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이에서 LG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조회수 2020. 9. 17. 09: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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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방울이냐고요? 남들 다 하는 '카툭튀' 싫어서요"
LG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벨벳’ 선보여
‘카툭튀’, ‘인덕션’ 대신 물방울 디자인 채택
머리카락 100분의 1 두께로 가공해 색 구현
“직접 보고 만져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아이스크림폰....


피처폰 시절 LG전자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냈다. 2005년 출시한 초콜릿폰은 대리점에 재고가 없어 예약해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2006년 LG전자 휴대폰 부문 1분기 매출은 초콜릿폰 덕분에 30% 가까이 늘었다. 그 뒤로도 2006년 샤인폰, 2007년 프라다폰을 선보이면서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LG전자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갤럭시·아이폰에 밀려 스마트폰 사업부는 2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노트북 ‘그램’이 5년 넘게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온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출처: LG전자 제공
왼쪽부터 유승훈 MC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원, 도기훈 제품품격연구소 책임연구원, 최보라 책임연구원.

LG전자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해 돌아왔다. 다시 한번 디자인을 무기로 갤럭시와 아이폰에 승부수를 띄웠다. 고급 원단에서 이름을 따온 신제품 ‘벨벳(velvet)’이 그 주인공이다. 벨벳에 들어간 외관 기술을 맡은 도기훈 생산기술원 제품품격연구소 책임연구원, 외관 디자인을 맡은 MC디자인연구소 유승훈, 제품 색상을 개발한 최보라 책임연구원을 만나 벨벳에 관해 물었다.


-벨벳은 출시 전부터 ‘물방울 카메라’로 화제를 모았다. 왜 이 디자인을 채택했나.


“(유) 고급 리조트나 호텔 옥상에 있는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피니티 풀은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 끝부분이 바다나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수영장이다. 수영장 끝에서 물방울이 살짝 튀었다 떨어지는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인덕션(전기로 작동하는 조리 기구) 카메라가 대세다. 다른 회사에서 쓰는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하기 싫었다. 벨벳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 카메라를 하나로 묶어 넣으면 성능을 강조하기에는 좋다. 하지만 조형 언어로 해석하면 소비자에게 성능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가 이렇게 좋으니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기술을 드러내기만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숨기는 게 아름다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메인 카메라 하나를 뺀 나머지 2개는 유리 밑으로 카메라를 넣은 ‘언더글라스’ 방식을 적용했다.”

출처: LG전자 제공

-카메라 스펙을 두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도) 벨벳 카메라는 OIS(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 기능이 없는 대신 EIS(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와 쿼드비닝(4개 화소를 하나로 묶어 촬영하는 기술)이 들어갔다. 물론 스펙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쓰면서 느낄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만들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어떤 회사 제품이든 성능은 비슷해졌다. 실사용 면에서 기본 이상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에 패션 아이템 역할을 더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의미 있는 시도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유) 스마트폰 디자인에서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벨벳도 중간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 위쪽과 아래쪽이 대칭을 이루게 디자인했다. 또 스마트폰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갈수록 휜 정도가 완만하게 설계했다. 사용자가 제품을 손에 쥘 때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3D 아크 디자인’이라 이름 지었다. 이밖에 다른 회사 제품보다 좌우 폭이 좁고 위아래가 길게 만들었다. 쉽게 말해 벨벳은 ‘손맛’이 있는 스마트폰이다. 제품을 쥐었을 때 기분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고 수십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했다.”


(최) 뒷면 색상도 오랫동안 트렌드를 분석해 선정했다. 2018년 하반기부터 벨벳 준비를 해왔다. 고객 행동이나 사회적 이슈를 통해 어떤 색이 뜰 것 같은지 분석하고, 디자인 쪽에서 요즘 제품에 어떤 색이 많이 쓰이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색상을 뽑아 고객과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고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오로라 그린·화이트·그레이와 일루전 선셋 4가지가 나왔다. 그중 트렌디한 색을 뽑자면 그린과 일루전 선셋이다. 그린은 원래 디자이너가 좋아하지만, 일반 고객은 잘 안 쓰는 색이었다. 그런데 자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녹색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었다. 일루전 선셋은 미래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다채로운 느낌을 살렸다. 어떤 색상과 견주어도 한눈에 들어오는 색이다.”

출처: LG전자 제공
벨벳 후면 디자인 개념도.

-색상 선정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도) 블랙이라 해도 우리가 개발한 검정 계열 색상만 50종이 넘는다. 이름이 비슷해도 새로운 제품에 쓰이는 컬러는 색이나 느낌은 다 다르다고 보면 된다. 벨벳은 오묘한 색을 구현하기 위해 광학패턴과 나노적층 기술이 들어갔다. 광학패턴은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 강화유리 뒷면에 있는 미세한 렌즈 층이다. 광학패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색상의 느낌이 달라진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다른 패턴이 들어가면 색이 오묘하게 바뀐다. 또 패턴을 가공해 깊이감을 극대화하거나 빛의 반사감, 하이라이트 선을 임의로 조정할 수도 있다. 벨벳은 머리카락 두께 100분의 1인 1㎛(마이크로미터) 이하 간격으로 패턴을 넣었다. 여기에 빛을 굴절시키는 나노 물질 수백 층을 쌓아 올린 필름으로 특정 각도에서 빛의 특정 파장만 반사하게 했다. 벨벳이 빛의 각도와 양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상처럼 보이는 이유다.”


-곡면 디자인은 삼성 ‘엣지’(edge)와 어떻게 다른가.


“(유) 엣지 디자인이 처음 나왔을 때 회사 내부에서도 곡면 디자인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유리를 휘는 벤딩 글래스(bending glass) 기술이 있는데, 그 기술로 어떤 제품을 만들지는 회사의 몫이다. 타사에서 곡면 유리를 넣은 제품을 선보였을 때 가장자리 부분을 통해 UX(User Experience)를 제공하면서 기술적으로 고객을 설득하려 했다. 우리는 당시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3D 아크 디자인을 도입한 것은 기술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아닌 순수 조형미와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것이다.”

출처: LG전자 제공

-벨벳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유) 원래 신제품이 나오면 디자이너가 엔지니어와 함께 전 세계 생산 공장에 방문해 색상 등 실물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출장을 갈 수가 없어 일일이 외국 공장에서 제품을 받아 확인해야 했다. 기존 제품의 외관이나 카메라 디자인과 달라진 게 많아서 출시 일정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술팀과 디자인팀의 협업도 좋았고 내부 의사결정도 빨라 다행히 별문제 없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최) 사실 4가지 색상 말고도 준비한 다른 컬러가 많았다. 자화자찬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떤 색상을 넣어도 다 예뻐 보여서 색상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 굉장히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했다.”


-이것만큼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도) 완성품을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성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기능만큼 제품 디자인도 중요해졌다. 어디를 가든 벨벳을 들고 있으면 세련된 컬러가 돋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 언제부턴가 소비자 사이에서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스펙이나 가격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입견을 품지 않고 한 번 써보면 좋겠다. 다른 회사에서 보지 못했던 디자인이 강점이라 생각한다.


(최) 다양한 고객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색상을 열심히 준비했다. 4가지 색상 중 일루전 선셋은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로 볼 때 훨씬 예쁘다. 조명이나 환경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지는 컬러는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꼭 실물로 보시기를 권한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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