 회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19년 순이익은 412억600만위안. 우리 돈으로 7조1150억원 벌었다. 2018년 대비 17% 올랐다.


◇중저가 브랜드로 소비층 확대


중국에선 백주 한 병당 가격이 600위안(약 10만2000원)을 넘으면 고급 브랜드로 본다. 마오타이주 가격은 2300위안(약 40만원)이다. 중국 정부 반부패 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제품은 이런 고급 브랜드였다. 2012년에만 해도 바이주 소비량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였지만, 삼공소비 규제 강화 후 2015년에는 그 비율이 5%로 떨어졌다.

출처: 바이두 캡처
구이저우마오타이 과일주 '유 미트(U MEET)'

마오타이는 중산층과 젊은 층을 겨냥한 중저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소비층을 확대한 것이다. 대표적인 중저가 보급형 ‘마오타이 영빈주’(迎賓酒) 가격은 50위안(약 8500원)이다. 숙성기간을 줄이고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품 가격을 낮췄다. 여성 소비자들을 위한 과일주 ‘유 미트(U MEET)’도 출시했다. 20·30세대를 공략한 도수 낮은 제품도 있다. 2018년 중저가 브랜드 매출 비중은 6%였다. 작년에 12%로 올랐다. 정부 정책이 회사의 발목을 잡자 새 시장을 만들어 위기에서 탈출한 것이다. 물론 회사가 대중적인 술 회사로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고가제품 매출 비중이 85.5%(2019년 12월 기준)로 절대적이다.


◇알리바바와 손잡고 온라인 시장 진출


마오타이는 유통채널을 확대했다. 중국 IT기업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오타이주를 팔고 있다. 생산시설은 구이저우성에 딱 하나 있는데 반해 판매점은 2000개 가 넘어 유통 과정이 복잡했다. 작년 11월11일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에서 판매한 마오타이주 7만병은 30분 만에 매진됐다. 53도 페이텐 마오타이주 500mL 티몰 판매가는 약 46만원이다. 30분 만에 320억원어치 술을 판 것이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JD닷컴과도 손잡았다. 지난 4월 1일 JD닷컴에서 페이텐 마오타이주 한정판매 이벤트를 했다. 1일 오후부터 2일 오전 9시까지 48만명이 예약 주문에 참여했다.


◇내수시장에 의존한다는 한계도 있어


구이저우마오타이가 더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도 있다. 먼저 우물 안 개구리란 오명을 씻어야 한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대부분은 내수시장에서 나온다. 2019년 마오타이주 중국 매출 비중은 96.1%다. 기본적으로 마오타이주는 내수용이다. 내수 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인의 ‘애국심’과 ‘사치’를 자극해 가격만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마오타이 대표제품 페이텐 마오타이 도매가는 3월 중순 33만원에서 4월 39만원으로 올랐다.


또 구이저우마오타이는 국유기업이다. 중국 구이저우성이 77.3% 지분을 갖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이저우마오타이라는 한 기업이 내는 세금이 구이저우성 지방정부 전체 세수 가운데 7분의 1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정부는 인위적으로 생산비를 낮게 잡아 이익률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김하늘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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